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가을 왕조' / 김영미
밀양 표충사를 거쳐 천황산에 오를 때이다. 쉬어가느라 8부 능선 너럭바위에 앉아 지금껏 힘들게 오른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겹겹이 주름진 골짝마다 굽이굽이 붉게 물든 나무들이 오색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산 전체가 교향악단이 되어 무르익은 가을을 자축하고 있으니,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합창이 되어 멀리 구름까지 울려퍼지는 듯, 마침 사자평 억새밭을 건너온 은빛바람에 몸을 싣고 숲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가볍게 출렁이고 있었다. 어-, 어-, 술만 취하는 것이 아니구나, 감흥에 겨워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두 팔을 양껏 벌려 산 전체를 품안으로 들여 껴안고 한 잎, 한 잎, 이쁘구나 이쁘구나, 입맞춤을 해주고 싶었다. 방법이 없다 이길 밖에는 .. 수청을 들라-앗 ! 지엄하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