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에 서서 / 박영희 도무지 식을 줄 모르던 무더위도 조금씩 떠날 채비를 하며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다. 아침마다 걷는 숲길에 달개비꽃 나팔꽃이 한창이다. 작은 풀 꽃사이로 이만한 계절에 누리던 어린 날 나의 가을을 그려본다.해마다 이맘때면 등 너머 마을로 가는 길섶에, 뙈기밭 두둑에 구절초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났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 오롯이 피어있는 구절초꽃에는 검게 탄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들길을 가다 홀로 핀 구절초 꽃을 만날 때면 가난하던 어머니의 고뇌와 자식을 향해 애틋했던 당신의 사랑이 여울져 온다.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우리 집은 바깥마당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이 구절초가 널려 있었다. 소를 키웠던 빈 외양간과 여물통에 그리고 담장 위와 뜨락과 장독대까지 울안 가득했던 늦여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