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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해(食醢)와 식혜(食醯)

아즈방 2022. 6. 11. 09:56

식해(食醢)와 식혜(食醯)

 

발음(發音)이 비슷하여 한자(漢字)로 표기하지 않고서는 그 뜻을 구분하기 어려운 글자가 있다.

식혜(食醯)는 쌀밥에 엿기름가루를 넣어 발효시킨 음료수이다.

명절음식으로 전해 오고 있는데 맛이 달아서 단술 또는 감주(甘酒)라고도 한다.

혜(醯)자는 회의문자로 䤈(혜)와 동자(同字)인데 파자(破字)해 보면 酉(유→ 술)와 皿(명→그릇)과 㐬(류)의

합자(合字)이다.

식해(食醢)는 음료가 아닌 반찬으로 생선(生鮮) 즉 가자미나 명태에 약간의 소금과 쌀(조)밥을 섞어 숙성

(熟成)시킨 생선 젓갈식품을 말한다.

酼(해)의 와자(訛字)인데 뜻을 나타내는 닭유(酉→술, 닭)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유→해(醢)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식혜(食醯)와 식해(食醢)는 구분 할 줄 알아야 서당의 훈장자격이 있다는 말이 있다.

 

 

식해(食醢) : 토막친 생선에 소금과 밥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

식해는 바다에서 먼 산간지대에서 생선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시작된 것으로 이의 원산지는 쌀의 분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미얀마·타이·라오스 등지에서는 바다고기를 접할 수 없다.

그러나 은어·연어·뱀장어처럼 계절적으로 왕래하는 물고기가 많다.

따라서 자연히 그 계절이 지난 뒤의 저장이 문제가 된다.

이곳은 바다에서 멀기 때문에 소금이 귀하여 소금에 저린 물고기를 많이 만들 수가 없고,

또 열대이기 때문에 우기에는 건어를 만들기도 어렵다.

따라서 생선에다 소금을 약간 넣고 쌀밥을 섞어 숙성시키는 식해가 개발된 것으로 여겨진다.

 

생선에 최소한의 소금과 쌀밥을 섞어 숙성시키면 쌀의 전분이 분해되어 유산이 생성된다.

이 유산이 생선의 부패를 억제하고 독특한 풍미를 생성시킨다.

식해는 2세기 초엽에 중국의 '說文解字'에서 처음 등장한다.

“지(鮨)는 생선젓갈이고 자(鮓)는 생선의 또 다른 저장형태인 식해이다. 이것은 외래어이다.”라고 하였다.

3세기의 '釋名'에서는 “자는 저(菹)이다. 생선을 소금과 쌀로 빚어 숙성되면 먹는다.”고 하였다.

 

송나라 때에는 식해가 크게 성행하여 은어·잉어·해파리·거위·참새 등으로 만들었다.

북송의 수도인 개봉(開封)과 남송의 수도인 항저우(杭州)에서는 음식점은 물론 식료품점이나 거리의 노점

에서도 판매되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초기까지의 문헌에는 식해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조선 초기까지 식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문헌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식해가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엽부터이다.

 

우리 나라에서 식해를 담가 먹는 지방은 함경도·강원도·경상도이다.

모두 동해안에 연한 지방이다.

식해에 쓰이는 생선류는 명태·가자미·고등어·도루묵·멸치 등으로 다양하다.

바다에서 먼 고장은 생선을 말린 것으로 식해를 담그기도 한다.

 

식해에 넣는 곡류는 쌀밥·찰밥·차조밥·메조밥 등이다.

밥은 질지 않게 하고, 밥을 말려서 수분의 양을 조절한다.

함경도지방 식해의 특징은 반드시 조밥을 사용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쌀이나 찹쌀로 밥을 하여 섞는다.

 

함경도지방의 명산물인 가자미식해는 12월부터 3월초 무렵에 나는 가자미로 담가야 제맛이 난다.

맛은 맵고 얼큰하기도 하고 달착지근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난다.

 

가자미식해

담그는 법은, 먼저 가자미를 씻어 물기를 뺀 다음에 항아리에 켜켜로 담으면서 소금으로 절인다.

(가자미는 꼬리 쪽에 가느다란 노란 줄이 있는 참가자미가 좋다)

열흘 뒤쯤 빳빳하게 절은 가자미를 꺼내어 씻고 먹기 좋게 자른다.
조밥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뒤에 항아리에 담아 나흘쯤 묵힌다.

나흘이 지난 뒤에 무채를 굵게 썰어 소금에 절여 물기를 뺀 다음에 고춧가루에 버무려 항아리에 같이

담는다.

열흘쯤 지나 빨간 물이 들면 먹는다.

식해는 반찬으로 이용되며, 경상도지방의 농어촌에서는 명절 때 북어로 식해를 담가 먹는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식혜(食醯) :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감미가 나도록 만든 음료

식혜를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였는지 알 수 없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에 보이는 ‘행당맥락(杏餳麥酪)’의 ‘낙(酪)’을 식혜나 감주무리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시대 영조 때의 문헌인 '소문사설'(謏聞事說)에 기록되어 있다.

 

식혜를 만드는 법은 먼저 엿기름을 알맞게 계량하여 따뜻한 물에 껍질째 넣고 빨아서 고운 체에 밭친 다음,
그 물을 가만히 가라앉힌다.

(엿기름은 보리에 싹을 틔운 것으로 가을보리를 물에 담가 싹이 뾰족하게 나면 시루에 안쳐 물을 가끔씩

주면서 기른다. 

