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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의 한라산이야기 - 42] 한라산의 소나무 숲

아즈방 2023. 1. 7. 09:30

[강정효의 한라산이야기 - 42]

한라산의 소나무 숲

숲의 흥망성쇠 가름하는 지표…한라산 소나무 지켜내야

재선충병 문제…보호수 지정나무 지켜내야
개미등 일대 분포…타지역 '금강송 숲' 버금

▲ 관음사등산로의 개미등 일대 소나무 숲은 나무의 자람이나 모양새·형질·선강도 면에서

목조건축의 으뜸으로 치는 금강송 숲에 못지않은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있다.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
요즘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 문제로 난리다.

지난 9월2일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연일 고사목 베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보도에 의하면 11월 현재 제주지역 소나무 고사목이 17만5000여본,

내년 4월까지 5만2000여본이 더 고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연말까지 고사목 약 15만 그루를 제거할 계획이며,

나머지 7만여 그루는 2차적으로 2월말까지,

추가 발생하거나 누락된 고사목은 4월말까지 제거한다는 목표다.

고사목 제거와는 별도로 각급 학교의 풍치림, 문화재보호구역, 마을 보호수, 노거수 등에 나무주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공무원과 도민은 물론 특전사와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군인 지원인력들이 방제작업에 대거 투입

됐다.

이 과정에서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하다가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잘라내는 소나무를 보는 것도 그렇거니와 사망과 부상 등 피해가 속출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위협받는 천연기념물
소나무재선충 문제와 관련해 초미의 관심은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그리고 혹시 한라산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산방굴사 앞 소나무는 재선충 피해를 입어 고사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 소나무는 1701년 제작된 탐라순력도에도 등장하는 소나무다.
 
이 노송과 관련해 전설이 있는데,

300여년전 사계리 사는 유명록(柳明錄)이라는 사람이 굴사 입구에 있는 장군석을 보호하기 위해,

소나무 3그루를 심었던 것이라는 얘기와, 200여년전 사계리에 사는 이계흥이라는 사람이 마을에서

산방굴을 올려다 볼 때마다 뚫어진 굴의 입구가 너무 허하고 보기에 흉하다해 소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제 이 소나무를 베어내면 다시 굴이 시커멓게 드러날 텐데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볼 문제다.
 
한편 제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는 소나무는 산천단의 곰솔군락과, 애월읍 수산저수지 앞

소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160호 산천단 곰솔군은 1964년 문화재로 지정됐는데,

이곳에는 곰솔 8그루가 있다.

이 곰솔들은 나이가 500∼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평균높이는 29.7m, 평균둘레는 4.35m다.

이곳은 예전에 한라산신제를 지냈던 곳으로, 마을 사람들은 하늘의 신이 땅으로 내려오는 통로에 있는

나무라고 믿어 신성시 여겨 보호해 왔다.
 
천연기념물 제441호인 수산리 곰솔은 2004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수산리 입구 수산봉 남쪽 저수지 옆에 위치하며, 수고 12.5m, 수관폭 24.5m, 수령은 약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곰솔은 마을의 수호목으로서 주민들이 적극 보호하는 등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고,

곰솔의 상부에 눈이 덮이면 마치 백곰이 저수지의 물을 마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붉은색의 소나무, 회백색의 곰솔
소나무와 곰솔은 다른 종이다.

소나무는 껍질이 붉고 가지 끝에 붙은 눈의 색깔이 붉기 때문에 적송이라 말하고,

바닷가보다는 내륙 지방에 주로 난다고 해서 육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곰솔은 소나무과로 잎이 소나무 잎보다 억세고,

소나무의 겨울눈은 붉은색인데 반해 곰솔은 회백색인 것이 특징이다.

바닷가를 따라 자라기 때문에 해송(海松)으로도 부르며,

또 줄기 껍질의 색이 소나무보다 검다고 해서 흑송(黑松)이라고도 한다.

