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가을' / 모윤숙
가을 / 모윤숙 매미의 긴 시름도 언덕 맡에 가버리고, 하늘 기슭에 떠도는 기러기 비명이 달비친 새벽창가에 외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간다. 잎 지는 소리도 이 밤은 더한층 처량히 들려 내 맘은 어두웠다 밝았다 하여, 지향 없이 떨고 있다. 가을은 젊은 가슴에 회색 강을 파고 이름 모를 추억을 끌어준다. 나는 푸른 6월의 품도 좋아하거니와, 갈색 황혼 아래 외로이 산기슭을 헤매는 낙엽의 가을도 좋아한다. 삶보다 죽음, 그리고 화혼식(華婚式)보다 상가의 곡성을 따르는 이 심리이기에, 나는 무성한 여름의 풍부한 여름보다 헐벗어 쫒김 받는 가을 잎새에, 나의 맘은 항상 끝없는 애착을 느낀다. 이것은 성격의 비애라 할까? 운명의 슬픔이라 할까? 윤택하지 못한 혼이 곳곳마다 터지는 비극의 생가에서, 인생을 엿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