Depot of Jeju azbang

제주아즈방의 이런 저런 여러가지 관심사 창고

🤍 歲月은 지금 135

수필 - '국화(菊花)' / 목성균

국화(菊花) / 목성균   어머니가 심으신 국화 두 폭이 소설(小雪)이 지나자 마침내 시들었다. 청초한 꽃송이를 담뿍 피워 스산한 초겨울 마당을 화사하게 밝혀 주던 국화였다.아버지는 중풍이 들어 계신다. 발이 네 개 달린 환자용 알루미늄 지팡이를 짚으셔야 겨우 마당에 나가 보실 수 있다. 뜰이 한 길, 마루가 한 길, 덜렁하게 높은 한옥에서는 누가 업어 내려 드리기 전에는 방에서 꼼짝을 못하셨다. 그래서 아버지 혼자 마당에 드나들 수 있도록 동선높이를 없앤 조립식 주택으로 개축을 하고, 마당에는 혹시 아버지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잔디를 심었다. “원, 마당을 풀밭을 만들다니, 집안이 망조가 드는구나.”어머니는 마당을 잔디밭으로 만드는 걸 몹시 섭섭하게 여기시는 눈치였다. 왜 안 그러시겠는가. 차일을 치..

22일 - 節氣 /소설(小雪)

小 雪양력 11월 22일 무렵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 이날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小雪)이라고 한다.태양의 황경(黃經)이 240도일 때이며, 양력으로 11월 22일 또는 23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에 든다.겨울이 시작되는 立冬 후 15일, 큰 눈이 내린다는 大雪 전 약 15일에 든다.중국에서는 소설 후 5일씩을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가 그것으로, 초후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중후에는 천기(天氣)는 오르고 지기(地氣)는 내리며,말후에는 폐색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을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눈이 내릴 정도로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겨울 채비를 한다.그러나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

수필 - '낙엽단상(落葉短想)' / 배점옥

낙엽단상 / 배점옥    지난주까지만 해도 찬란하리만치 샛노랗던 은행잎들이, 가을의 풍요로움 속에 넉넉한 마음을 불어넣어 주더니만, 주말을 보내고 나니 이게 어인일인가? 마냥 찬란한 황금빛으로 그 영광을 누릴 것 같았던 가로수에, 한바탕 돌개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더니, 낙엽들은 아스팔트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었다.바람은 가축 무리를 몰 듯이 뒤엉킨 낙엽을 뒤쫓아갔다. 설상가상으로 도로를 누비는 육중한 쇠뭉치에 내맡길 낙엽들의 운명이 안쓰럽기 그지없다고 느낀 순간, 나 역시 그들을 짓뭉갤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절망감이 엄습해왔다.호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사람은 나뭇잎과 흡사한 것,  가을 바람이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고.낙엽은 우리 인간에게 조락과 절망과 쇠퇴와 죽..

11일 / 농업인의 날 = 가래떡데이

'제28회 농업인의 날'18회째 가래떡데이11월 11일농부들이 1년동안 열심히 키운 쌀로 만든"가래떡의 날" 사랑하는 사람들과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에게​올 햅쌀로 만든 우리 고유의 가래떡으로​밀도 높은 마음을 전해봅시다.. *  *  *  *  *  11월 11일.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지정한 농업인의 날로, 법정기념일이다.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한 배경에는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을 벗 삼아 지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土(흙 토)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상정하였고, 이를 아라비아 숫자로 표현하면 11월 11일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농업인의 날을 착안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한 해 농사가 추수와 더불어 마치는 시기라 농민들이 쉬며 즐기..

수필 - '11월에 머물고 싶다' / 서성남

나는 11월을 좋아한다. 가을 같기도, 겨울 같기도 한 그 모호함이 좋다. 책장을 넘기듯 분명하게 가르지 않고 다 어우르는 넓은 마음 같아서다. 떨어지는 나뭇잎, 두 장 남은 달력,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옅은 햇살들이 쓸쓸하고 허전하게 하면서도, 아직 한 달이 남았다는 위안을 주어서 좋다. 곰곰이 생각하면 11월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어릴 적 11월은 풍성한 달이었다. 시골에서는 벼를 베면 그 자리에 길게 줄가리를 쳤다. 그러고는 보리파종을 끝내고 콩이며 고구마를 수확하여, 저장을 다 마친 뒤에야 벼 타작을 했다. 타작을 끝낸 마당에는 짚으로 된 두지가 만들어지고, 축담에는 벼 가마니가 쌓였다. 곳간과 빈방마다 곡식이 차곡차곡 들어찼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가득 찬 곡식을 보며, 마..

