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어
Seriola quinqueradiata Temminck et Schegel
방 어(魴魚)
몸은 긴 방추형이며 약간 측편되어 있다.
등쪽은 흑청색을,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주둥이 끝에서 꼬리자루 사이에 희미하며 폭이 넓은 하나의 황색 세로띠가 있다.
주상악골(主上顎骨)의 뒤끝은 눈의 앞 가장자리 아래에 있으며,
뒷가장자리 윗부분은 각을 이루고, 아랫부분은 둥근 모양이다.
(윗턱 뒷끝의 윗부분은 뾰쪽하게 네모져 있다.)
주둥이는 원뿔 모양이며 두 눈 사이의 길이보다 길다.
몸 전체에는 작은 둥근비늘이 덮여 있다.
제1등지느러미가 5~6가시줄(몸길이가 30㎝인 것까지는 6가시줄),
제2등지느러미가 1가시줄 29~36여린줄,
뒷지느러미는 분리된 2가시줄과 1가시줄 17~22여린줄로 이루어지며,
몸길이는 110㎝ 내외이다.
한국의 동해와 남해 전연안에 많으며, 캄차카 반도 남부에서 타이완[臺灣] 연해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한다.
조류 거센 해역 방어가 최고등급
방어는 제주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중에서도 ‘모슬포 방어’를 최고로 꼽는다.
마라도 주변 조류가 거센 해역에서 잡히는 방어는 근육이 많아 살이 탱탱하다.
이 해역은 수심 20∼30m의 해저가 50∼70m로 급격히 깊어지고 플랑크톤도 많아
방어 먹이인 전갱이, 자리돔 등 소형 어류가 군집을 이룬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산란을 위해 겨울철 따뜻한 곳을 찾아 남하하다가,
마라도부근에서 어장을 형성한다.
모슬포에서 방어가 많이 잡히고 유명한 것은 해양생태 구조 덕분이다.
방어와 부시리(히라스)는 다르다
방어는 등과 배가 각각 초록색과 은백색을 띠고,
몸의 중앙부에는 희미한 노란 세로띠가 있다.
몸은 긴 방추형이고 옆으로 약간 납작하다.
방어의 맛과 모양새가 비슷해 혼동돼 사용되는 ‘히라스’는 우리말로 ‘부시리’라는
생선을 일컫는 일본말이다.
방어는 안면 부위가 둥근 반면, 부시리는 뾰족하고 노란 세로띠가 짙은 편이다.
방어는 무게에 따라,
1.5㎏ 미만은 소방어(야드),
1.5~4㎏짜리는 중방어,
4㎏ 이상은 대방어로 구분된다.
몸길이가 60㎝에서 최대 110㎝까지 자라는 방어는 클수록 맛이 좋지만,
5~7㎏ 가량의 크기일 때 가장 맛있다고 한다.
10㎏ 이상의 대물도 종종 나오곤 한다.
부시리는 30㎏이 넘는 놈도 가끔 잡힌다.
다른 생선과 절대 안바꾼다는 겨울 방어회.
방어는 우리가 생각했던것 만큼 고급 어종은 아니다.
한여름의 방어는 개도 안먹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맛이 없고,
기생충이 생기는 시기이므로 피해야 하지만,
가을에서 겨울이 오면 저수온을 이겨내기 위해 몸안에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의 방어는 지방이 적당히 올라 추운 겨울철 방어회는 맛의 절정에 이른다.
다른 생선과는 절대 안바꿀 정도로 최상의 맛을 낸다.
또한 바닷고기가 대부분 그러하듯 방어도 크면 클수록 지방이 많아 더 고소하고
맛있다.
모슬포 방어는 붉은 살 생선답지 않게 씹히는 맛도 좋으며 비리지 않고 담백하다.
