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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즈방의 이런 저런 여러가지 관심사 창고

🤍 文 學/칼럼 . 16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碧梧桐 심은 뜻은 鳳凰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가 기다려도 아니온다 무심한 一片明月이 빈 가지에 걸렸어라 - 병와가곡집 봉황(鳳凰)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봉황은 상서로운 길조(吉鳥)다. 대통령 휘장으로도 쓰인다. 성인군자가 나타날 때만 오동나무 동산에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다. 푸른 오동나무를 심은 뜻은 봉황새가 와서 깃들기를 바라는 것이었는데, 부덕한 내가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무심한 한 조각 밝은 달만 빈 나뭇가지에 걸렸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시조의 작자는, 어지러운 현실을 구원해 줄 성인군자가 출현해 주기를 고대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성현은 아니 오고 한 조각 무심한 달빛만 비치고 있으니, 그것은 당초에 부질없는 꿈이었던가? 혼탁한 이 시대, 지금도 이러한 심경으로 어지러운 현실..

'생전에 해야 할 이야기들' / 허석

생전에 해야 할 이야기들 / 허석 ​ “고맙다, 고맙다.” 왜, 어머니는 전화를 드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일까? 어쩌다 가끔, 그것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겨우 안부 전화나 하는데도, 애잔한 말투로 자꾸만 그렇게 중얼거린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모, 혼자 살고 계시지만 아직은 근력이 있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어머니다. ‘고맙다’라는 그 말에 마음이 흔연해지기는커녕 도리어 불효자가 된 것 같아, 울적한 기분이 든다. 노년층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주위에 생을 이별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창들도 오랜 질환이나 병고로, 뜻하지 않는 사고나 천재지변으로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명이 언제까지나 영원한 것도 아니고, 당장 내일에 무슨 일이 일어..

应是绿肥红瘦 / 초록은 살이 찌고 붉은 빛은 야위어가니

초록은 살이 찌고 붉은 빛은 야위어가니... 야반(夜半)의 풍우(風雨)에 해당화 질 것을 걱정하는 마음 천 년 전 중국에 글재주가 대단히 뛰어난 재녀(才女)가 있었다. 우리로 치면 황진이 격이라 보시면 되겠다. 그녀에게 어느 날 이런 詩想(시상)이 떠올랐다. 가까운 사람과 간밤에 술자리를 펼치고 정담을 나누었지, 창밖엔 밤새 비바람이 쳤지, 비는 적었으나 바람이 세차게 불었었지, 바깥은 을씨년스럽고 술자리는 따뜻했으니 분위기는 더욱 좋았지. 얘기 나누던 중에 잠시 걱정이 스쳐갔지, 바람이 세차니 뜰에 핀 초여름 해당화 붉은 꽃이 저러다 다 지고 말 것 같다고. 새벽녘 친구는 돌아가고 깊은 잠에 들었는데 문득 밝은 빛이 느껴져서 눈을 떠보니, 시중드는 아이가 창에 드리운 햇빛 가리개를 걷고 있더군, 몸을 ..

Coffee 이야기

6~70년대의 다방에서는 커피라고는 한 종류만 있었기에 손님들은 그냥 ‘커피’를 주문하면 되었다. 하기야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우리와 비슷해서 모든 종류의 커피를 그냥 조(Joe)라고 불렀으며, 한 잔의 커피란 뜻의 ‘한 컵의 조’(a cup of Joe)라는 숙어도 있었다. 다방이 아닌 요즘의 커피전문점 ‘cafe'에서 coffee 메뉴판을 보면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그 이름이 하나같이 복잡하고 어렵다. 에스프레소 (Espresso)는 ‘진한 커피’로, 아메리카노 (Americano)는 ‘연한 커피’로, 카페라떼 (Caffe Latte)는 ‘우유 커피’로, 카푸치노 (Cappuccino)는‘거품 커피’ 등으로 불러지면 좋을 텐데.... 다방에서 Café로 세월 따라 이름도 변해감에, 한 때 옛날 다방을..

從心所欲不踰矩(종심소욕불유구)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70대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서 벗어남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모든 생각이 자연의 순리와 완전히 부합했기 때문에, 생각 내키는 대로 행해도 법에서 벗어남이 없게 된 것이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나 불가(佛家)의 ‘해탈’과 다르지 않은 절대자유의 경지이다. 중국 송나라 때 시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은, 도연명(陶淵明)과 두보(杜甫)의 시, 그리고 한유(韓愈)의 만년 문장 등을 평하여, “불번승삭이자합(不煩繩削而自合)”, 즉 “번거롭게 먹줄 치고 대패질하여 깎아내지 않아도 저절로 부합하는” 경지라고 했다. 최고 수준의 목수는 목재를 다듬을 필요 없이 천연 그대로도 용도에 딱 맞게 사용하는데, 도연명·두보·한유의 시와..