수필 - '11월' / 정목일

11월 / 정목일11월은 가을의 영혼이 보이는 달,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보이고 텅 빈 내부가 보인다. 가을이 절정에 도달하여 감동과 찬탄을 자아내지만, 그 뒷면에 감춰진 고독과 고통의 표정이 보인다. 단풍은 생명의 아름다움과 일생의 절정을 보여주지만, 지는 노을처럼 황홀하여서 눈물겹다. 11월은 빛깔의 경연이랄까, 삶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표현양식과 기법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가을이 보여주는 생명의 극치감, 풍요, 결실은 앞모습일 뿐이다.가을은 삶의 빛깔을 완성하지만. 그 빛깔들을 아낌없이 떨쳐버린다. 모든 빛깔들을 불러 모아서 해체해 버린다.천지에 넝마처럼 낙엽이 날려 뒹굴고 색은 무너져 내린다. 절정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것만큼 무너짐은 쓸쓸하고 처절하다. 결실로서 풍요를 얻은 것만큼 버림으로서..

7일 - 節氣 / 입동(立冬)

立 冬양력 11월 7일 무렵.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이날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여 입동(立冬)이라고 한다.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일 때이며, 양력으로는 11월 7일 또는 8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에 든다.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든다.중국에서는 입동 후 5일씩을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초후(初候) 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중후(中候)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으며,말후(末候)가 되면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다.우리나라에서는 겨울로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울채비를 하기 시작한다.입동 즈음에는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회남..

11월에 관한 시 모음

11월의 詩 / 임영준  모두 떠나는가텅 빈 하늘아래추레한 인내만이선을 긋고 있는데훌훌 털고 사라지는가 아직도 못다 지핀詩들이 수두룩한데가랑잎더미에시름을 떠넘기고 굼뜬 나를 버려둔 채황급히 떠나야만 하는가    11월의 詩 / 홍수희  텅텅 비워윙윙 우리라 다시는빈 하늘만 가슴에채워 넣으리    11월의 詩 / 이재곤  맺히고,익어서지닐 수 없을때텅텅 비워빈몸으로라도 울리라 다시,또 다시 살아도지금같을 삶이 슬퍼서그때도 지금 같이 울리라 눈에 들여도가슴에 들여도채워지지않는 삶의 한도막슬퍼서 너무슬퍼서텅텅 비워빈몸으로라도 울리라   11월의 시 / 이임영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황량한 가을 바람이 몰아치며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외롭지 않은 사람도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월엔 누구도절망..

11월의 인사말

11 월November  11월 첫 날, 오늘 당신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씨입니다.단풍으로 물든 산으로 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씨네요.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을 빗자루로 모아 태우는 풍경이 사뭇 쓸쓸해 보이는 11월입니다.  휘적휘적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손짓하며홍시가 청자빛 하늘에 선명한 가을입니다.  저녁나절부터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은 게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몰고 오려나 봅니다.  가을비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이 아스팔트에 무늬처럼 박히는 모습이가을을 마감하는 인사를 하는 듯한 11월입니다.  가을비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니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네요.건강 주의하면서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나뭇잎들이 붉..

수필 - '이 가을, 통속하거나 외롭거나' / 김정운

이 가을, 통속하거나 외롭거나 / 김정운 매년 그렇듯이, 10월 31일이 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수없이 듣게 된다. 다소 촌스러운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그의 노래는, 아무리 거지같이 끝난 인연이라도 코끝 찡한 기억이 되게 한다. 참 착한 노래다.80년대 초반, 휴전선 철책에서는, 대북 심리전으로 북쪽을 향해 나긋나긋한 우리 대중가요를 틀어줬다. 흠, 요즘 시끄러운 인터넷 댓글보다는 훨씬 그럴듯했다. 82년 가을, 난 화천북방 철책에서 매일밤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반복해서 들어야만 했다. 당시 담당 심리전 요원이 가진 대중가요 테이프가 오직 그것뿐이었다.달빛 아래, 가을 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이용의 노래는, 이십대 초반의 병사들에게 '지금도 기억하느냐'고, 꼭 ..

