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의 한라산 이야기 - 9 ]
생물권보전지역 10년
활용 계획 실행 안돼, 지정 10년 성과 미미
"구슬도 꿰어야 보배"
민관 합동 엄격 관리, 생물권 로고 부착 등 외국사례 본받아야
▲ 생물권보전지역인 효돈천의 상류.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유보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24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우리나라의 DMZ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유보됐다고 한다.
지정이 유보된 이유는 DMZ를 낀 남쪽 생태축 중 하나인 철원군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구획에서 빠진
것을 비롯해 북한 지역이 제외되는 등 유네스코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준에는 장기보호가 가능한 핵심지역과 이를 둘러싼 완충지대, 생물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전이지대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성과 올리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남측지역만
등재하려다 실패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의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해 되돌아보자.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JIBR, Jeju Island Biosphere Reserve)은 2002년 12월16일 지정됐다.
▲ 2003년 5월 17일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야영장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 지정 기념식.
이어 2003년 5월17일에는 제주도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한명숙 환경부 장관, 스티븐 힐 유네스코
동북아시아지역 사무소장과 국내외 생물권보전지역 지정관련 기관·단체 관계자, 도내 환경관련 기관·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야영장에서,
유네스코 지정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 지정 기념식을 축제로 열었다.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지역, 영천과 효돈천 등 하천, 문섬, 범섬, 섶섬 등도서지역이
핵심지역으로, 한라산국립공원 인접지역, 서귀포시립해양공원 일부구간 등의 완충지역, 해발 200~
600m 지역, 영천 및 효돈천 주변 500m 지역, 서귀포시립해양공원을 포함하여 효돈천 하류를 연계한
해양 등의 전이지역으로 구성된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 2004년 4월에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운영관리계획 용역 발주,
2004년 7월에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의 이해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제주도중소기업
지원센터에서 열렸다.
2005년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되는 제9차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네트워크(EABRN)
회의 때 가칭 '아·태지역 섬(해양) 생물권보전지역협회' 설립을 공식 제안·권고하고,
이 협회의 국제사무국을 제주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5년 8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연방 등 5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회원국과 스페인, 팔라우의 섬 생물권보전지역 관계자, 유네스코 본부·지역
사무소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EABRN) 9차 회의가 '섬 생물권
보전지역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제주선언이 채택되는데 제주도에서 제안한,
'아·태지역 섬 및 연안 생물권보전지역 국제협력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의 섬 및 연안 생물권보전지역 협력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태평양지역을 포함할
것이므로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소가 시행할 것을 제안하며 사무국은 제주에 설립키로 한다고 결정
했었다.
하지만 생물권보전지역과 관련한 일련의 활동들을 보면 행정 및 일부 전문 학자들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계획에 머물고 있다.
#절반 이상 지정 사실 몰라
그 결과 지난 2008년 1월 KBS제주방송총국이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92.9%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을 알고 있는 반면, 유네스코의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된 사실은
잘 안다 12.4%, 약간 안다 34.5% 등 46.9%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필자의 경우 지난 2006년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일 당시,
서명용지를 들고 다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었다.
그들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단순한 홍보부족이 아닌 관련된 일이 없기 때문에.
생물권 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과 그 주변지역의 생태계 보호와 지역 발전을 조화시키기
위해 유네스코가 해당 국가의 신청을 받아 지정하는 곳으로 람사르습지와 세계자연유산 등과 더불어
국제기구가 공인하는 세계 3대 자연보호지역이다.
국내에서는 설악산과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4곳이, 북한은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3곳이다.
그렇다면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갖는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07년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으로 인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평가를 담당했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평가보고서를 보면,
"당사국이 유네스코의 MAB 프로그램 아래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한 것을 칭찬해 줄 것"과
함께 "당사국이 세계자연유산지구를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과 밀접하게 연계하여 관리할 것"을 권고
한 것이 그것이다.
#실행되지 못한 활용 계획
제주도의 경우 생물권보전지역과 관련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제주도는 'JIBR-자연에 의해 발전하는 제주환경과 경제'라는 미래상을 내건 제주도생물권보전
지역 관리계획 용역을 실시, 그 결과를 발표하는데,
여기에서는 관리전담기구 마련을 비롯해 자원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인증제를 통한 로고와 마크 활용,
자원의 브랜드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코가이드 및 지역 환경해설가 등 육성, 생태프로그램 개발 등 환경교육과 생태관광 등
자연자산을 효율적 관리, 마을단위 주민과 환경단체의 참여를 유도하여 주민참여를 활성화, 상품로고
(labelling) 및 장소마케팅 등 브랜드화로 부가가치 제고, 조례제정, 관리위원회 재구성, 기존 관련기관과
연구소간 협력체계 구축, 효율적 관리를 위한 재원확보방안 마련, 국제 협력 사업을 통해 국제정보 교환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이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10년차를 맞고 있다.
앞서의 계획과 현실을 비교해 보자. 이 중에서 제대로 실행에 옮긴 게 무엇인지를.
이와 관련 외국의 사례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983년 처음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2002년에 섬 전체가 보전지역으로 확대된 스페인
라 팔마(La Palma)의 경우 시의회 의장이 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관리기구인 생태보전위원회를 행정과
민간 혼합조직으로 설치해 엄격한 관리를 하는 한편,
2004년부터 지역특산물 상품화 차원에서 생물권 로고를 부착, 경제적 이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게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독일의 뢴(Rohn)지역이 있는데,
1991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방문자센터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한편,
지역의 특산물에 로고를 부착, 상품화하고 있는데,
로고는 비단 농특산물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등 다른 이차적인 상품들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청정이미지를 살려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 제주에서도 제주도생물권보전지역이 부쩍 많이 알려지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을 비롯해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재 등 유네스코의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세계유일의 지역이라 홍보하면서부터다.
#지정 보다 관리가 중요
문제는 지정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에 걸맞는 관리가 뒤따라야 하는데도 그에 미치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해 이전 논란을 빚었던 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ICLEI) 한국사무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예전 198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 대학에 졸업정원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졸업정원의 130%를 합격시킨 후 30%를 탈락시킨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합격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랬다면 적어도 탈락하지 않기 위해 가시적인 노력은 했을 테니까.
생물권보전지역을 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다.
물론 생물권보전지역도 10년마다 정기평가를 받는다.
물론 잘 대처하리라 믿지만 서류상이 아닌 가시적인 대책을 보고 싶다.
나아가 유네스코의 기준 충족 여부를 떠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자체가 자랑,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합당한 관리정책을 기대해 본다.
* 강정효 / 사진작가 / 2012.07.26 -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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