'닭개장' / 안도현

닭개장 / 안도현. 여름이 되면 슬며시 당기는 음식이 닭개장이다. 음식점에선 좀체 맛볼 수 없다. 이건 우리 어머니의 주특기 요리 중 하나다. 닭개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릴 때부터 어머니 옆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지금은 나도 마음먹으면 거뜬하게 끓여낼 자신이 있다. 닭은 집에서 키운 놈이 좋다. 푹 삶아서 식힌 뒤에 뼈에서 발라낸 살을 잘게 찢어 준비해 둔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이걸 한 솥 끓이면 우리 집 여섯 식구가 두 끼는 먹을 수 있었다. 그건 닭개장에 넣는 채소와 국물 덕분이다. 닭고기와 채소의 절묘한 결합이 닭개장의 맛을 결정한다. 무시래기나 배추시래기를 반드시 넣어야 하는데, 나는 부드러운 배추시래기가 더 좋다. 마른 토란대와 고사리를 미리 삶아두는 것도 필수다. 숙주나물을 씻어 놓고 ..

칼럼 - '작약꽃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유'

엊그제 봄이 왔나 했더니 오월 하순, 벌써 초여름이다. 에,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청화하다. 떡갈잎 펴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잠농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라더니, 요즘 마을에서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 농사일은 때가 있으니 못자리를 준비하고 콩이며 깨를 심고, 제법 자란 고추와 마늘 밭의 풀을 뽑고, 과일나무 적과한다고 온 마을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두어해 농사를 해보니 여의치 않아 꾀를 낸 것이 작약농사다. 옛날부터 작약은 관상용이자 의약품으로 재배해왔다. 근래에 바이오산업과 건강기능성 식품시장의 전망이 밝겠다는 판단과 함께, 의성 작약이 한때는 전체 ..

'커피 한 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가 커피 광고 음악을 작곡했다고?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근엄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바흐지만 커피를 소재로 칸타타를 만들어 커피 하우스에서 초연을 했다. 오페라를 작곡한 일이 없는 바흐지만 커피를 지독하게 사랑했거나, 당대에 커피가 대유행 중이어서 커피를 소재로 한 음악이 충분히 흥행할 수 있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악성 베토벤이 작곡한 곡의 8할은 커피 덕이라고? 이건 더더욱 거짓말로 들리겠지만 개연성이 있다. 커피를 지독히 사랑한 베토벤은 매일 아침 원두 60알을 일일이 세어 커피를 끓여 마셨다. 놀랍게도 오늘날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양이다. 매력적인 커피의 향과 쓰고, 시고, 달고 한 복합적인 맛이 영감을 불어 넣었겠지만, 무엇보다 카페인이 주..

[손성진 칼럼] 대통령 지지율의 양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흔해 빠진 레퍼토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까지 폭락했다. "입덧하는 기간이라 생각하시라." 낮은 지지율에 속앓이를 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렇게 위로했다. 입덧은 고사하고 허니문도 지금은 없다. 지지율은 조작 가능한 것이긴 하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줬다. 75% 지지의 이면에는 '와이셔츠 바람의 테이크아웃 커피잔'과 '집무실의 일자리 상황판'이 있었다. 솜씨 좋은 포장에 국민은 속았다. 무심한 대중은 갈대처럼 나부낀다. 최고권력자는 '대중 사용법'을 안다. 10월 유신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은 90%를 넘었었다. 지도자가 높은 지지율에 도취할 때 국가는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집착하면 포퓰리즘의..

가족간의 호칭

從(종)이라는 글자는 ‘4촌從’ 字로 된다. 이 ‘四寸從’ 자는 친당(親黨), 본당(本黨)에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척당(戚黨)에서는 ‘사촌 從’ 字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된 것이다. 종형(從兄), 종제(從弟), 종자(從姉), 종매(從妹), 종숙(從叔), 종고모(從姑母), 종조(從祖), 종조모(從祖母)에서부터 재종(再從), 삼종(三從)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재종은 6촌으로 되고, 삼종은 8촌으로 되는 것이다. 종질(從姪), 종질부(從姪婦), 종손(從孫), 종손부(從孫婦)에서부터 재종(再從), 삼종(三宗) 이 나오게 된다. 삼종이 있으니 사종이 있는 줄 알고 사종이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종이란 말은 없는 말이다. ‘외사촌 형, 외사촌 아우, 외사촌 누나 . 외사촌 누이, 외 오촌’으로 걸림 말이 이룩..

'뽕짝에 대해서'

뽕짝에 대해서 예전 우리나라에는 민요 말고는 이런 류의 노래가 없었습니다. 트로트가 제일 처음 이 민족에게 알려진 것은 1930년 전후로 하여 일본의 엔가를 번안하여 유행시킨 것이 그 시초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트로트는 태생적으로 엔가를 닮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왜색이니 하여 단속을 했다는 게 아이러니지요. 1932년경부터 국내 작곡한 노래들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극심한 고통에 헤매던 서민들에게 이런 처량한 리듬의 노래는 정서적으로 잘 먹혀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류는 일본 것이었으나 우리의 정서를 담기 시작하여 독특한 한국형 트로트인 ‘뽕짝’으로 발전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 일본 방송도 집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가끔은 NHK 방송을 봅니다. 일본 가수들의 오리지..

