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
대중가요 '오동동타령'은 흥겨운 멜로디로 가을밤 외로운 마음을 달래던 노래다.
오동추야(梧桐秋夜)는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밤을 말하며,
오동동(梧桐動)은 실바람도 없는데 커다란 잎이 동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양을
묘사한 의태어라고 한다.
한용운은 詩 '알 수 없어요'를 통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일으키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로 오동동을 시어(詩語)로 표현했다.
오동나무는 현삼과로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넓어 너비가 50~60㎝ 넘는 것도 있다.
봄이 온 지 한참 지난 5월에야 보랏빛 통꽃이 하나둘 떨어지면 그제야 잎을 내밀기 시작하며, 다른 나무들이 단풍 잔치에 한창일 무렵 슬며시 잎을 떨구기 시작한다.
그래서 커다란 오동잎 하나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는 옛말이 일엽지추(一葉知秋)의 가을 감성에 젖게 한다.
이름에 '오동'이 들어가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나무가 있는데,
벽오동과 개오동나무 그리고 취오동이 대표적이다.
벽오동은 이름 그대로 줄기 색깔이 푸르며(碧) 큰 잎이 오동나무와 닮았지만,
가문은 벽오동과로 중국에서는 오동(梧桐)이라 하면 벽오동을 일컫는다.
「장자」에 나오는 '봉황은 벽오동이 아니면 머물지 않는다'(非梧桐不止)는 말에서 연유하여 선비들의 공간인 향교나 서원에 흔하게 심었다.
화투 열한 끗이나 11월을 의미하는 이른바 '똥광' 그림의 새 머리와 나뭇잎이 바로 봉황과 벽오동 잎이다.
가을에 과자 '빼빼로' 같이 생긴 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 식물이다.
경북 청송군 부남면 홍원리에는 천연기념물 제401호 개오동나무 세 그루가 300년 넘게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
냄새가 고약하여 '취(臭)오동'이라고 부르는 누리장나무는 마편초과 집안으로
열매 모양이 어머니들이 장식으로 다는 브로치와 흡사하다.
이 밖에 오동나무 동(桐)자가 이름에 들어간 나무에는,
자동(刺桐·음나무) · 의동(椅桐·이나무) · 야동(野桐·예덕나무)도 있다.
옛 사람들은 잎이 넓고 모양이 유사하거나 나무의 쓰임새가 비슷하면,
나무 이름도 '돌림자'를 넣어 지은 게 아닌가 짐작된다.
조선시대 문장가 신흠이,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품는다'(桐千年老恒藏曲)고 했던 것처럼,
전통악기인 가야금이나 거문고, 비파 등을 오동나무로 만들었다.
오동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따라오지 못할 독보적인 소리를 낸다고 장인들은 말한다.
또 나무가 속성으로 잘 자라며 가볍고 해충의 피해가 적어서,
장롱이나 문갑, 소반, 목침, 나막신 등 생활용품의 소재로 두루 쓰였다.
오동나무와 관련된 전설을 간직한 사찰이 팔공산에 있는 동화사다.
신라시대에 절을 창건하고 유가사라 불렀으나,
흥덕왕 7년(832년) 심지 대사가 중창할 때 한겨울에 절 주위에 있는 오동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고 해서 그 후 이름을 동화사(桐華寺)로 불렀다고 한다.
오동나무가 등장하는 조선 후기 풍속화 김득신의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를 보면,
집 주변에서도 흔하게 길렀던 모양이다.
사립문 앞 오동나무 아래서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그림인데 화제(畫題)가 재미있다.
'개 한 마리가 짖고 두 마리가 짖고 동네 개들이 따라 짖네.
아이 불러 문밖에 나가 살피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네.'
(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卦梧桐第一枝)
민생이나 국익보다 정치적 패거리 주장을 따라 맹목적으로 떠드는,
오늘날의 정국을 예측하고 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풍자와 해학이 뛰어나 나무 이야기에 덧붙인다.
매일신문 / 2020-11-04. [이종민의 나무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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