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 = 자바리(Epinephelus bruneus)
우리가 통상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것을 '표준명 자바리'를 칭한다고 보면 된다.
제주에서는 자바리(표준어)를 다금바리라고 부른다.
다금바리의 줄무늬는 능성어와 비슷하나 중간중간 구멍이 뚫린 듯 불규칙하게 나타나며, 멀리서 보면 호피무늬처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어가 되면서 몸체의 무늬가 흐려저 간다.
60cm 이상 자라게 되면, 치어 때 뚜렷했던 줄무늬가 사라진다.
미터급에 가까워지면 어지간한 눈썰미로는 다금바리(자바리)와 구문쟁이(능성어)를 분간해 내기가 쉽지 않다.
다금바리와 능성어는 모두 1m가 넘는 크기로 성장한다.
다금바리 요리로 유명한 일부 횟집 몇 곳 빼곤 자바리(다금바리)를 취급하는 곳은 별로 없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이 집에 가야만 진짜 다금바리를 먹을 수 있다고
정평이 난 곳이 산방산 근처 사계리 포구의 진미식당(064-794-3639, 792-8562)이다.
주인 강창건 씨는 20여년간 다금바리만 연구한 다금바리 명인.
다금바리가 좋아하는 수온과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
다금바리를 바늘로 뇌사시켜 싱싱한 회를 즐기는 법 등,
다금바리만 파고든 끝에 `다금바리 회 조성물 및 제조방법`이라는 특허도 받았다.
특정 생선을 대상으로 한 특허로는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최초다.
강 명인은 몸통에서만 다섯 가지 다른 맛이 나는 회를 떠 내고,
입술살, 턱살, 볼살, 가오리살, 날개살, 위, 염통, 껍질, 비늘 등 다금바리 한 마리로 무려 32가지 요리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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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쟁이(능성어)
능성어는 제주도에서 ‘구문쟁이’, 영어권에서는 ‘Seven-banded Grouper’로 불린다.
일곱 줄의 가로 줄무늬가 마치 아디다스 상표의 그것 같은 모양이란 점이 특징이다.
도도바리
역시 자주 볼 수 없는 어종으로 마치 붉바리와 능성어를 합쳔놓은 듯한 도도바리도 있다.
라푸라푸(Lapu lapu, Epinephelus fuscoguttatus)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관광 여행 중 '다금바리'를 싸게 먹었다면 보통 이것이라고 한다.
국내의 일부 횟집에서 동남아에서 이걸 수입하여 다금바리라고 속여파는 경우도 있다.
횟감의 귀족 "붉바리"
바리과 어종에서 자바리(다금바리)보다도 더 고급으로 쳐주기도 하는 횟감이다.
제주도와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아주 가끔씩 잡히는 편이며,
가끔은 갯바위 낚시에서도 올라온다
윤대녕의 산문집 <칼과 입술>
제주도의 맛 ..... 다금바리회
다금바리는 붉바리, 능성어와 함께 제주도에서 가장 비싼 물고기에 속한다.
모두 심해에서 활동하는 육식성 물고기로 전문 배낚시꾼이 아니면 잡기 힘들다.
붉바리와 다금바리는 산삼처럼 귀하게 여긴다.
능성어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가파도에 갔다가 다금바리, 붉바리, 능성어를 전문으로 잡는 어부와 얘기를 나눈적이 있다.
그날 그는 오랜만에 붉바리를 한 마리 잡았다.
"자주 잡혀요?"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 별 대꾸가 없었다.
“붉바리는 처음 보네요. 회 맛이 아주 그만이라는데."
어부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몹시 뜻밖이었다.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 나도 몰라요.”
나는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제주도 사람이자 삼십 년 경력의 베테랑 낚시꾼이었다.
"아니 왜요?"
“왜라니. 횟집에 갖다 팔아야지 내가 먹으면 어쩌겠소. 이게 생업인걸."
나는 내심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직접 잡은 물고기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삼십 년 동안이나 말이다.
다금바리와 붉바리는 1킬로그램 기준으로 횟집에서 이십만 원 정도 한다.
능성어는 십이만 원쯤 한다.
그날 내가 본 붉바리는 2킬로그램 정도 되어 보였다.
