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가 맞을까 '아까시'가 맞을까 피천득 선생이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던 5월이 되면, 신발 밑창에 닿는 흙의 느낌이 한결 푹신해지고 초록 이파리들이 내지르는 소리 없는 탄성이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달큼한 향기가 코끝으로 날아드는데 이팝나무, 라일락, 아카시아입니다. 특히 아카시아에는 유독 연인들의 추억이 많습니다. 좋은 장난감이기도 했습니다. 가는 줄기를 톡 꺾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먼저 이파리를 한 개씩 떼어내고 마침내 줄기만 먼저 남은 사람이 이기는 거지요. 또 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린 아카시아꽃을 튀겨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적에 할머니는 아카시아를 자꾸만 ‘아까시’라고 하셨습니다. 어감이 일본말 같아서 일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