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 류정환
꽃피던 날들이 언제였던가,
뜨겁던 여름날도 어느새 다 지나갔구나,
바람이 벌써 어제하고 다르네,
중얼거리며,
쓸쓸한 기운을 털어내는 아침,
놀랍게도,
밥상머리에 앉은 아들이 대꾸를 한다.
"오늘이 처서잖아요."
"니가 처서를 다 알아?"
"모기 입이 돌아간다는......“
올여름엔 구경도 못 한
모기까지 들먹이다니 제법이다.
땅에선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더니,
올해 처서는 갓 스무 살 지난
아들의 말끝에 묻어서 왔다.
좋은 날이다.
꽃피는 시절은 지나간 게 아니라
아들놈 얼굴로 옮겨간 거로구나!
입춘. 청명, 하지, 처서,
모든 날들은
한 밥상에 뒤엉켜 있는 거로구나!!
천기(天氣)가 크게 바뀌는 때.
쉰다섯의 또 한 절기를 돌아가며
여름의 뒷모습처럼 꽁지가 허전한 중에도
기꺼운 미소가 조용히 피어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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