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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歲月은 지금/8 월 .

詩 - '처서(處暑)' / 류정환

아즈방 2024. 8. 22. 07:40

처서(處暑) / 류정환

 

꽃피던 날들이 언제였던가,

뜨겁던 여름날도 어느새 다 지나갔구나,

바람이 벌써 어제하고 다르네,

중얼거리며,

쓸쓸한 기운을 털어내는 아침,

놀랍게도,

밥상머리에 앉은 아들이 대꾸를 한다.

 

"오늘이 처서잖아요."

"니가 처서를 다 알아?"

"모기 입이 돌아간다는......“

 

올여름엔 구경도 못 한

모기까지 들먹이다니 제법이다.

땅에선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더니,

올해 처서는 갓 스무 살 지난

아들의 말끝에 묻어서 왔다.

 

좋은 날이다.

꽃피는 시절은 지나간 게 아니라

아들놈 얼굴로 옮겨간 거로구나!

입춘. 청명, 하지, 처서,

모든 날들은

한 밥상에 뒤엉켜 있는 거로구나!!

 

천기(天氣)가 크게 바뀌는 때.

쉰다섯의 또 한 절기를 돌아가며

여름의 뒷모습처럼 꽁지가 허전한 중에도

기꺼운 미소가 조용히 피어나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