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도 일가(一家) 친척들이 함께 차례를 지낼 수 없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일가 ‘비대면 추석’이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온라인에도 지난해와 같이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모두가 너무 지쳐버린 탓일까.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불효자는 ‘옵’니다’,
‘며늘아, 안 와도 된다. 아들아, 선물은 택배로’ 등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캠페인 구호도 사라졌다.
또 선거 때문인지.
정부 역시 귀성 자제를 촉구했던 지난해와 달리 말을 아끼고 있다.
가뜩이나 명절이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마당에,
상당수 도민들은 일가 친척과 함께하는 명절 차례를 제한하는 코로나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그래도 명절증후군, 이혼율 급증 등 명절과 관련한 부정적 표현과 통계들은 여전하다.
코로나가 문제지만 그 전에 명절 자체가 거북한 행사가 된 것이다.
올해 두번째 일가 ‘비대면 추석’을 넘기고 나면 명절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각자의 집이나 휴가지에서 연휴를 보내며 가족끼리 쉬는 문화가 확산되지는 않을까.
실제로 연휴 기간 전국 주요 리조트와 호텔 객실 예약이 꽉 찼다.
제주에서 연휴를 즐기려는 ‘추캉스족’도 20만~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차례를 안 지내는 집도 늘어났다.
추석날, 산소에 가서 간단히 성묘하는 걸로 대신한다.
그동안 명절은 일가 구성원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화합의 역할이 컸다.
차례는 그것을 이어주는 매개체였을 뿐이다.
한편으론, 아무리 시대에 따라 변한다지만 이대로 가면 명절의 미덕은 간데없고,
‘일가의 해체’만 가속화 되지 않을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추석은 한국에만 있는 명절이 아니다.
중국, 일본, 태국, 월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풍습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명절이다.
그러나 그 의미도 많이 사라졌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투안위앤판(團圓飯·추석날 가족이 모여 즐기는 식사)’을 즐기며, ‘위에빙(月餠·월병)’을 나누어 먹고 ‘둥근 달을 보며 서로의 소원을 빌어 주는 등의 풍습’이 아직 남아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오랫동안 추석 차례가 유지되어온 것은 조선사회 ‘문중’의 유습 때문이다.
일가 문중은 자손들이 조상의 제사와 결속력 강화를 위해 구성한 조직으로 조선시대 중기 이후 일반화되었다.
‘영조실록’ 즉위년 1724년 9월 22일 기록을 보자.
‘신역(身役)을 인족(隣族)이나 혹은 白骨에게까지 지우고 심한 경우에는 한 사람이 온 문중의 役을 겸한다’고 했다.
국가에 대한 세금이나 의무는 친척 공동이 책임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개인주의 사회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추석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는 그 변화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보면 안타깝지만 형제자매의 수가 줄어들고 이혼과 독신이 늘어나면서 추석 풍속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올해 추석에도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다.
‘두둥실’ 밝은 달을 바라보며 타계한 부모님과 그리운 이들을 생각하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여 보자!
그리고 곁에 있을 땐 그 존재를 모르다가 막상 떠나고 나니 정말 ‘그립고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도록 하자.
또 우리 지역사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동네나 마을 단위로 주민들이 함께 명절의 풍습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추석 풍속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처 : 뉴제주일보(http://www.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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