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더위 식히는 제주별미 '물회'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이마에 목덜미에 귀밑머리에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 내느라 짜증은 나고,
식욕은 한없이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떻게 하면 저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상상이 머리속을 채운다.
남극의 빙하를 맨발로 걷거나, 예고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두 팔 활짝 벌려 맞거나,
인적없는 계곡폭포수의 그 상쾌한 물줄기는 얼마나 차가울까 등등..
불볕더위가 일상이 돼버린 여름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여행의 의욕마저 반감시켜버리는 한여름 뜨거운 태양,
여행의 기력을 쇠하게 만들어 버리는 불볕더위.
피서도 즐기고 여행지의 참맛도 느껴보는 일석이조의 여름요리,
물회는 바로 이맘때 반드시 챙겨야할 제주의 자존심이다
제주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음식으로 대부분의 제주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물회를
꼽는다.
그만큼 제주사람들과 친숙한 음식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회는 오이와 깻잎을 채 썰고 미나리를 잘게썰어 주 재료인 자리나 한치, 홍삼이나
소라 등을 잘게 토막내 준비한 야채와 섞어 양념한다.
양념은 된장을 주로 하고 소금, 설탕, 깨소금, 고춧가루, 식초를 넣어 버무린다.
여기에 시원한 물을 붓고 얼음을 띄우면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물회가 완성되는데,
자리돔이 들어가면 자리물회, 한치가 들어가면 한치물회가 된다.
물회의 대표격인‘자리’는 보리이삭이 패이면서 알이 들고,
5월 하순부터 8월이 산란기여서 이때가 맛이 빼어나다.
그래서 제주의 여름식단에 반드시 오른다.
타지에 나가 있는 제주사람들은 땀이 흐르는 초여름만 되면 자리회가 먹고싶어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한다.
그 정도로 맛이 기가 막혀 여름철 대표음식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이 자리를 잡기 위해 조선조부터 ‘테우’라 불리는 뗏목배가 있었다니 말이 필요없다.
자리는 제주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부르는 명칭이고 표준어는 자리돔이다.
자리는 붕어만한 크기의 돔종류로 최대길이가 13cm이고 대부분 6~7cm 정도다.
바다고기중에서 지방, 단백질, 칼슘이 많고 구수한 맛을 내는 글로타닌산과 같은
아미노산과 성분이 많은 생선이다.
자리회는 강회와 물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강회는 중간크기의 싱싱한 자리를 비늘과 지느러미, 머리, 꼬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등쪽으로 어슷썰기하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양념장을 무쳐 먹는 것이다.
횟국이나 회무침에는 반드시 된장이 들어가야 비린내가 가시며 향기가 있다.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시원한 국물과 함께 옥독오독 고소하게 씹히는
자리맛은 가히 일품이다.
자리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바로 등의 가시.
가시는 고소하기는 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입천장을 찔리기 쉽상이다.
제주토박이가 아닌 다음에야 가시까지 씹어먹기는 힘들 듯하다.
물회는 자리도 자리지만 국물맛에 먹는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여름에는 최고 별미로 친다.
국물맛을 내는데는 양념이 중요하다.
마늘,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식초등 갖은 양념과 함께 메인이 되는것은 된장이다.
고춧가루와 된장이 어루러진 얼큰한 국물맛의 자리물회는 해장국을 대신한다.
밥 한공기를 곁들여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한치’역시 물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다 먹거리다.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제주연안에서 잡히는 한치는 살이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한치물회는 자리와는 또 다른 시원하고 구수한 맛 때문에,
여름철 가장 인기가 높으며 활한치회는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제주한치는 표준어로 화살 오징어라 일컬어지는 것으로,
다리가 짧아 한치(3cm) 밖에 안된다고 해서 한치라 하기도 하고,
한겨울 추운 바다에서도 잡힌다 해서 한치라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일부지역과 제주도 근해에서 잡히는데,
강원도에서 잡히는 한치는 몸체가 길고 희며 두께가
얇은 반면 제주산은 몸체가 짧고 붉은색을 띠며,
우유빛 그 자체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맛 또한 그맛이다.
오징어의 일종인 한치는 청정해역에서만 산다.
살이 부드럽고 쫄길쫄깃한 맛이 일품. 지방, 단백질 칼슘이 많은 영양식이다.
시원한 국물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한치의 촉감은 또 다른 별미.
한치를 얇게 썰어 만드는 한치회는 생선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을 것 같다.
특히 콜레스테롤 억제성분인 타우린과 DHA 등 고급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고급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름밤이면 방파제마다 자리를 차지한 한치 낚시꾼들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다.
물회가 제주의 대표음식으로 사랑받는 것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기인한다.
옛부터 제주여성은 생업과 가사일을 동시에 맡았기 때문에 오랜시간 부엌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따라서 조리시간이 짧은 냉국이나 물회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고,
조리법이나 미관에 큰 신경을 기울일 수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식품 고유의 맛과 영양성분의 손실을 최소화한 제주특유의 조리법으로 만든
제주 음식에는 싱싱한 자연의 맛이 그대로 배어 있다.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척박한 섬이지만,
기후가 온난해 겨울철에도 싱싱한 먹을 거리가 풍부하다.
이 때문에 제주토속음식은 바다와 밭의 재료를 적절하게 이용한 음식이 발달해 있다.
재료가 풍부해서인지 제주음식은 감칠맛 나면서도 담백, 신선해서 자연 그대로의
살아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소라, 성게, 멜(멸치) 등을 이용한 소라회, 성게국, 멜국, 보말국 등이 있으며,
여름에는 한치,자리 등을 이용한 한치물회, 옥돔미역국이 있다.
가을에는 갈치, 고등어 등을 재료로 한 갈치호박국, 고등어조림등이 있으며
겨울에는 꿩 메밀 등을 이용한 꿩토렴(샤브샤브), 꿩메밀국수, 빙떡등이 있다.
이외에 모자반을 이용한 몸국,
각종 해산물을 재료로한 해물뚝배기,
오분자기와 표고버섯 등을 넣은 오분자기 돌솥밥,
제주토종 흑돼지불고기 등이 잃어버린 미각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준다.
특히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와 접해 있어서 싱싱한 어패류를 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어패류를 이용한 젓갈류는 식단에서 부족한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해왔다.
청정해역인 제주부근 바다에서 채취, 어획한 어패류를 이용해 멸치젓이나 자리젓을
담가 먹었고, 새우젓, 오분재기젓, 소라젓, 성게젓, 한치젓 등도 제주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표 젓갈이다.
자료출처 : 보보스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