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 of Jeju azbang

제주아즈방의 이런 저런 여러가지 관심사 창고

🤍 濟州道/濟州의 詩 . 19

'몸국' / 오승철

몸국 / 오승철 그래, 언제쯤에 내려놓을 거냐고? 혼자 되묻는 사이 가을이 이만큼 깊네 불현듯 이파리 몇 장 덜렁대는 갈참나무 그래도 따라비오름 싸락눈 비치기 전 두말떼기 가마솥 같은 분화구 걸어놓고 가난한 가문잔치에 부조하듯 꽃불을 놓아 하산길 가스름식당 주린 별빛 따라들면 똥돼지 국물 속에 펄펄 끓는 고향바다 그마저 우려낸 몸국, 몸국이 되고 싶네 * 2016. 제6회 한국시조대상 수상작 오승철(1957~ ) 남원 위미 生. 1981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개닦이』『누구라 종일 홀리나』『터무니 있다』등 이호우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대상 등 수상.

'자리 젓 / 오승철

자 리 젓 / 오승철 이대로 끝장났다 아직은 말하지 마라 대가리에서 지느러미, 또 탱탱 알 밴 창자까지 한 소절 제주사투리, 그마저 삭았다 해도. 자리라면 보목리 자리, 한 일년 푹 절여도 바다의 야성 같은 왕가시는 살아 있다. 딱 한 번 내뱉지 않고 통째로는 못 삼킨다. 그렇다. 자리가 녹아 물이 되지 못하고 온 몸을 그냥 그대로 온전히 내놓는 것은 아직은 그리운 이름 못 빼냈기 때문이다.

'산당화 핀 날' / 양전형

♧ 산당화 핀 날 햇살이 모두의 기다림 속으로 밀려든다 눈꺼풀 한 겹씩 봄을 깨워내던 산당화 눈두덩이에 붙어있던 입춘 늦추위를 “너 잘 걸렸다” 단번에 눈썹 아래로 떨어뜨린다 “명자야 너 언제 필래” 재촉하는 굴뚝새가 꼬리를 세워 올릴 때마다 “나도 뜨거워야 핍니다” 탱탱하게 가슴 도도하던 산당화 뜨거운 누구의 고백을 삼키고 말았나 남루를 걸친 울타리 구석에 산당화 핀 날 개잠들었던 내 의식이 컹컹 짓고 주변에 풀과 나무들 가늘게 눈을 뜬다 마당의 정서 맛이 사뭇 깊다

'셔?' / 오승철

제29회(2010년) 중앙시조 대상작. 제주말 '셔?'에는 대략 세 가지 용법이 있다고 시인은 설명한다. "안부를 물을 때나 찾고자 하는 사람이 집에 있는지 확인할 때, 또는 그냥 아는 집 앞을 지나가다가 집이 비어 있는지 궁금할 때 쓰는 말입니다." 제주의 풍경이 그려지는 시조이다.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인 오승철의 "셔?"는 시적 발상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 역시 대단히 높은 작품이다. 단순히 존칭 보조어간 하나로 제주도라는 지역의 정서적 특성을 아주 잘 살려냈다. 또한, 이 작품은 시인의 오랜 시력과 자기 갱신 의지가 일궈 낸 빛나는 성취이자 시조문학의 값진 수확이다. 본심 심사 : 시조시인 유재영 박기섭씨, 평론가 장경렬씨 오름은 과거 폭발한 적이 있는 화산이다. 내부의 고통을 분출한적이 있는 ..

'내 사랑 서귀포 바다' / 고정국

내 사랑 서귀포 바다 유자차 한 잔에도 정이 드는 서귀포 바다 부르면 와 닿을 듯 유채 만발한 해역에서 동박새 붉은 울음만 뱃길 위에 떨구는 섬 지금도 밤만 되면 그 젊은 별로 떠서 안개 속 성채 같은 바닷속에 잠겼다가 때로는 섬 끝에 올라 주린 눈길로 오는 불빛 끝끝내 회귀의 꿈은 섬 벽에 부서지고 선잠 깬 새끼섬 바람 끝에 외롭던 날 칠십리 퇴적된 설움을 물안개로 포갠다

'濟州詩抄' / 박목월

濟州詩抄 무스거꽝 내가 아는 제주도 사투리는 이 한마디뿐이다. 40대 후반의 서술적인 문맥 안에서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것을 익혔다. 무엇이냐의 뜻일까. 굴거리나무처럼 소박한 그 억양 제주도에는 墓자리 뿐이었다. 어느 비탈이나 양지바르고 누우면 편안하게 썩을 수 있는 漢拏山둘레의 햇빛, 이슬, 바람, 안개. 무스거꽝. 뭐래? 그런 뜻일까. 굴거리나무처럼 소박한 그 안방에서는 저승도 馬羅島쯤 가까운, 나는 그것을 馬牌처럼 차고 대낮에도 떠날 수 있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이생진(李生珍. 1929~ ) 시인 충남 서산 출생 추천으로 등단. 1954년부터 1993년까지 중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였다. 서울의 보성중학교 교직을 끝으로 평생을 바다와 섬으로 떠돌며 인간의 고독와 섬의 고독을 잇는 시를 써왔다. 우리나라 섬의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정경과 파도와 곤충들과 꽃과 새를 구석구석 알고 있는 유일한 시인으로, 섬처럼 고독하고 맑게 늙어서 지금은 우이동 도봉산 산자락에 살고 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섬으로 떠나서 죽은 뒤에도 섬으로 남고 싶다는 살아 있는 섬이다, 섬시인 시집 등 산문집.

'떠나가는 배' / 양중해

* * 양중해 (1927~2007) 詩人, 전 대학교수 제주 출신으로 1959년 사상계에 詩 '그늘'로 등단. '파도'(1963년), '한라별곡'(1992년) 등의 시집을 냈으며 제주대 교수와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떠나가는 배'는 한국전쟁으로 제주에 피난온 피난민들이 항구에서 이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섬이 안고 있는 숙명과 이별의 정서를 절절히 표현한 양중해 詩人의 1953년 작품으로, 당시 濟州에 피난 왔던 작곡가 변훈이 曲을 붙임으로써 제주를 대표하는 歌曲이 됐다. 양중해 시인은 '이별'은 문학의 주제이고, 한국문학의 주류 역시 "'이별(별리)'의 정서를 다루고 있다며, '떠나가는 배'도 고려가요 '가시리', 김소월의 '진달래 꽃' 등등 한국인의 이별의 정서를 잇고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