바닷바람과 염분에 강해 바닷가의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나 방조림(防潮林)으로 많이 심는다.
 
두 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일부 지역에만 자라는 아시아 동북부의 유용한 나무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수평적으로 북부의 고원지대를 제외한 전 지역에 자란다.

내륙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류는 거의 대부분 소나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곰솔은 중부 이남의 바닷가 근처에만 자라는데, 서해 쪽에서는 황해도 이남, 동해 쪽에서는

경북과 강원도의 경계 지역 이남의 바닷가 근처에서만 볼 수 있다.
 
한라산에는 소나무와 곰솔 두 종 모두 자란다.

일반적으로 곰솔은 해안지대에서 한라산 해발 800m까지 분포하고,

소나무는 해발 800m에서 1500m까지 분포한다.

그 중에서도 해발 1200m 부근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것과는 달리 곰솔인 경우는 산북지역에서 아주 드물게 분포한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의 소나무숲 총면적은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13.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한라산국립공원의 8.6%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유전자원연구팀이 조사한 결과다.
 
영실 적송군락…아름다운 숲 우수
한라산의 소나무숲은 크게 6개 권역으로 나뉘는데,

돈내코 소나무숲이 가장 넓고, 다음은 영실, 개미등, 성판악, 천백고지, 아흔아홉골의 순이다.

그 분포양상을 보면 해발 1000미터에서부터 1400미터 사이에 전체의 80.5%가 분포하고 있다.

고도별로 보면 해발 630m의 아흔아홉골 소나무숲이 가장 낮은 지대고,

해발 1500m까지 형성되어 있는 개미등 소나무숲이 가장 높은 지대의 소나무숲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한라산에서의 소나무 군락이라 하면 많은 이들이 영실의 적송군락을 떠올릴 것이다.

영실 적송지대는 도로변이나 등산로에서 쉽게 볼 수 있기에 먼저 떠올리는 곳으로,

이곳은 2001년 산림청에서 주관한 제2회 아름다운 숲 공모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흔아홉골 천왕사 일대는, 천왕사 입구에서 석굴암에 이르는 탐방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영실에서 보던 적송지대와 유사한 느낌을 갖게 되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과시하려는 듯, 적송의 뿌리들이 땅 위로 얽힌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관음사 개미등 일대 소나무 숲
관음사등산로의 개미등 일대 소나무 숲은 나무의 자람이나 모양새, 형질, 선강도 면에서 목조건축의

으뜸으로 치는 금강송(金剛松) 숲에 못지않은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한라산 북사면 자락의 소나무는 자람 정도를 나타내는 1년 평균재적생장량이 0.030㎥로

삼척 활기 소나무림 0.036㎥, 울진 소광천 0.036㎥ 등과 비슷했지만,

줄기의 곧은 정도를 나타내는 통직성은 4.0으로 삼척의 2.9, 울진 소광천 3.5보다 높았다.
 
또 나무줄기의 모양을 나타내는 형상비도 1.26으로 삼척의 0.43, 울진 소광천의 1.13보다 높게 나타나

형질면에서 우리나라 우량 소나무 숲인 삼척과 울진 등의 금강송에 버금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나무 숲을 이룬 관음사등산로 개미등 일대는 좌우가 동탐라계곡과 서탐라계곡으로 나뉘어져,

주변과는 계곡으로 단절돼 있는데,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산철쭉과 제주조릿대가 무성한 고산초원의 모습을 보이다가,

소나무 숲으로 천이가 이뤄져 이들 소나무의 수령이 50년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흔히들 소나무숲은 우리나라의 온대지역에서는 숲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지표로 여겨왔다.

필요하다면 저지대의 소나무재선충이 한라산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한라산의 소나무를 보호할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재선충으로 베어낸 숲에 대체목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라산의 소나무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이다.

 

글 : 강정효 / 사진작가 / 제민일보- 201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