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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의 한라산 이야기-10] 제주조릿대의 두얼굴

아즈방 2022. 8. 2. 19:08

[강정효의 한라산 이야기-10]

제주조릿대

 

강한 번식력 산 뒤덮어, 생태계 교란 이어져
벌채 등 대책 마련 시급

흉년 때 일용할 양식, 기능성 식품 원료로 각광
인삼 능가하는 약성 보유

▲ 제주조릿대로 뒤덮인 한라산 중턱. 구상나무 숲을 제외하고는 온통 제주조릿대 뿐이다.

 

#흉년 이겨낸 고마운 식물
며칠 전 한라산을 찾았다가 놀라운 장면을 봤다.

해발 900m에서 1000m에 이르는 구간의 제주조릿대가 잎사귀는 없고 가지만 앙상하게 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원인은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알려진 멸강나방 유충.

강한 번식력으로 '강토를 멸망시켰다'해서 불리게 된 이름이란다.

멸강나방은 무리지어 다니는 특성으로 인해 지나간 자리의 풀이 모두 누렇게 변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한다.

주로 벼과 식물에 폐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쩌다 한라산까지 번진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일행 중 한사람이 제주조릿대에만 영향을 준다면 차라리 다행 아니냐고 한다.

엄청난 면적의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제주조릿대.

예전에 줄기로 조리를 만들어 조릿대라 불리게 됐다고 전해지는데,

산에 자라는 대나무라 하여 산죽, 고대 등으로도 불린다.

한라산에서 자라는 제주조릿대는 한국 특산종이다.

육지부의 조릿대, 울릉도의 섬조릿대와는 다른 종이라는 얘기다.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가 공처럼 둥글며 털이 없는 것이 조릿대와 다르다.

그런데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는 이 땅의 백성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줬던 고마운

식물이다.

조선시대의 왕조실록을 보자.

숙종 3년(1723년) 7월 4일자 기록이다.

 

'제주 대나무에 열매가 생겼다.

 한라산에는 예전에 분죽(粉竹)이 있어서 숲을 이루었는데,

 잎은 크고 줄기는 뾰족하여 노죽(蘆竹, 갈대)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열매가 없는 것인데 4월 이후 온 산의 대나무에 홀연히 열매가 맺혔는데,

 모양은 구맥(瞿麥) 같았다.

 이 때 본도 삼읍이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보리가 여물지 못하여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이에 이르러 따다가 전죽(범벅과 죽)을 만들어 먹고 살아남은 자가 많다고 도신(道臣)이 아뢰었다'

 

라고 쓰여 있다.

당시는 계속되는 대기근으로 조정에서 곡식을 보내 제주 백성들을 먹여 살리던 때였다.

왕조실록에는 예전 제주에 계속되는 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했다는 기록이 종종 나온다.

조정에서 회의를 거쳐 팔도의 구휼미를 지원했다는 기록과 함께.

하지만 육지에서 곡식이 제주까지 운반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해서 먹을 것이 없는 백성들은 산으로, 바다로 먹을 것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이때 한라산에서 먹을거리로 전해지는 것이 조릿대의 열매와 더불어 송덕수라 불리는 어리목등산로의

물참나무 도토리였다.

이렇게 얘기할 때 많은 이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 하나.

제주조릿대가 열매를 맺으려면 먼저 꽃이 피어야 하는데,

제주조릿대의 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많이 한라산을 찾았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경우 이제까지 단 두 차례 조릿대의 꽃을 봤다.

그만큼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60년 주기로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확인된 얘기는 아니다.

한번 꽃을 피운 후에는 보리처럼 생긴 열매가 달리고 이어 말라죽는다고 한다. 

많은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라산에서 1963년에 대규모로 꽃을 피웠다고 한다.

1963년의 경우 1월과 2월 제주지방에 엄청난 폭설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컸던 해이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사망 14명, 실종 2명 등의 인명피해와 함께 가축피해로 소, 말, 돼지, 염소,

면양, 토끼 등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밖에 재산피해로는 성읍과 상창, 색달, 영남마을 등에서 수많은 가옥이 매몰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기상이변 후에 제주조릿대가 꽃을 피운 것이다.

