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理髮) / 정목일 하루의 기분을 좋게 하는 데는 목욕, 한 달의 기분을 좋게 하는 데는 이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에게 이 말은 마음의 짐이며 부담이다.식구들로부터 이발 좀 하라는 채근을 받고서야 비로소 이발할 생각을 하게 되면, 그것도 시간이 있고 기분이 내켜야만 이발소에 가게 된다.소요 시간만도 두 시간 가량 드니, 무작정 이발소에 갈 수도 없다. 시간이 아깝거니와 ‘면도’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싫어서, 한동안 미장원을 이용하기도 했다. 여자들 틈에 끼어 미용사의 손에 머리카락을 잘리는 것이 편안하지는 않았으나, 30분 정도로 간단히 끝낼 수가 있어 좋았다.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미장원 출입도 마땅하지 않았다. 젊은 여자들의 온갖 잡담을 들어야 하고, 흘깃흘깃 훔쳐보는 시선을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