횟집에서 먹으려면 약 사십만 원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어부가 횟집에 넘기는 가격은 그 반밖에 되지 않는다.
붉바리는 적갈색 바탕에 오렌지빛 점이 빼곡히 박혀 있어 다금바리, 능성어와 구분이 쉽다.
붉은빛을 띠고 있어 붉바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다금바리와 능성어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애월에서 수산업을 하는 청년과 알고 지낸 덕분에 나는 그에게서 많은 얘기를 얻어들었다.
어부인 아버지가 잡아오는 물고기를 그는 시내 횟집에 공급한다.
물론 가게에서도 물고기를 팔고 회를 떠주기도 했다.
그는 한때 일식집에서 주방장 일을 했다고 한다.
“다금바리요? 요즘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와요.
제주도 자연산은 제값을 줘도 먹기 힘들어요.
사실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알고 먹는 사람들도 많아요.
일반인은 생김새만 봐서는 잘 모르거든요.”
"속여서 판다는 그런 뜻입니까?"
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심지어 민어 등살을 떠서 다금바리회라고 내놓는 경우도 있어요.
회의 갈색 얼룩무늬가 다금바리회와 흡사하거든요. 내가 어부의 아들 아닙니까?
솔직히 그러기가 싫어 주방장 일 그만뒀어요."
나는 그에게서 다금바리와 능성어를 구별하는 법도 배웠다.
“둘 다 갈색 바탕에 세로 줄무늬가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금바리는 호피무늬 아홉 줄이고 능성어는 일곱 줄이에요.
제주도 말로는 능성어를 구문쟁이라고 해요."
"그것뿐인가요?"
“결정적인 것은 다금바리의 줄무늬는 흰색이고,
능성어의 줄무늬는 갈색에 가깝다는 거죠. 이제 아시겠죠?"
자, 외우기 쉽게 정리해보자.
다금바리는 아홉 줄의 흰색 호피무늬, 일명 자바리
능성어는 일곱 줄의 갈색 무늬, 일명 구문쟁이
다금바리회가 맛있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값이 워낙 비싼 탓인지 입술과 머릿살과 내장을 포함하여 27부위까지 나누어 회를 떠 먹는다.
다금바리회는 송악산 근처 '진미식당'이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신문을 보니 그 집 사장이 '다금바리회 뜨는 법'으로 특허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집에 가보지 못했다.
1킬로그램짜리 생선을 회로 뜨면 두 사람이 먹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다금바리의 경우 1킬로그램은 어린 고기에 속해 횟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2킬로그램짜리를 주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약 사십만 원을 가져야 다금바리회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관광객 신분이라면 모를까, 제주도에서 현지인으로 살다 보니 좀처럼 그럴 만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낚시를 하기 때문에 회를 자주 먹는 편이었다.
또 다금바리회를 꼭 먹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다금바리회를 처음 먹어본 것은 2003년 여름이었다.
제주도로 이사를 가고 나서 몇 달 뒤였다.
어느 날 순천에 사는 친구의 아버님이 불쑥 전화를 걸어와 제주공항 근처에 있는 횟집에 있으니 당장 나오라고 했다.
주인에게 전화를 바꿔 물어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어영 해안가였다.
한의사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그분은 항상 그런 식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택시를 타고 가니 이미 상이 차려져 있었다. 다금바리회라고 했다.
27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12부위 정도로는 나뉘어 있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비싼 회를.....”
“비싼 거 먹고 부디 비싼 글 쓰라고. 이제 알겠남?"
이럴 때 남들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고작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녜요?"
"건방 떨지 말고 어서 먹기나 해. 회 식어."
다금바리회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솔직히 다른 자연산 회에 비해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맛있게 먹으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말이다.
내가 직접 잡아서 먹은 참돔, 감성돔, 돌돔의 회보다 낫다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혹시 중국산인가?
아니면 수족관에 너무 오래 넣어둬서 기름기가 다 빠져나간 것일까?
설마 민어 등살은 아니겠지?
아는 게 병이라고 실로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급기야 친구 아버님께 죄송한 마음마저 들었다.
일부러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 비싼 회를 사주셨는데,
면전에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얼굴을 들기조차 민망스러웠다.
그게 다 팔자에 없는 그놈의 다금바리회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