이런 이유때문에 자바리(다금바리), 돌돔(갓돔)회보다 오히려 겨울에는 방어회를
즐겨찾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방어는 가격도 값비싼 어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또 넙치(광어), 우럭, 돔 등 흰살 생선은 방어처럼 붉은살 생선보다 육질이 단단해
고급 횟감으로 대접 받지만, 몸에 좋은 영양소는 붉은살 생선에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어는 EPA와 DHA가 듬뿍 함유되어 있는 불포화지방이 많아,
살이 푸석푸석하지 않고 윤기가 흐른다.
지방질 함량은 16.1%로 소(12.5%), 돼지(7.8%), 전어(11.9%), 넙치(1.2%)에 비해
많다.
또 고도 불포화지방산도 5.09% 함유돼 소(0.55%), 돼지(0.91%), 전어(2.54%),
넙치(0.48%)보다 훨씬 많이 함유돼 있다.
불포화 지방산은 우리몸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지방산이며,
주로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를 통해 섭취 해야 한다.
생선류를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인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비슷한 풍토의 덴마크인의
절반 정도인데, 생선 기름이 혈관 확장 작용을 하며 염증을 억제해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또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탁월하다고 한다.
방어는 다른 생선회와 달리 먹음직스럽게 두껍게 썰어 입안 가득히 씹는 맛이 최고다.
제주는 봄·여름·가을·겨울별로 품목이 다른 감귤이 난다.
11월은 노지 감귤이 한창이고,
12월 레드향을 필두로 5월 카라향까지 줄지어 선보인다.
11월은 조기·갈치 경매가 본격 시작되는 때이기도 해서 매년 11월이면 제주에 갔다.
언제인가 귤 농원을 둘러본 늦은 저녁, 방어회에 소주 한잔을 했다.
방어가 맛있긴 해도 뭔가 5% 부족했다.
그때 동석한 수산물 경매인이 말했다.
“방어는 한라산에 눈이 두 번 와야 제맛이 들어요.”
한라산에 눈 두 번 오면, 방어의 쫄깃한 유혹
육지가 초겨울이라도 바닷속은 아직 가을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겨울이 제철인 방어·굴·과메기 등이 생각난다.
가장 먼저 군불을 때는 게 방송이고 다음으로 소비자가 찾는다.
그런데 바다의 기온은 육지보다 한 박자 늦게 간다.
물의 특성이 공기와 달라 온도 변화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의 대한(大寒)을 ‘영등철’이라 하는데,
( 영등철 : 영등할미 전설에서 유래해 연중 가장 수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부는 때)
음력 2월에 해당한다(육지의 대한은 음력 1월이니 한 달쯤 차이 난다).
방어는 바다 수온이 내려가는 시기, 즉 12월부터 제맛이 들기 시작한다.
제주 한라산 꼭대기에 눈이 내리는 것도 그 즈음이다.
그래서 ‘방어는 한라산에 눈이 내릴 때 맛이 든다’고 한다.
제철 방어처럼 차진 표현이다
기름장에 찍어 먹는 사잇살은 모슬포 방어 경매인들이 꼽는 별미다.
남해·동해에서도 방어가 나지만 잡는 어구가 다르다.
타 지역은 건착망(어군을 그물로 감싸서 잡는 방법) 방식이다.
아무래도 맛이 낚시로 잡아 올리는 것만 못하다.
반면에 방어 주 생산지인 모슬포(서귀포시)에선 낚시로 하되 방법도 독특하다.
일단 동트기 전 자리돔 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낮은 수역에 있는 자리돔을 먼저 잡고 모슬포와 마라도 사이의 해역으로 이동한다.
외줄에 봉돌을 달고 낚싯바늘에 살아 있는 자리돔을 ‘등꿰기’한 다음,
바다에 100여m 흘린다.
마라도 해역의 거친 물살을 내달리던 방어가 조그마한 자리돔의 유혹에 빠지면,
어부와의 힘겨루기 끝에 배 위로 잡혀 온다.
어부는 항구에 배를 대기 전 방파제 안쪽 축양장(畜養場)에 들러 그날 잡은 방어를
경매에 부치고 보관한다.
