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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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구월이 오면 / 안도현 >
올해 8월은 폭염의 나날이었다.
역대급 열대야가 기록된 여름이다.
구월이 오면 좀 달라지겠지!
그런데 그렇게 바라던 구월은 우리에게 어떻게 오는가?
패티 김은 ‘구월의 노래’에서 ‘구월은 소리로 온다’라고 노래한다.
“꽃이 피는 소리, 꽃이 지는 소리,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낙엽 지는 소리는 들어보았지만,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나?
시인 안도현도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고 있는지 묻는다.
꽃이 지면 열매가 여물어 가듯 구월이면 벼알이 여물고 감도 여물고 익어 간다.
강물도 벼알처럼 여물어 가는 것일까.
강물이 여무는 소리를 듣고 아예 강물이 되라고 말한다.
귀로 오는 구월의 소리는 어렵다.
온몸이 귀로 변해야 들릴까 보다.
나의 구월은 피부로 온다.
산뜻한 한 줄기 바람이 분다.
늘어진 피부를 살짝 움츠리게 하는 시원한 바람, 구월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구월이면 ‘푸른 길’을 걸으며,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을 송창식 노래로 듣는다.
‘눈이~ 부시게~’ 창공을 뚫는 첫 소절이 눈이 부시도록 푸르르다.
온몸으로 구월을 느낀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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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푸르른 날 / 서정주 >
* by 현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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