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 / 백남일 내 단골 밥집은 식사 뒤면 으레 숭늉을 내놓았다. 눌은 밥물이 다색으로 우러난 구수한 뒷맛이 좋아 나는 종종 그 집을 찾는다. 숭늉은 밥을 푸고 난 뒤 물을 조금 붓고 끓인 숙수(熟水), 또는 숙랭(熟冷)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선 숙수를 이근몰(익은물)이라 칭했는데,(熟水曰泥根沒), 숙랭은 처음 ‘슉랭’으로 표기했다가 후에 ‘숭늉’으로 변했다는 게, 언어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그런데 요즘은 전기밥솥 사용이 보편화 돼서, 숭늉 맛을 볼 기회가 줄어들어 아쉽기 그지없다. 과거 우리의 취사방법은 아궁이 위의 부뚜막에 무쇠 솥을 걸고 밥을 지었다. 이때 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처리하기 위해 물을 두르고, 한소끔 불을 지피면 꿀물 빛 숭늉이 되었다.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