축양장은 항구 내 수족관에 비해 면적이 넓다.
축양장에 있던 방어는 경매인이나 식당 주문에 따라 활어차에 실려 모슬포의 식당
등으로 이동한다.
현지에서 소비되기도 하고 선어 상태로도 전국에 배달된다.
최근 수온 변화의 영향으로 제주보다는 강원도 쪽에서 방어가 많이 나고,
주 생산지인 제주에서는 예전만 못하다.
제주 어부들은 한숨을, 강원도 어민들은 환호성을 올리는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제주에서 방어는 겨울철 집안 행사의 주인공이다.
돼지고기도 내지만 제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잔치 음식이 방어라고 한다.
잔치에 방어가 빠지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소릴 듣는다.
큰 잔치를 하는 집은 중방어를 200여 마리 낼 정도다.
지방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생선은 상어·참돔·조기·민어 등 제각각이다.
방어를 좋아하는 제주 사람들은 방어를 올린다.
바닷바람에 며칠 말린 방어를 꼬치 산적으로 만들어 올린다.
제주에선 여름 복달임을 하듯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기름이 듬뿍 오른 방어를 즐긴다
(여름엔 ‘한치’로 바뀐다).
일반적으로 방어 부위 가운데 마블링처럼 기름이 잘 밴 뱃살을 최고로 친다.
그런데 모슬포 경매인들이 꼽는 별미가 있다.
사잇살·볼살·지느러미살 등 세 부위다.
이 중 사잇살은 일반적으로 먹지 않고 버리는 부위다.
뱃살과 등심살 사이에 있고, 부위 전체가 붉은 살이다.
얼핏 보면 육고기처럼 보이는데 싱싱한 말고기의 간을 먹는 듯한 식감이다.
방어 뱃살은 농후한 기름 맛과 배꼽살의 쫄깃한 식감 때문에 가장 인기 높은 부위다.
한국 최대 관광지인 제주도지만 겨울엔 삭막한 북서풍에 여행객의 발길이 뜸해진다.
방어 맛이 그만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올해까지 15회를 열 동안 모슬포 주변 식당의 방어 주 메뉴는 ‘회’뿐이다.
방어 부위를 세분화해 먹는 등 발전하긴 했지만,
대중화된 요리법이 한 가지뿐이라는 것이 아쉽다.
한 번은 생선회를 올리브유·식초·청양고추·안초비로 양념한 것을,
루콜라(향신채소의 일종)와 함께 먹은 적이 있는데,
고추장 맛만 없을 뿐 회무침의 맛이나 식감과 같았다.
꼭 자리를 잡고 먹을 게 아니라 길거리 음식으로 꾸덕꾸덕 말린 방어 꼬치구이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어느 방송에 나와 화제가 됐던 세비체도 좋을 것이다.
(ceviche, 얇게 썬 해산물에 라임즙을 뿌리고 채소를 버무려 날것으로 먹는 음식)
다양한 요리를 개발함으로써 미식을 찾는 내국인이나 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노르웨이는 훈제 연어로, 영국은 흰살 생선으로 만든 피시앤드칩스(fish and chips)가
유명하다.
훈제나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연어는 회·샐러드·샌드위치·스테이크 등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맛이 변주된다.
방어는 ‘회’가 거의 유일하다.
날생선은 기호·국적에 따라 선호도가 갈린다.
명품 식재료는 다양한 변주 또는 선호도 높은 조리법을 통해 지위를 확보한다.
명품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숱한 시간 동안 값어치를 알려 왔기에 명품이 됐다.
똑같은 가죽이더라도 누가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진다.
겨울 방어는 ‘질 좋은 가죽’이다.
디자인이 매년 같아서는 명품 지위를 누리기 힘들다.
좋은 식재료에 다양성이 더해질 때 한식도 세계적인 명품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출처 - 중앙일보 / 김진영 '여행자의식탁' 대표·식재료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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