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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의 한라산 이야기-12] 한라산의 경계는

아즈방 2022. 8. 2. 19:08

[강정효의 한라산 이야기 - 12] 

 

한라산의 경계는

 

▲ 태초부터 수많은 생명을 품어 안아온 제주인의 어머니산,

한라산이 구름 위로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국립공원 지정에서 비롯
제주에서 한라산과 제주도를 구분한다는 것 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

모두들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라는데 아무 이의를 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에 등산했다고 구분해 말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제주도와 한라산의 구분이 시작된 것은 1970년부터의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국립공원의 지정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라산은 1970년 3월16일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정에 앞서 1969년 9월 건설부는 국립공원위원회의 1차 심의를 거쳤는데,

당시의 공원구역은 동쪽은 5·16도로 외곽 500고지 이상과,

서쪽은 제2횡단도로 1100고지에서 서귀포 돈내코 상류를 거쳐 수악교간,

북쪽은 어승생에서 관음사, 물장올을 거쳐 5·16도로 600고지 이상으로 총 133㎢가 해당된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음사와 천왕사, 아흔아홉골 공원묘지 등이 공원구역에서 빠지고,

산남의 일부가 새롭게 편입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총면적이 153.332㎢이고,

이를 용도지구별로 보면 공원자연보존지구 89.060㎢, 공원자연환경지구 64.272㎢ 등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이 우리나라 여타의 국립공원과 다른 점은 취락지구가 없다는 것이다.

육지부의 국립공원을 보면 취락지구를 중심으로 상업행위가 이뤄지는데 반해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탐방안내소와 마주한 매점을 제외하고 장사를 하는 곳은 없다.

취락지구가 없다는 것은 이해당사자가 많지 않다는 얘기로 관리라는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정부에서 비무장지대 일대를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신청했으나 철원지역 주민들의

집단반발로 무산된 경우나, 자연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을 지난 199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으나 개발제한 등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와

비교되는 얘기다.

흔히들 국립공원의 관리를 이야기할 때 옐로우스톤 방식이라 불리는 미국식이냐, 아니면 유럽식이냐로

구분한다.

미국의 경우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산악지역이나 사막 등 특수한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것으로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크게 표출되지 않는데 반해,

유럽 국가들의 경우 현지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중복되는 평야지대나 연안지역이 대부분으로,

생태계 보호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관리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의 경우 옐로우스톤 방식으로 관리를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

차제에 활용 위주가 아닌 보호 위주의 더욱 강력한 보호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 훼손 막아낸 숨은 노력
한편 우리가 흔히 산에 오른다고 이야기하는 한라산의 구역은 국립공원으로 구획된 지역만이 아니다.

바로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더불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의 핵심지역으로 구분해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한라산은 1966년 6월22일 문교부에 의해 해발 700∼1000m 이상과 일부 계곡에 대해,

천연보호구역으로 가지정된다.

문교부가 가지정을 서둘러 취한 것은 제주도에서 관광도로 개설계획과 수종갱신 사업을 벌이며,

한라산을 훼손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가지정 직후 제주도를 찾은 이민재 문화재위원은,

"제주도당국의 한라산 관광도로 개설계획을 반대하지 않으나,

 문화재위원회와 협의 없이 시행할 경우에는 실력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지정 후 제주도와 일부에서 개발사업과 상충되니 재조명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문교부가 강행, 결국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은 1966년 10월12일 천연기념물 제182호 한라산천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는데, 이들 천연보호구역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사면에 따라 해발 600~1300m 이상의

구역으로 그 면적이 9만1654㎢에 이른다.

문화재위원들은 이후에도 수많은 개발계획을 온몸으로 막아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1967년 4월 문교부는 한라산에서의 사업허가 신청과 관련 수자원개발 사업만을 인정

하고 임상을 파괴하는 모든 일체의 사업을 금지시킨다.

특히 성판악에서 진달래밭대피소에 이르는 차도 개설의 경우,

한라산의 가치를 상실시키고, 케이블카 시설은 천연보호구역을 유원지화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1968년에는 교통부가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재위원회 제2분과위원회

위원들이 총사퇴를 내걸고 허가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라산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당시의 개발계획대로 진달래밭대피소까지의 도로개설, 백록담과 사라오름에의 호텔건설,

케이블카 설치 등이 실제로 진행됐었다면 훗날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

공원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이란 이런 것이다.

미래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편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은 2002년 지정됐다.

한라산의 경우 육상 핵심지역으로 백록담을 중심으로 대략 표고 100m 이상 지역 1만5029㏊,

완충지역은 600~1000m 국유림 지대 1만3730㏊,

전이지역은 200~600m 중산간 지역 5만1915㏊가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 효돈천과 영천, 서귀포의 앞바다의 문섬, 범섬, 섶섬이 핵심지역이다.

2007년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동서방향 14.4㎞, 남북방향 9.8㎞,

해발고도는 800~1300m 지역으로 면적은 9033㏊이다.

다시 말해 한라산의 경우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인 국립공원보다 약간 작은 천연보호구역이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 경계선으로만 재단해선 안돼
이처럼 오늘날 한라산이라 표현하는 구역은 그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보통의 경우 국립공원 구역을 한라산이라 지칭하지만,

개발의 측면에서 보면 천연보호구역이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

3년 전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할 때도 기준선은 천연보호구역에 얼마나 저촉되느냐의

문제였다.

어쨌거나 1970년 이후 국립공원구역을 일반적으로 한라산이라 지칭하지만,

이 또한 인간이 편의에 의해 구분한 경계일 뿐이다.

생태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보호구역이라 해 특별한 식생이, 그리고 그 경계 밖이라 해 다른 식물이 자라는 게 아니다.

동물 또한 마찬가지다.

보호구역 경계에 울타리를 친다고 인위적으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정해군기지 건설의 사례를 보자.

해당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이냐를 놓고 논쟁이 됐었는데,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해당 섬의 생태가 아닌 섬 주변의 다양한 바다생태계 때문에 지정됐다는 것이다.

연산호 군락을 비롯한 해저 생태계가 인간들이 그어놓은 경계 안에서만 서식할까?

우리의 조상들은 한라산을 신선이 사는 곳, 신의 영역이라 여겨 늘 경외감을 갖고 쳐다봤다.

그리고는 모두들 자신이 한라산 자락에서 태어나 그 품안에서 살아간다고 여긴다.

제주도민들에게 한라산은 그런 산이다.

오죽했으면 '어머니 산, 한라'라 부르겠는가. 

* 강정효 / 사진작가 / 2012.09.16 -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