孔子穿珠 (공자천주) / 안병화의 시사 한자성어 <3>

孔子穿珠 공자천주 공자가 구슬을 뚫어 실을 꿰다 孔(구멍 공) 子(아들 자) 穿(뚫을 천) 珠(구슬 주) 중국이 세계에 내세우는 유교의 시조, 학문의 전능인 孔子(공자)는 못하는 일이 없을까 ? 무례한 질문이지만 모든 방면에서 잘 하지는 못했을 터이니,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不恥下問(불치하문)의 가르침을 남겼을 것이다. 이 가르침의 실제적인 예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성어다. 구슬을 뚫었다(穿珠)는 말은 구슬에 나 있는 여러 구멍을 잘 찾아 실을 꿴다는 뜻. ‘뚫을 천‘인 穿은 어려운 글자이지만 穿孔(천공), 穿鑿(천착) 등으로 제법 많이 쓰인다. 孔子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는 일이 중요하지 다른 조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나 신분, 귀천과 부귀는 더군다나 문제가 ..

道聽塗說 (도청도설) / 안병화의 시사 한자성어 <2>

道聽塗說 도청도설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하다 道(길 도), 聽(들을 청), 塗(칠할 도), 說(말씀 설) 국제신문 오피니언 란을 보면 사설과 함께 ‘도청도설’이 실린다.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전통의 짧은 칼럼이지만 그냥 그 말의 뜻을 모르고 지나치는 젊은 독자도 제법 많을 것이다. 여기에는 한글 전용 이후로 ‘道聽塗說‘에서 ’도청도설‘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道聽塗說은 길에서 듣고(道聽) 길에서 말한다(塗說)는 뜻으로, 길거리에 퍼져 돌아다니는 뜬소문을 뜻한다. 뜻으로만 보면 믿을 수 없는 뜬소문이지만 칼럼은 한 곳에 구애되지 않고 自由自在(자유자재)의 주제로 재미있게 펼쳐나간다는 의미가 있어 많이 읽힌다.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을 뜻하는 流言蜚語(유언비어)를 유포하면 벌..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 / 김현정

매일 아침 같은 시각 출근길에 마주치는 할머니가 한 분 있다. 허리가 기역자보다도 더 굽었다. 고개만 쑥 내밀고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걷는데, 놀랍게도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신호가 바뀔세라 부리나케 움직이곤 한다. 할머니는 폐지를 나른다. 한 몸 추스르기도 힘겨워 보이지만, 밀고 가는 보행기 위에는 언제나 폐지가 한가득이다. 아마도 길 건너 고물상으로 향하는 것이리라. 오늘도 어김없이 횡단보도 앞에 정차하고 서 있는데, 병원 옆길 골목 어귀에 할머니가 홀연 나타났다. 주름 사이 매서운 눈매로 잽싸게 신호등을 스캔하더니, 얼마 남지 않은 녹색 깜박등이 충분하다고 세었는지, 쪽 찐 비녀 옆 허연 머리숱을 흩날리며 사샤샥 순식간에 길을 건넌다. 살아있는 눈빛, 날렵한 발동작, 먹이를 앞에 둔 맹수 같은 집중력,..

'타자기의 역설' / 박해현

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를 냈다. 15세기 루마니아의 흡혈귀 전설에 바탕을 둔 작품이었다. 미신을 소재로 삼았지만 소설 내용은 19세기 최첨단 과학기술로 꾸몄다. 드라큘라를 쫒는 주인공들이 열차를 타고 다니며 여행자용 타지기로 글을 쓰고 축음기로 말을 녹음한다. 이때만 해도 타자기는 최첨단 문명의 상장이었다. 타자기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이어서 요즘엔 '빅토리아 시대의 하이테크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이후 타자기는 컴퓨터에 밀려 일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인들도 외면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타자기를 고집하는 작가도 있다. 미국 소설가 풀 오스터는 2002년 산문집 '타자기를 치켜세움'을 냈다. 그는 30년 가까이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쓴다고 했다. 숱하게 이..

'거시기'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있다. 여기저기서 무시당할 때 하는 푸념인데 홍어의 '거시기(홍어X)'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다는 의미다. 홍어 수컷 꼬리에 돌출돼 있는 '거시기'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없고 가시까지 붙어있어 잘못 다루면 손만 다친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홍어 수컷을 잡자마자 생식기를 뽑아버렸다. 더욱이 암컷보다 수컷 값이 헐값이어서 일부 상인들은 생식기를 잘라내고 암컷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암수는 서로 가시를 박고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암컷이 낚시에 걸리면 수컷이 등에 업힌 채 따라 올라온다. 결국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姦淫) 때문에 죽는다. '물텀벙이'이란 물고기가 있다. 예전엔 입이 크고 흉하게 생겨 그물에 딸려오면 재수 없다고 뱃전 너머로 던져버렸다. 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