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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Bivouac)

아즈방 2022. 6. 15. 10:31

야영(野營), 노숙(露宿)

독일어(Biwak)와 프랑스어(Bivouac)로 야영을 뜻한다.

원래는 텐트 없이 밤을 지새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백패킹과 혼용되어 사용된다.

필자가 처음 산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는 백패킹(backpacking)에 들어설 때만해도 주변에 백패커 수가 많지 않았는데,

아웃도어 광풍이 몰아치더니 오토캠핑 바람으로 이어지고 연달아 백패킹 바람까지 불어 지금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원래 백패킹이란 고산준령을 넘다 힘과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산에서 하룻밤 야영을 하는 행위를 말함인데

이제는 밤하늘 고운 별빛 아래서 정담을 나누다 산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는 자연과 교감하는 캠핑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과거 비박이나 야영은 산꾼들만의 전유물로 먼저 산을 이해하는 산행과 등반이 우선이고 야영과 비박은 이 과정에서 얻게되는 부산물이었다.

비롯 대학산악부나 전통적인 산악회 출신은 아니더라도 지리종주나 설악암벽 아니면 장거리산행을 자주하는 전통 산꾼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산을 잘 모르면서 야영의 낭만만 보고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보통 워킹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등반, 야영,비박에 발을 들여놓는 게 순서인데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바로 백패킹에 입문하는 식이다.

문제는 아예 처음부터 산 언저리 둔덕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소풍을 나온듯 바리바리 먹거리를 장만하여 밤새 酒주님을 찬양하는 놀이문화다.

시대적인 흐름과 개인취향이 다르므로 이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산에서 야영하고 잠을 자고자 한다면 최소한 등산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산을 존중하고 자연과 교감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함이 기본이지 산을 웃고 떠들고 놀러오는 곳으로 취급함은 곤란하지 않은가?

 

그럼 제대로된 비박이나 야영은 뭘 말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딱 이 거다 하는 정답은 없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져야 자연은 물론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지내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전통적인 산꾼과는 거리가 있고 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그동안 느꼈던 바를 두서없이 나열할까 한다.

참고로 필자는 백패킹은 지리산으로 가고 캠핑분위기에 가까운 가족백패킹은 주변 일반산으로,오리지널 전투형 비박은 설악산산행시 시행한다.

 

 

◈ 어느 정도가 적정한 배낭의 중량일까...?

 

자료를 찾아보면 적정한 배낭 무게는 자기 체중의 15~20% 정도가 신체에 무리가 없는 수치라 한다.

배낭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골격에 압박을 가해 등 뒤 흉부와 허리뼈에 굴곡 변화를 유발하고, 심하면 허리디스크를 발생시킨다.

속칭 등판에 쫙 달라붙는 최고급 최첨단 배낭을 택하여 하중을 어깨와 허리,골반으로 분산시켜 준다고 한들 결국은 무게와의 싸움이다.

산행기를 읽어보면 배낭무게가 30kg을 초과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안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운좋게 백패킹 입문을 지리산꾼의 리딩으로 시작한 덕에 일년에 반 이상을 지리산으로 백패킹을 나서는 내 산행스타일과 체력으로 보면은

동계나 하계를 막론하고 20kg 이내로 팩킹하여야 마지막 계곡에서 취수한 물울 지고 막바지 급경사 능선을 치고 박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모든 산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지리산은 막판 능선이 대부분 급경사 사면위에 있어 능선에 붙기 위해서는 코를 땅에 박듯 치고올라야 한다.

개나리봇짐을 매고 올라도 힘든데 20~30kg 이상을 매고 올라야 함은 극한의 조건이라 최대한 무게를 가볍게 하여 올라야 함은 상식이다.

 

어차피 산에서의 백패킹산행은 춥고 배고프고 부족함을 즐기는 행위이다.

1박 이상의 숙식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고 오로지 자신의 두발로만 이동하는 야생의 놀이다.

캠핑같은 야영, 호화노숙, 훈련등반이 아니면 굳이 배낭무게가 20kg을 초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적게 먹고 적게 배출함이 자연사랑의 첫걸음 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주 간단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자.

그리고 음식과 장비욕심을 버려야 한걸음 더 걸을 수 있고 배낭이 가벼울수록 진정한 백패커 고수라 할 수 있다.

 

 

◈ 다음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박산행에 대한 계명에 평소 본인이 느꼈던 생각을 추려봤다.

 

1.과일이나 맥주등 호화로운 먹거리는 배낭에 넣지말라.

2.매에 장사 없듯 술에도 장사 없고 짐에도 장사 없다.

3.남에게 짐이 되는(신세 지는) 산행을 하지말라.

4.아무리 귀하고 먹음직스런 음식이라도 남에게 맡기지 말라.

5.평소 자기 장비의 무게와 배낭의 중량을 정확히 알아두자.

6.무게기준을 넘으면 생명과 관계없는 술과 장비는 과감히 빼라.

7.버너 코펠등 공용장비는 남자가 매어도 여자도 개인장비와 식량은 본인이 지참한다.

8.사회에서 자식자랑 아내자랑 금하듯 산에서 의복자랑 장비자랑 하지말라 팔불출 지름길이다.

9.산에서까지 이성에게 지나친 친절과 관심을 베풀지 말라 TV 드라마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10.산행 후 미사용 장비와 남겨진 음식물 무게를 체크하고 반성하자.

11.바둑도 복기가 중요하듯 산행 후기를 꼭 글로 남기자.

12.아름다운 산에 나의 흔적을 남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