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지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일제 말엽 암울했던 시절, 김능인이 노랫말을 짓고 손목인이 곡을 붙여,
고복수가 노래를 부른 '짝사랑'의 첫절이다.
첫 절의 첫 귀에 나오는 '으악새'가 풀이냐 새(鳥)냐 라는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으악새'를 '억새풀'이라고 알고 있다.
그 근거는 1990년 이전에 나온 모든 국어사전에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이듯,
모든 국어사전에는 억새의 사투리가 '웍새'라고 되어 있다는 것도 아울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라는 것까지만 찾아보았지,
'웍새'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은 것 같다.
억새는 산이나 들에 나며 줄기, 잎은 지붕을 이는 데, 또는 소나 양의 먹이로 쓰이는
풀이다.
그런 억새가 슬피 운다는 것도 이상하고,
산이나 들에 있어야 할 억새의 배경이 여울이나 강물같이 물과 관계가 있는 곳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물가에 억새 비슷한 것은 갈대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평안도 사투리에 '왁새'라는 새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왁새'의 표준말은 ‘왜가리’이다.
왜가리는 남쪽(호주)에서 봄철(3월)에 우리나라에 와서 논이나 강가 또는 호숫가에서
물고기 조개 개구리 따위를 잡아먹고 살다가 가을철(10월)에 돌아가는 여름새이다.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라는'짝사랑'의 가사와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으악새가 떠나가야 할 가을이 되어 슬피 운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1992년에 나온 <우리말 큰사전>에는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도 되고,
왜가리의 사투리이기도 하다고 되어 있다.
억새의 사투리가 '웍새'고, 왜가리의 사투리가 '왁새'다.
'으악새'라는 소리가 '웍새'에 가까우냐 '왁새'에 가까우냐가 문제이다.
아무리 봐도 '으악새'는 '왁새'에 가깝다.
그러므로'으악새'는 '왜가리'라는 새를 의미하는 걸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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