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를 냈다.
15세기 루마니아의 흡혈귀 전설에 바탕을 둔 작품이었다.
미신을 소재로 삼았지만 소설 내용은 19세기 최첨단 과학기술로 꾸몄다.
드라큘라를 쫒는 주인공들이 열차를 타고 다니며 여행자용 타지기로 글을 쓰고 축음기로 말을 녹음한다.
이때만 해도 타자기는 최첨단 문명의 상장이었다.
타자기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이어서 요즘엔 '빅토리아 시대의 하이테크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이후 타자기는 컴퓨터에 밀려 일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인들도 외면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타자기를 고집하는 작가도 있다.
미국 소설가 풀 오스터는 2002년 산문집 '타자기를 치켜세움'을 냈다.
그는 30년 가까이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쓴다고 했다.
숱하게 이사를 하면서 수많은 물건을 내다버려, "지금도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이 타자기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타자기가 독일 올림피아사(社) 제품이다.
러시아 연방경호국(FSO)이 얼마 전 독일 올림피아에 타자기 스무 대를 준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정보를 관리하는 FSO는 앞으로 기밀문서를 모두 타자기로 작성하기로 했다.
아예 타자기로 종이 문서를 만들어야 컴퓨터 해킹을 당할 염려도 없다는 애기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 문서를 유출했고 미국 국가정보국(NSA)의 정보 수집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폭로된것도
컴퓨터 불신을 키웠다.
올림피아는 1903년부터 타자기 제조업체로 이름을 냈다.
그러나 컴퓨터 시대가 열리자 92년 타자기 생산을 중단했다.
다만 인터넷 쇼핑몰에선 중고 올림피아 타자기가 거래돼 왔다.
러시아가 우리 돈으로 1680만원을 들여 사들이기로 한 올림피아 타자기는 '트라이엄프 아들러 트웬 180' 이라는
모델이다.

80~90년대 인기를 끈 제품이라고 한다.
컴퓨터 자판을 생산해 온 올림피아는 러시아의 특별 주문을 받아들여 타자기를 만들기로 했다.
2011년 인도에 남아 있던 마지막 타자기 공장이 문을 닫았다.
앞으론 안경처럼 쓰는 스마트폰도 일상에서 쓰일 거라고 한다.
컴퓨터가 날로 발전할수록 해킹에 대한 두려움도 커 간다.
러시아 정부처럼 다른 나라 정보기관이나 기업에서도 기밀 문서를 앞다퉈 타자기로 치는 문명의 역설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선 옛날 타지기를 태블릿 PC에 연결한 북고풍 제품도 나왔다고 한다.
따닥따닥, 타자 치는 소리가 망각의 저편에서 뚜벅뚜벅 되돌아오는 듯하다.
* 박해현 / 조선일보 논설위원 / 201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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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문서를 타자기로 치는 문명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가 날로 발전할수록 해킹에 대한 두려움도 커 간다.
러시아 연방경호국은 앞으로 기밀문서를 모두 타자기로 작성하기로 했다.
따닥따닥, 타자치는 소리가 망각의 저편에서 되돌아오는 듯하다.

타자기의 추억
타 타타 타다닥(줄 바꾸는 소리)
6~70년대 웬만한 사무실에는 다 있던 타자기 소리다
당시만 해도 실업학교인 상고의 여학생들은 타자,부기,주산 몇급을 취득했느냐에 따라 취업이 결정되던 시기였다
1990년대 이후 타자기는 컴퓨터에 밀려 일상에서 사라지면서 추억의 물건이 되어 버렸지만,
이 타자기로 인한 아련한 추억이 남아있다
60년대 말 각 관공서에선 공문을 볼펜으로 기안지에 작성해서 타자수(지금의 기능직 공무원 직급)에게 넘겨 공문을
완성해 발송했는데 내가 근무하던 곳에도 미스 김이라는 발랄한 아가씨가 있었다
가끔 커피도 사주고 밥도 사줘 가면서 이 아가씨에게 타자기 기술을 사사받아 그나마의 실력으로 지금의 컴퓨터
독수리 타법을 겨우 면했으니 장래를 내다본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큰 소리 한번 쳐도 될런지..
따닥 따닥 드르륵.......
타자치는 소리가 사무실내에 퍼지고 망각으로 잊어져간 타자기들이 언젠가 우리앞에 놓일지도 모른다.
미스 김, 미스리의 은어같이 하얀손이 자판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아름다운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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