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가 커피 광고 음악을 작곡했다고?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근엄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바흐지만 커피를 소재로 칸타타를 만들어 커피 하우스에서 초연을 했다.
오페라를 작곡한 일이 없는 바흐지만 커피를 지독하게 사랑했거나,
당대에 커피가 대유행 중이어서 커피를 소재로 한 음악이 충분히 흥행할 수 있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악성 베토벤이 작곡한 곡의 8할은 커피 덕이라고?
이건 더더욱 거짓말로 들리겠지만 개연성이 있다.
커피를 지독히 사랑한 베토벤은 매일 아침 원두 60알을 일일이 세어 커피를 끓여 마셨다.
놀랍게도 오늘날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양이다.
매력적인 커피의 향과 쓰고, 시고, 달고 한 복합적인 맛이 영감을 불어 넣었겠지만,
무엇보다 카페인이 주는 각성의 효과가 베토벤을 자극했을 것이다.
커피에 관한 음악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으니,
신중현이 만들고 펄 시스터즈가 부른 ‘커피 한 잔’이 그것이다.
길지 않은 가사에 어찌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멜로디의 노래다.
누군가는 서구적 외모와 무대 매너를 선보인 펄 시스터즈 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펄 시스터즈가 없는 요즘에도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면 그것은 분명 노래 자체의 힘일 것이다.
그런데 왜 커피 한 잔일까?
커피뿐만 아니라 마시는 것은 늘 한 잔으로 표현된다.
‘차 한 잔 할까?’란 말도 그렇고, ‘한 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란 가사도 그렇다.
한 잔은 이유가 있는 법.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맛과 향, 그리고 각성 효과에 적당한 커피의 양이 있다.
노래가 알려 주듯이 단숨에 마시기에 적당한 알코올의 양이 있다.
그 한 잔이 또 한 잔이 되더라도 한 잔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커피 한 잔의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반 잔으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벼운 주머니가 서럽다.
한성우 /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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