60년 주기설보다는 기상이변으로 생존에 위협을 느낀 조릿대가 씨앗을 통한 번식을 위해 꽃을 피운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제주조릿대의 꽃과 열매.

 


#종다양성 훼손의 주범
어쨌거나 당시 한라산에서 제주조릿대가 일제히 꽃을 피운 후 대부분이 말라죽었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지금 한라산의 식생을 이야기할 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제주조릿대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종다양성의 훼손이다.

지난 2005년 당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추정하는 제주조릿대의 분포면적은,

해발 500m에서부터 1900m에 걸쳐 244.6㎢이다.

지금은 그 범위가 더욱 확산돼 백록담 턱밑까지 다다랐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라산 전체가 제주조릿대로 덮이며 철쭉과 진달래의 장관도 볼 수 없을뿐더러

시로미, 눈향나무, 한라솜다리 등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등산로를 걷다보면 조릿대에게 영역을 빼앗긴 시로미가 지표면이 아닌 바위 위로 밀려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조릿대의 특성인 강한 근경 번식력과 큰 군락을 이루는 경향 등으로 일단 제주조릿대가 번지기

시작하면 제주조릿대만 남고 나머지 식물은 밀려나는 생태계의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뿌리로 번식하는 제주조릿대는 땅속을 뿌리로 빽빽하게 채워 다른 식물의 씨가 떨어져도 발아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종 다양성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말이다.
제주조릿대의 급속한 증가원인에 대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고온현상과 더불어 한라산에서의 방목

금지조치에 따른 폐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라산에서의 방목은 자연보호라는 이름으로 1988년을 기해 완전히 금지하는데,

한라산에서의 방목금지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제주조릿대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제주조릿대 군락지 시험포에 제주마를 방목한 결과 조릿대 잎사귀뿐만 아니라 대까지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조릿대 활용 방안
그렇다면 한라산에서 제주조릿대는 필요악인가.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조릿대가 화장품, 식품, 음료 등 기능성 제품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인데,

제주대학교 조릿대 RIS사업단을 중심으로 바디로션, 핸드크림, 진액, 차, 음료 등 40여종의 제품을

개발됐다고 한다.

심지어 제주조릿대 막걸리까지 개발, 시판되고 있다.

사실 조릿대는 예전부터 본초동의보감에 인삼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 만큼 놀라운 약성을 지닌 약초로

소개된다.

북한의 동의학사전을 보자.

'산죽에는 항암성분이 많으며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도 좋다.

 대과에 속하는 사철 푸른 작은 나무인 동백죽, 신의대, 제주조릿대, 조릿대의 잎을 말린 것이다.

 조릿대는 우리나라 북부 일대와 황해남도 이남 지방에서,

 신의대는 함경북도에서, 동백죽(얼룩대)은 남부지방에서,

 제주조릿대는 제주도에서 자란다.

 아무 때나 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누게 하며 폐기를 통하게 하고 출혈을 멈춘다.

 항암작용, 항궤양작용, 소염작용, 진정작용, 진통작용, 위액산도를 높이는 작용, 동맥경화를 막는 작용,

 강압작용, 혈당량감소작용, 해독작용, 강장작용, 억균작용 등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발열, 폐옹, 부종, 배뇨장애,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출혈, 눈병, 화상, 부스럼, 무좀 등에 쓴다.

 또한 악성 종양, 위 및 십이지장궤양, 만성 위염, 고혈압병, 동맥경화증, 당뇨병, 편도염, 감기, 간염,

 폐렴, 천식 등에도 쓴다.

 하루 8~10그램을 물로 달여 먹거나 마른 엑스를 만들어 한번에 1~3그램씩 하루 3번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엑스를 만들어 바른다.'라고.

 

한라산에서 급격하게 증가해 새로운 환경문제가 되고 있는 제주조릿대가 이 세상의 병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약초라는 얘기다.

식물의 보고라 불리는 한라산의 아고산지대는 특산식물 25종을 비롯해 희귀식물이 집중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늦기 전에 제주조릿대로부터 다양한 식생을 지켜낼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예전 한라산연구소에서 제주조릿대를 벌채한 후의 식생변화를 조사한 결과,

다른 식물의 개체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벌채해야 한다는 얘기다.

꽃이 필 때를 기다릴게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일이 남았다.

* 강정효 / 사진작가 / 2012.08.13 -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