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희
1965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시집 《구룡포로 간다》, 도보여행기 《대한민국 해안누리 길: 바다를 걷다》(공저), 해양문화집 《뒤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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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라도 지역마다 다 다르고 같은 경북이라도 대구를 기준으로 위아래와 동서의 사투리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떤 말은 경상도 안에서도 서로 못 알아듣는 경우까지 있다.
‘대보’라 하면 구룡포 호미곶 일대로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포항시 남구 대보면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여기서 구사된 말은 전형적인 경상도 동부지역 포항 사투리인 셈이다.
하지만 ‘~이시더’ ‘~니더’ 따위는 경북 북부지방에서도 쓰는 말이고,
‘~능교’는 대구를 포함해 경상도 거의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언이다.
이 텁텁한 탁주 같은 넋두리들을 들어주고 있는 청자는 아마 권선희 시인 자신으로 짐작되는데,
가만 보면 시인의 주변엔 이런 인적자원(?)들이 꽤나 풍부한 것 같다.
‘덕수씨’를 비롯해 그녀의 시집에는 어디를 펼치더라도 구룡포 바닷가 사람들의 삶이 진하게 녹아있고,
그 애환의 신산스러운 곡조들로 빼곡하다.
아무리 둘레에 부존자원이 많이 있어도 아무나 그 이웃들을 생명력 있는 언어로 밀도 있게 그려내지는 못한다.
권선희 시인을 '구룡포 시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그림들을 우리에게 선명히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원래 고향은 강원도 춘천이라 들었다.
그런 그녀가 구룡포에 살면서 르포작가 마냥 구석구석 바닥을 훑으며 써내려간 다큐멘터리가 독자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그들과 함께 부대끼고 호흡하면서 전해주는 서정적 진술은 마치 ‘인간극장’을 보는듯하여 때로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이 詩에서도 한가한 어촌의 팔남매 오글오글한 집의 막내로 태어난 화자가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맏형을 그리워하며,
그 형이 지난 세월에 사준 다 불어터진 ‘동화루 짜장면’의 입맛을 다시며 풀어내는 곡절들을 다 듣자면,
필시 눈물이 찔끔 나오지 싶다.
그러니 그걸 급 수습하려면 ‘마카다’ ‘우예든동’ 탁주 한 사발씩 들이키며 울대를 미리 적실 도리밖에...
-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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