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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女神 '자청비'

아즈방 2022. 2. 23. 11:30

제주에는 여신이 많다.

그중에도 인간적인 사랑의 시련을 겪고 신의 반열에 오른 이가 자청비다.

그의 일생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아주 오랜 옛날 주년국 땅에 나이 많은 부부가 시주승에게 공양을 하고 불당에 가서 백일 불공을 드린 후

딸을 얻었는데, 자청하여 낳은 자식이라 하여 ‘자청비’라고 불렀다.

자청비의 나이 열다섯이 되었을 때,

글공부를 하려고 하계에 내려오는 옥황 문국성의 아들 문왕성 도령을 빨래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하여 사랑을 느꼈다.

자청비는 문도령을 따라갈 심산으로, 남장을 하여 자신의 오라비 행세를 하며 함께 글공부를 떠났다.

그날부터 둘은 한솥밥을 먹고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고, 서당에 같이 앉아 글을 읽기 시작했다.

문도령은 자청 도령의 책 읽는 소리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남잔지 여잔지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묘책을 생각해낸 문도령은 자청비에게 누구의 오줌발이 멀리 나가느냐 내기를 제의했다.

자청비는 무척 당황 스러웠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쉽게 응낙했다.

달 밝은 밤 두 사람은 오줌 갈기기 시합을 했는데, 문도령보다 자청비의 것이 훨씬 멀리 나갔다.

자청비는 대나무를 잘라다가 가랑이에 끼우고 죽을 힘을 다해 맥을 썼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문도령은 자청비에 대한 의심을 버리게 되었고, 둘이는 사이좋게 글공부에 전념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문도령은 부친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었다.

색싯감을 구해두었으니 글공부는 그만 하고 올라와 혼사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삼 년을 같이 지내는 동안 정이 흠뻑 들어버린 자청비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자청비도 글공부를 그만두고 문도령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함께 돌아가는 길에 시냇가에 다다르자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삼 년 동안 글공부하였으니 글때나 씻고 돌아

가자며 같이 목욕하기를 권했다.

자청비는 자신의 마음을 전할 방법을 생각해내고 문도령이 목욕하고 있는 위쪽으로 올라가 버들잎에,

‘남자 여자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아’라고 써 시냇물에 흘려보내고는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와버렸다.
 

뒤늦게 자청비가 여자인 것을 안 문도령은 자청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침을 억누를 수 없어

자청비의 집을 찾아갔다.

자청비는 옷을 곱게 차려입고 문도령을 맞이하여 부모님께 인사시켰다.

그를 맞아 진수성찬으로 저녁상을 차렸으나, 어찌 밥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는가.

둘은 밥상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원앙금침 이부자리 펴서 삼 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올올이 풀어내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둘 수는 없었다.

문도령은 빗을 꺾어 반쪽을 나눠 주고, 박씨를 정표로 주었다.

박씨를 심어서 박이 줄을 벋고 익어서 박을 타게 될 때까지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죽은줄 알라는 뜻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재회를 약속하며 눈물의 이별을 하였다.

문도령을 보내고 난 자청비는 창문 앞에 박씨를 심었다.

하지만 박이 익어가도 문도령은 돌아올 줄 모르고 박이 커갈수록 자청비의 수심은 한없이 쌓여만 갔다.

한편, 자청비네 집에는 정수남이라는 종이 있었는데, 이놈은 대식가에다 속이 응큼하였다.

그는 자청비가 문도령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산으로 유인하여 겁탈하려고 했지만 자청비는 꾀를 써서

그를 죽이게 된다.

집에 돌아온 자청비는 자초지종을 부모에게 고하였으나, 부모는 도리어 자청비에게 화를 내었다.

딸은 시집가버리면 그만이지만, 종은 자신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자신들을 돌봐줄 것이라며,

나가서 정수남을 살려오라고 호통을 쳤다.

그리하여 자청비는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서럽게 울면서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 인가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안에서 베틀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노파 혼자서 비단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비단은 옥황의 문도령이 장가가는데 혼숫감으로 사용할 거라고 했다.

자청비는 자신이 그 비단을 짜겠노라고 자청하고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비단을 짜나갔다.

비단이 완성되자 끄트머리에 ‘가련하다 가령비, 자청하다 자청비’라고 새겨 넣었다.

노파는 영문도 모른 채 비단을 가지고 옥황에 올라 문도령과 만났다.

문도령은 아름답게 짜여진 비단이 자청비의 솜씨인 걸 알고 인간 세계로 내려와 자청비를 데리고 옥황으로

올라 갔다. 문도령은 부모에게 이미 둘은 부부의 연을 맺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서수왕 딸과의 혼약은 파기하겠노라고 했다.

그러자 문도령의 아버지는 자청비가 며느리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겠다고 했다.

자청비는 숯불이 이글거리는 쉰 자나 되는 구덩이에 걸어놓은 작두를 무사히 타고 건너,

문도령의 아내가 되었다.
 

어느 해 옥황에는 큰 변란이 일어났다.

군사들이 난을 일으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다.

문도령도 전쟁에 나갈 처지가 되자 자청비는 문도령을 대신하여 전쟁터로 나가길 자청하였다.

자청비는 서천 꽃밭에서 얻어온 멸망꽃을 뿌려 반란군들을 제압하니,

천자가 기뻐하며 자청비를 친히 부르고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했다.

자청비는 문도령과 함께 오곡의 씨앗을 가지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그리하여 자청비는 농신(農神)이 되었고,

자청비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날을 기념하여 칠월 보름에는 백종제(百種祭)를 지내는 풍습이 생겨났다.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