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물회’
새콤달콤·시원~ 졸던 여름입맛 확 !
요즘은 온난화로 인해 동해안 남부에서도 잡힌다.
크기는 보통 13㎝ 정도.
제주 일대에서는 주로 방파제에 있는 테트라포트 사이에 집단으로 서식하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자리, 제리, 자돔, 경남 통영에서는 생이리라 불린다.
산란시기는 5~8월이고, 한번에 2만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담백한 맛에 씹히는 맛이 일품이며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된다.
뼈째 씹어 먹기 때문에 칼슘이 풍부하고 철분·인 등 각종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고단백질이라 성장기 아이들이나 병치레 후 회복기의 환자에게도 좋다.
제주에서는 자리돔을 그냥 ‘자리’라고 부른다.
그래도 명색이 ‘돔’인데 너무 흔하다 보니 잡어 취급을 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음식으로서의 입지는 굳건하다.
제철인 4월에서 7월까지는 물회나 강회로, 혹은 굽거나 무쳐서 다양하게 즐기고,
젓갈로도 담아서 1년 내내 두고 먹는다.
제주에서는 고등어나 갈치보다도 더 친숙한 식재료가 바로 자리돔이다.
자리돔은 군집생활을 한다.
바닷가 얕은 곳의 산호초나 암초지역인 ‘여’에 모여 사는데,
멀리 다니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며 지킨다고 해서 자리돔이다.
그래서 사는 여에 따라 씨알도 틀리다.
주로 서귀포 인근 남쪽에서 많이 잡히는데,
남서쪽인 모슬포에서 잡히는 놈은 씨알이 굵고 뼈가 세 구이용으로 알맞고,
남쪽 보목포구 근처 섶섬·지귀도 일대에서 잡히는 놈은 씨알이 잘고 뼈가 부드러워
물회에 어울린다.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13년째 자리물회 전문점 ‘보목 해녀의 집’을 운영하는
강여정씨(50)는,
“제주에서 물회는 예로부터 여름을 나는 아주 중요한 전통음식이었다”며
“특히 물회는 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음식이자 음료였을 뿐아니라,
새콤한 맛으로 여름철 잃은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별미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오이·양파·무·미나리·깻잎·부추·고추 등 각종 채소를 채 썰고,
고춧가루·참기름·통깨·다진 마늘에 날된장을 풀어서,
미리 식초에 재워 놓은 손질한 자리와 함께 버무린다.
그대로 쌈에 싸 먹으면 강회고, 물을 붓고 얼음을 띄우면 물회다.
날된장으로 간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요즘 제주에서는 달착지근한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는 식당이 늘고 있는 추세다.
넘쳐나는 외지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제주 사람들은 식초보다 10배 정도 신맛이 강한 빙초산을 넣어 먹는다.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강한 신맛을 즐기기 위해서인데,
자리돔의 뼈와 살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빙초산은 피부를 상하게 할 정도로 독하므로 아주 조금만 사용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사과식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원래부터 빙초산을 넣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쉰다리’라는 제주 전통음료를 다시 발효시킨 ‘쉰다리 식초’를 넣어 먹었다.
쉰다리는 보리밥과 누룩으로 만든 시큼한 식혜 같은 것이다.
먹다 남은 보리밥을 이용한 음료로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
하지만 차츰 쉰다리 식초를 찾아볼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신맛이 약한 식초 대신
빙초산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올레 6코스 보목포구 인근 ‘쉼터’에 가면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 것을 팔고 있으니,
이곳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맛을 보자.
마지막으로 물회의 맛을 완성시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초피’다.
(제주에서는 초피를 재피라고 부른다)
초피는 향이 아주 강하다.
된장의 구수함, 식초의 톡 쏘는 신맛, 초피의 강렬한 향이,
각종 채소와 자리돔이 어우러져 내는 맛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자리물회의 맛’이다.
아, 하나가 빠졌다. 시원함이다.
둥둥 뜬 얼음 때문에 자리물회의 시원함은 시각적으로 먼저 온다.
한숟갈 떠 넣으면 시원함은 청각으로 넘어간다.
후루룩~. 그 다음이 향이다.
음식이 입에 닿기도 전에 먼저 재피의 알싸한 향과 빙초산의 신맛이 코를 자극한다.
그 생각이 혀로부터 진짜 신맛을 불러온다.
그래서 향이 물러가면 그 자리를 신맛이 채운다.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신맛보다는 시다는 느낌이 시게 만드는 것이다.
신맛이 달아날 즈음 아삭하게 씹히는 무와 미나리 등의 채소가 빈자리를 메운다.
그 아삭함 속에 자리돔의 육질이 들어온다.
씹다 보면 신맛과 향, 아삭한 육질은 사라지고 마지막에 자리의 뼈만 남는다.
뼈에 무슨 맛이 있을까마는 가만히 씹다 보면 거기에 고소함이 있다.
뼈마저 잘게 녹아 입안의 모든 맛이 사그라지고 나면,
아차, 잊었다는 듯 뇌는 다시 신맛을 찾아 난리다.
하지만 아무리 신맛이 강조되었다 하더라도 자리물회는 된장의 구수한 맛과,
자리 뼈의 고소함, 그 사이에 있다.
* 출처 : 농민신문 (서귀포=김도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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