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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그려보는 세월의 그림자' / 김재형

아즈방 2023. 11. 29. 20:45

 

마음으로 그려보는 세월의 그림자 / 김재형

 

마음이란 사람의 몸속에 잠재되어있는 지식, 감정, 의지 등의 정신활동을하는 행위를

말 한다.

그래서 특히 대인 관계에 있어서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했다.

(心不在焉,視而不見,聽而不聞,食而不知其味)

하기야 마음이 지척(咫尺)이면 천리도 지척(咫尺)이요,

마음이 천리(千里)면 지척(咫尺)도 천리라는 말이 예로부터 전해내려 오고 있다.

어느 철인이 말하기를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만이 삼라만상의 변화무상한 실체를

느낄 수있고, 참다운 진실(眞實)도 알 수있다 했으니, 그러고 보면 사람의 본체는

그 사람의 육신(肉身)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 컨데 마음먹기에 따라 어제 밤에 보던 山河도 하루를 지나 달라졌을 리가 없다.

 

산도 어제 보던 산이요, 물도 흐르던 그 물이다.

지난밤엔 그처럼 아름답던 산천초목이 오늘따라 마음으로 느끼는 감회가 다르니 웬

일일까?

그러기에 인간은 우매(愚昧)하고, 간교(奸巧)한 속물(俗物)인지도 모른다.  

속세(俗世)를 떠나 심산유곡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진리를 깨우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극복해야한다고 일러 준다.  

고승 원효(高僧元曉)는 불교의 깊은 뜻을 알기위해,

당(唐)나라로 유학(留學)을 가다 해가 저물어 공동묘지에서 노숙(露宿)을 하게 되었다.

한 밤중에 갈증이 심하여 잠자리에서 깨어나 살펴보니 마침 가까이 있는 바가지 속에

물이 고여 있었다.

기분 좋게 물을 마시고나니, 마음이 몹시 상쾌하여 편안한 잠을 잤었다.

다음날 아침에 원효는 간밤에 마신 물이 해골속에 고여 있는 더러운 물이란 걸

알고는, 구역질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거기에서 원효는 깊은 진리를 깨닫고, 고국으로 돌아 왔다는 고사(故事)는,

우리 모두가 우러러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위대한 대선사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생각

하게 한다.

 

계절이 가고 오는 것에 귀를 기울여 보자.

거기에는 유현(幽玄)하고 신비(神秘)한 우리들의 삶의 철학이 스미어 있으니,

어찌 그냥 스쳐 보낼 수 있을까?  

도연명(陶淵明)의 詩에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니 잠시라도 소흘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후회 없는 생을 위하여 매사에 전력투구(全力投球)해야 한다고

갈파(喝破)한 말이다.

봄인 듯 여름이요, 가을인 듯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축복(祝福)이요, 행복(幸福)이요, 행운(幸運)이다.

자연은 철따라 스스로 절제(節制)하고,

조화(調和)로운 변화로 많은 교훈을 일러주고,

설법(說法)을 들려준다.  

 

황혼(黃昏)이 드리운 서녘 하늘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세월을 조용히 묵상(黙想)해 본다.  

때 늦은 생각일까?

못 다한 미련, 허황된 꿈, 헛된 욕심 들은 모두 버리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살다

떠나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오욕(五慾)과 칠정(七情)을 떨쳐 버릴 수 없을까?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의 부재일까?

세속에 찌든 때를 씻지 못해서 일까?

나 혼자 마음속에 담아둔 부끄러운 짐들을 떨칠 수 없으니,

언제 훌훌 털어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까?  

파란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흔적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세월의 그림자를 뒤돌아보면,

내 삶도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절실하게 느낀다,  

불경(佛經)에 이르기를 뜬 구름 자체(自體)는 본래 실체(實體)가 없는 것,

인간의 삶과 죽음 또한 오고 감도 어찌 구름과 다르랴.

(浮雲自體無實, 生死去來亦如然),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제각기 주어진 삶을 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괜한 욕심은 부질없는 것이리라.  

이 세상에 태어나 인연(因緣) 맺고, 정(情) 맺어 살다보면 모두가 행복한 삶인 것을...

어리석게도 현실에 집착했던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스스로 자아를 찾아

한 번쯤 여생(餘生)에 대한 진지한 고민(苦憫)은 어떨까? 

이제는 내 삶의 유역(流域)을 되돌아보고, 무겁고 힘겨운 짐들은 다 벗어 버리고.

마음으로 그려보는 세월의 그림자는 어떤 것일까 한 번 생각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