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의 한라산이야기 - 43]
한라산의 가치
'어머니산' 한라산, 장래 위해 더 큰 보전가치 지켜내야
환경 훼손 후 다시 거론된 한라산 남벽코스 개방
지역경제 활성화…한라산 보전가치 우선시 해야
가상적 가치평가방법
제주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육지부의 경우,
어린 시절 뛰놀았던 마을의 뒷산에 대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다가 모처럼 찾아보고는 놀라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우선은 어릴 때 그렇게 크고 높게 보였던 뒷산이 어른이 돼서 보니 그리 크지도, 높지도 않은 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그럼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마을에서건 한라산이 보일 뿐만 아니라 늘 한라산을 보면서 자라는데,
나중에 어른이 돼서 보더라도 역시 크고 높은 산으로 그 자리에 우뚝 솟아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라산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에 이어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
된 곳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라산 자락의 물장오리와 1100고지 습지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지금 말하는 곳은 모두 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는 것만 얘기한 것이다.
한라산이 곧 제주도요,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니 구역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지만,
공원 구역 밖으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자원을 품고 있는 그야말로 세계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라산의 가치를 계량화한다면 얼마나 될까.
자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에 국립공원과 같이 시장기구가 존재하지 않는 공공재의 가치는,
크게 실제 이용가치와 비이용가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실제 이용가치는 자원을 소비자가 실제로 이용함으로써 얻는 가치로,
여행비용법에 의해 추정한 수요곡선의 내부면적, 즉 실제 소비에 따른 지불가액과 소비자잉여의 합계로
형상화된다.
반면 비용자가치는 자원을 이용하지 않는 비용자에게 발생하는 가치로 보전가치라 부른다.
보전가치는 아름다운 자연자원이나 수질, 동식물, 환경 등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것으로,
비이용자들이 잠재적으로 받게 되는 편익 또는 효용을 말한다.
그리고 보전가치는 다시 선택적 가치와 존재가치, 유산가치를 합한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비이용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에 주로 이용되는 것이 수혜자에게 직접 설문지를 돌려 의견을
듣는 가상적 가치평가방법(CVM; contingent valuation method)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평가하고자 하는 자원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인터뷰방식을 통해 가상적 상황을 생동감 있게
제시한 후 가상적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 대가로 얼마만큼의 비용부담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으로
거기서 나타난 지불의사 금액을 자원가치로 평가하는 것이다.
한라산 경제적 가치 4조6171억원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라산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그 가치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먼저 2008년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한라산 탐방객 적정수용관리 방안 조사를 할 때 실시했던 경우와,
2012년 한라산연구소에서 한라산국립공원의 자연자원 조사를 하면서 함께 조사한 것이다.
2008년 조사 당시 한라산의 가치는 연간 총이용가치 67억원, 연간 총보존가치는 약 1538억원,
연간 총가치는 1605억원이며 이때 총자산가치는 약 3조3705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2007년의 탐방객 숫자인 80만5000명과 전국의 총가계수인 1868만8000가구를 기준으로 한 것.
2012년의 경우 한라산국립공원을 직접 이용한 탐방객의 지불의사금액은 1인 1회 기준 1만388원으로
추정됐으며, 보존가치는 1가구가 1년에 1만1867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보존가치 중 유산가치의 경우 5898원이 49.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선택가치 3331원(28%), 존재가치 2638원(22.2%) 순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이용가치는 113억원, 연간 보존가치는 2085억원으로,
한라산국립공원의 총 경제적 가치는 4조6171억원이었다.
환경훼손 후 남벽코스 개방 논란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폐쇄된 지 15년 만인 지난 2009년 재개방된 돈내코 코스를 정상까지 연결해 다시 개통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
심지어 등산객이 한쪽으로만 집중돼 한라산이 아픔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남벽코스를 개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알다시피 돈내코 등반로는 심각한 환경훼손으로 자연복원을 위해 지난 1994년부터 휴식년제에 묶여
폐쇄됐다가 15년이 지난 2009년 산남지역 경제 활성화와 4개 탐방로에 집중된 등산객을 분산시켜
혼잡과 자연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재개방됐다.
하지만 남벽 붕괴 위험 때문에 정상이 아닌 윗세오름으로 연결했다.
여기서 묻고 싶다.
돈내코 등산로를 재개방한 이후 이용객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재개방의 결과로 산남지역 경제가 얼마나 활성화 됐는지를.
2012년 기준 한라산 탐방객은 113만4000여명으로 이를 등산로 별로 보면,
어리목 36만4000여명, 영실 26만 9000여명, 성판악 41만8000여명, 관음사 6만3000여명,
돈내코 1만7000여명이었다.
심지어 돈내코 코스의 경우 지난해 9월은 813명, 8월은 923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백록담 남벽의 경우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화됐다.
그것도 1986년 5월 1일부터 1994년 6월 말 사이 단 8년만에 망가진 것이다.
당초 남벽순환로를 개설할 때 남벽의 지질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다.
남벽의 현 상황을 본다면 철저한 조사과정 없이 등산로를 개설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그러고도 다시 이곳에 등산로를 개설하자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다.
이 시점에서 앞서 이야기한 이용가치와 보존가치 중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를 고민해 보자.
우리는 이제껏 한라산 케이블카 개설을 주장할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그 이유로 내세웠었다.
그 과정에서 한라산의 가치를 너무나 우습게보지는 않았는지 덧붙여 묻고자 한다.
지난 2009년의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개설하는 게 어떤지를 조사하는 테스크포스(TF) 팀을 운영했었다.
당시 TF팀이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도청관계자가 필자에게 미륵산과 한라산을 비교해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다.
해서 필자는 미륵산의 경우 산림청 선정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라는 이유로 환경단체에서 반대를
했다고 하던데, 한라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의 핵심지역으로,
그 자체로 이미 비교가 되지 않느냐고 답했었다.
한라산 가치 인식하고 지켜내야
우리는 한라산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어머니산'이라는 표현을 쓴다.
또 농담으로 한라산이 우리나라의 태풍을 막아 그 세력을 약화시켜 육지부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니
육지부 사람들은 제주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만큼 한라산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가치를 인식하고 제대로 지켜내야 한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만약에 1967년의 계획대로 백록담 분화구 안에 1000평 규모의 호텔을 짓고,
사라오름과 영실기암에 숙박시설을, 그리고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도로 포장을 했다면,
오늘날의 한라산은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아마도 유원지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여겨본다.
만약에 그랬다면 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한라산이 포함됐을까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당장 눈앞의 이득보다 장래를 위해 더 큰 보전가치를 우선시하자는 얘기다.
이미 40여년 전에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 강정효 / 사진작가 / 2013.12.23 - 제민일보(http://www.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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