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리면 서쪽 끝 해 지는 곳에 한경면 고산리가 있다.
이 고산리 해변가에 위치한 봉우리를 수월봉이라 하는데,
속칭 물나리오름이라고도 하고 녹고모루라고도 한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샘 솟는 물을 녹고물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기가 막힌 애절한 사연이 있다.
옛날 이곳 고산리 바닷가 자구내라는 동네에 ‘수월’이라는 딸과 ‘녹고’라는 아들이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일찍이 남편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물질을 하며 어렵게 두 자식을 키운 어머니는 의좋게 자라는 자식들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았다.
수월이와 녹고는 어머니의 이러한 사랑을 아는 듯 효성이 지극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바다 물질이며 밭농사며 열심히 하다가 그만 병이 들고 말았다.
남매는 어머니를 구완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권하는 약초를 찾아 온 섬을 다 다니며 애를 썼지만,
어머니의 병환은 차도가 없었다.
수월이는 어머니의 몸이 허해져서 그런 줄 알고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하며 전복 같은 해산물을 잡아
어머니의 몸을 보신하고자 했다.
"어머니! 어머니, 나 물에 갔다 와수다. 이거 봅서. 물꾸럭허고 생복 아니우꽈.”
“하이고 수지맞았구나게. 이 생복은 크난 돈 하영 받아지켜.”
"물꾸럭이랑 데우청 초장에 찍어먹곡 생복은 반으로 짤랑 반은 생으로 먹곡, 반은 죽 쑤어 안내쿠다.”
그 말에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비싼 걸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제삿날이 다가오므로 전복을 팔아 쌀을 구해오라고 하였다.
“어머니, 무사 죽은 사람 걱정 햄수과게.
어머니부터 기운차령 오래 살아야 헐 꺼 아니우꽈.
곤쏠이랑 걱정 맙서.
녹고가 어디 강 놉일허영이라도 얻어올 거우다.
생복은 또 잡으민 되어마씀.”
“경허여도 난 말다.
이빨 아팡 씹지도 못하고.
그거 팔앙 돈 모으라.
부지런히 모아사, 수월이 너도 시집갈 거 아니가?”
“어머니, 나가 좋은 이빨로 우물우물 씹엉 먹기 좋게 안내크메, 나 곧는 대로 헙서.”
"가마귀가 제 새끼 아까웡, 먹은 음식 게워내엉 쥰댄 헌말은 들어서도,
어멍을 위허영 딱딱한 음식 씹엉 멕이켄 헌 말은 처음이구나."
하며 어머니는 기특해 했다.
수월이는 음식을 만들면서도 기도를 했고, 약초를 달이면서도 어머니의 쾌차를 빌었다.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시주승이 이런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 보시다시피 먹을 것도 어신디, 시주할 게 어디 이시쿠가?”
“옛날 말에 어신 사람의 콩알 반쪽은 부자의 큰 재물보다 낫다고 하였습니다.”
“스님, 부처님 전에 빌민 소원이 이루어지카마씀.”
“도대체 소원이 무업니까?”
“물꾸럭 말린 거라도 괜찮다면 시주할 테니 제발 우리 어머니 병구완 해줍서.”
“나무관세음보살. 보아하니 어렵겠습니다.”
“무엇이 어렵다는 말씀이우꽈? 시주가 부족허우꽈?”
“어머니 병을 구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목숨을 바꿀 위험이 따른다는 말입니다.”
“어머니의 병만 낫는다면, 내 목숨이라도 내어놓을 테니 방법만 얘기해줍서.”
“효성이 지극하니 좋습니다. 이 땅 맨 서쪽 끝 검푸른 바닷가에 도숙은엉이라는 절벽이 있습니다.
그곳을 찾아가면 중턱에 오갈피라는 하얀 꽃이 핀 약초가 있는데,
그걸 캐다가 달여 마시면 병환이 낫게 될 겁니다.”
말을 마친 스님은“나무관세음보살”하고는 사라져버렸다.
수월이는 녹고에게 스님의 말을 전하고는 당장 오갈피 약초를 찾아 바닷가 절벽으로 향했다.
도숙은엉 아래를 보니 절벽 중턱에 핀 오갈피꽃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이 내려가기 힘든 위험한 곳이었다.
녹고는 남자인 자기가 힘이 세니 자신이 내려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은 내려가기 어려우니 밧줄을 이용하여 내려가기로 하고 칡 줄기를 찾았다.
칡 줄기는 찾았으나 묶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자 수월이는 힘이 센 녹고가 위에서 잡고 있으면 자기가 내려가 캐어오겠다며 칡 줄기를 몸에 감고
천천히 절벽을 내려갔다. 드디어 수월이가 오갈피를 뽑아 들었다.
“녹고야 오갈피를 캐었져. 이제 어머니를 살릴 수 있게 되었져.”
“누나 촘말이우꽈? 어디 봅주?”
녹고가 몸을 앞으로 숙이는 순간 칡 줄기가 녹고의 손에서 빠져나가버렸다.
순간 수월이의 몸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자신이 밧줄을 놓쳐서 수월이가 죽었다고 생각한 녹고는 누이의 시체가 바닷물에 쓸려간 그 절벽 아래를
떠날 줄 모르고 울다가 역시 목숨을 잃었다
녹고의 눈물은 바위틈을 거쳐 끝없이 샘 솟아 흘렀으니 이를 녹고물이라 부르고,
수월이가 떨어져 죽은 동산을 수월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산 앞바다 낙조가 아름다운 것은 수월이와 녹고의 애절한 이야기에 하늘도 감탄한 때문이 아닌가 한다.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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