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양과목 산행 실기수업 준비물을 일러 주는데, 여러 학생이, "교수님, 술은 뭘 가져갈까요?" 하고 물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학생들에게 산이 어떻게 비춰졌기에 단박에 술이 연상될까? 이렇듯 산은 술판이 되고 술로 인한 산행사고가 잦은 현실에 급기야 국가가 국립공원 등에서 음주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고 시행되었음이 내게는 커다란 충격이다. 이런 현상의 이유 중, 산은 도전과 성취라는 프레임에 갇혀, 대단한 일이나 한 것처럼 정상주(頂上酒)를 마시고, 전투적인 등산으로 힘이 부쳐 고통을 잊고자 마시며, 음주산행이 마초(macho)적이고 호방(豪放)한 것처럼 보이는지, 술의 힘을 빌려 우쭐대려는 허세도 있으리라. 고백하건대 예전에 북한산 노적봉, 도봉산 오봉 등에서 비박(bivouac)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