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菊花) / 목성균 어머니가 심으신 국화 두 폭이 소설(小雪)이 지나자 마침내 시들었다. 청초한 꽃송이를 담뿍 피워 스산한 초겨울 마당을 화사하게 밝혀 주던 국화였다.아버지는 중풍이 들어 계신다. 발이 네 개 달린 환자용 알루미늄 지팡이를 짚으셔야 겨우 마당에 나가 보실 수 있다. 뜰이 한 길, 마루가 한 길, 덜렁하게 높은 한옥에서는 누가 업어 내려 드리기 전에는 방에서 꼼짝을 못하셨다. 그래서 아버지 혼자 마당에 드나들 수 있도록 동선높이를 없앤 조립식 주택으로 개축을 하고, 마당에는 혹시 아버지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잔디를 심었다. “원, 마당을 풀밭을 만들다니, 집안이 망조가 드는구나.”어머니는 마당을 잔디밭으로 만드는 걸 몹시 섭섭하게 여기시는 눈치였다. 왜 안 그러시겠는가. 차일을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