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 /곽흥렬산골의 여름은 뻐꾸기 소리로 온다.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할 무렵, 세상의 풍경이 나른해지는 오후가 되면, 저 멀리 산등성이 쪽에서 남편 잃은 청상(靑孀)의 피울음처럼, 뻐꾸기가 "뻐꾹~ 뻐꾹~" 처량하게 목청을 뽑는다. 무연히 턱을 괴고 앉아서 허공으로 오래 눈길을 보낸다. 흘러간 날들의 정경이 주르르 망막에 맺혀 온다. 마흔몇 해 전 가수 조영남이 불렀던 '옛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입가에 흥얼거려진다. "뒷동산 아지랑이 할미꽃 피면 꽃댕기 매고 놀던 옛 친구 생각난다. 모두 다 어디 갔나 보두 다 어디 갔나 나 혼자 여기 서서 지난날을 그리네." 가만히 노래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으려니 가슴에 싸한 바람이 인다. 삼십 년 전의 일은 낱낱이 기억되어도 눈앞의 일은 금세 잊어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