수필 - '낙엽을 태우면서' / 李孝石

낙엽을 태우면서 / 李孝石 가을이다.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다.나는 화단의 뒷자리를 깊게 파고 다 타 버린 낙엽의 재를 ―죽어 버린 꿈의 시체를― 땅 속에 깊이 파묻고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전에 없이 손수 목욕물을 긷고, 혼자 불을 지피게 되는 것도, 물론 이런 감격에서부터다.호스로 목욕통에 물을 대는 것도 즐겁거니와, 고생스럽게, 눈물을 흘리면서 조그만 아궁이에 나무를 태우는 것도 기쁘다.어두컴컴한 부엌에 웅크리고 앉아서 새빨갛게 피어 오르는 불꽃을 어린아이의 감동을 가지고 바라본다.어둠을 배경으로 하고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은, 그 무슨 신성하고 신령스런 물건 같다.얼굴을 붉게 태우면서 긴장된 자세로 웅크리고 있는 내 꼴은, 흡사 그..

수필 - '은행잎' / 김동리

은행잎 / 김동리 노란 은행잎이, 뜰에 하나 수북이 깔렸다.여기저기 한두 잎씩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뜰에 하나 가득, 그것도 발이 푹푹 묻히도록 쌓여져 있는 것이다.이 집에는 은행나무가 여섯 그루나 둘려 서 있다.아름드리는 못되지만 3, 40년씩 된 꽤 큰 나무들이다.우리가 이사를 오기 전부터 본디 네 나무나 있는 것을, 게다가 다시 두 나무를 더 들였던 것이다.이만하면 내가 얼마나 은행나무를 좋아하는지 짐작될까. 은행나무의 특징은 잎새다.그 숱 많고 두껍고 짙푸른 잎새는 여름내 우리의 마음에 샘물을 퍼부어줄 뿐 아니라, 불나방 따위 지저분한 벌레가 덤비지 못하므로 그 드리워진 그늘도 언제나 깨끗하다.특히 가을의 그 샛노랗게 물든 맑고 깨끗한 빛깔이란,대체로 구질구질한 편인 우리 인간에겐 너무 과분..

수필 - '가을의 여정' / 전광용

가을의 여정 / 전광용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그리고 여름은 여름, 겨울은 겨울대로,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그대로 다 새로운 즐거움을 가슴 속에 안겨다 주는 청신제라고나 할까.그뿐인가.농촌은 농촌대로 전원의 유장한 목가적인 맛을,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그것만이 지니는 독특한 자연의 시정을 선물하는가 하면, 새롭고 낯선 도시의 가로는 그것대로 흙 속에 파묻혔던 사람들에게 산뜻한 미지의 감각에 경이에 찬 눈동자를 뒹굴리게 한다.그러기에 천하 명산 금강산도 계절에 따라 봉래, 풍악, 개골, 금강 등,그 때마다의 승경의 아치를 상징하는 이명들을 가지고 있다.새 움 트는 봄의 정경이 산책이나 소풍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리듬이라면,여름의 무르익은 녹음과 작열하는 태양은 그대..

수필 - '억새의 이미지' / 목성균

억새의 이미지 / 목성균가을걷이가 끝난 빈 들녘은 농부의 열망이 이삭처럼 널려 있기 때문인지, 막 저녁 밥상이 들어간 부엌같이 끓이고 자친 온기가 남아 있다. 억새는 그 고즈넉할 뿐 쓸쓸하지는 않은 시절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들꽃이다.억새꽃은 석양을 등지고 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그 자리가 억새의 자리처럼 당연스럽다.저녁 바람 이는 동구 밖 산모퉁이를 돌아들다가 표표히 나부끼는 하얀 억새꽃을 보면 나는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춘다. 저무는 역광에 윤택한 빛깔을 유감없이 들어내는 억새의 도열이 나를 사열관처럼 맞이하기 때문이다. 아, 이 무슨 과분한 열병식인가! 나는 곧 제병관의 인도를 받으며 등장할 사열관을 앞질러 잘못 들어선 열병식장의 남루한 귀환병처럼 돌아서고 싶은데 억새들이 입을 모..

수필 - '霜降 무렵' / 임종훈

* 임종훈. 대구문인협회 프리랜서.오래 전 두 개의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글쓰기에 입문.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 최고의 작품이길 소망하며 정진중인 문학도. 산림문화공모전 시부문 대상, 수필부문 금상.공무원 문예대전 수필부문 최우수상, 시부문 우수상.격월간 대구문학지에 지속적으로 작품 발표.

23 - 節氣 / 상강(霜降)

霜 降양력 10월 23일 무렵. 음력 9월에 드는 24절기의 하나로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상강은 寒露와 立冬 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이 210도에 이를 때로 양력으로 10월 23일 무렵이 된다.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의 계절이다.중구일과 같이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 나들이를 하는 이유도 이런 계절적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조선시대에는 상강에 국가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하기도 했다.특히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 한다. 權文海의 『草澗先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