싹이 보리길이의 두 배쯤 자랐을 때 바싹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맷돌에 갈아서 사용한다)

싸라기가 없는 좋은 쌀을 택하여 매우 된밥을 지어 사기항아리와 같은 금속물이 아닌 그릇에 담는다.

사기항아리에 엿기름의 웃물만을 가만히 따라서 붓고 온도를 60∼70℃로 4∼5시간 유지시켜 밥을 삭힌다.
이 때 온도가 낮으면 밥이 쉬어 식혜의 맛이 시어져서 실패한다.

또한 온도가 너무 높아도 당화가 잘 안 된다.

뜨거운 물 가운데에 항아리를 놓아 간접적으로 보온하는 방법이나 따끈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보온하는

방법을 쓰면 좋다.

4시간 정도 지난 뒤에 뚜껑을 열어보아 밥알이 동동 떠 있으면 밥알을 조리로 건져서 찬물에 헹구어 다른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식혜물은 한소끔 끓이면서 설탕을 알맞게 탄다.

끓이는 동안 떠오르는 거품은 숟가락으로 살짝살짝 걷어내야 식혜물이 맑고 정하다.

쌀은 멥쌀이나 찹쌀을 쓴다.

멥쌀로 만든 것이 밥알이 더 잘 뜬다.

찹쌀은 밥알이 뭉그러져서 지저분하게 보이고 감촉도 나쁘다.

감미(단 맛)는 찹쌀로 만든 것이 조금 더 강하다.

혜물은 몇 가지 가미를 하여 맛과 모양을 좋게 하기도 한다.

식혜물을 끓일 때에 생강 몇 쪽을 넣거나 따로 생강물을 달여서 섞고,

유자를 통으로 혹은 서너조각을 내어 식혜물에 담가 향미가 배어들도록 한다.

또는 식혜에 유자청을 섞고 유자껍질을 곱게 채 썰어 띄우기도 한다.

흰 밥풀과 노란 유자채가 어우러져 예쁘고 향기도 있다.

석류를 보석처럼 몇 알 띄우고 잣을 띄우기도 한다.

 

식혜는 추동간에 마시는 것이 제철이었다.

최근에는 계절이 없이 마시고 있으며, 설탕 맛이 지나쳐 맥아당의 맛이 적은 음료가 되고 있다.

식혜는 흔히 감주와 혼용된다.

밥알이 삭아서 동동 떠오르면 밥알을 따로 건져놓고 끓여서 차게 식혀 밥알을 띄워 마시는 것이 식혜이고,
감주는 밥알이 다 삭아서 노르스름해지고 끈끈해지며 단맛이 날 때에 끓여서 단맛을 진하게 하여 따끈하게

마시는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안동식혜( 安東食醯 )

 

물가재미식해

 

김명인

 

삭은 혀끝이 거머쥘 감칠맛 어디 있겠냐고
어머니할머니할머니의 그 할머니
구황하려 매운 손끝으로 버무려 온 물가재미식해
한 젓가락 듬뿍 퍼 올리고 싶다
흔하디흔한 물가재미 큼직큼직 채 썰어
무며 조밥마늘고춧가루에 비벼 간 맞춘 뒤
오지에 담아 아랫목에 두면 며칠 새
들큰새콤 퀴퀴하게 삭아 있던 밥 식해,
왜 오묘함은 가슴과 사귀는 좁쌀 별인지
밤새워 푸득거리는 눈발 한 채여도 안 서럽던

 

식해(食醢)는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 만드는 식혜(食醯)가 아니다.

식혜는 음료수지만 식해는 반찬이다.

식해는 동해안에 사는 사람들이 가자미나 명태를 무와 조밥에 버무려 발효시킨 뒤에 먹는 음식이다.

경북 울진이 고향인 시인의 기억 속에 식해는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오묘한 맛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해를 씹을 때 자잘한 좁쌀알들이 이에 끼기도 했을 것이며,

폭설이 내려도 두렵거나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 속의 음식은 단순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생의 실핏줄처럼 오늘의 우리와 단단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변변찮아 보이는 그 음식의 힘이 우리를 이만큼이라도 키웠다. 
 
<안도현 / 시인>

[조재오 칼럼] 식혜(食醯)와 식해(食醢)

 

식혜(食醯)는 엿기름 걸러낸 물에 쌀밥을 삭혀 발효시킨 단술(甘酒)이고 맛이 달다. 

대부분 차갑게 식혀서 음료로 즐기고 따끈하게 데워 감기를 다스리는 데 사용되기도 하며,

오래 전부터 가정의 대소사 행사에 빠지지 않는다. 

요즈음은 상업적으로 통조림화 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식해(食醢)는 젓갈 해자가 들어 있어 글자 그대로 젓갈과 밥의 합작이다. 

소금과 조밥으로 삭힌 생선을 고추와 마늘, 생강, 무 등 양념과 함께 비벼 일정기간 삭힌다. 

숙성을 보다 빨리 시키고 아작아작 씹히는 식감을 높이기 위해 엿기름과 무를 넣기도 한다. 

김치처럼 항아리에 담아 새콤하게 익힐수록 맛이 더 나고, 

무와 젓갈이 어우러져 숙성되기 때문에 김치의 일종으로 분류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본고장 사람들은 김치는 김치고 식해는 식해라고 분명히 말한다. 

이와 같이 식혜(食醯)와 식해(食醢)는 발음이나 만드는 과정이 일부는 비슷하여 두 가지 음식을 놓고 

혼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식혜와 식해는 분명히 다른 음식이다.

 

대표적인 식해로는 함경도 가자미식해와 도루묵식해, 명태식해를 꼽고, 

황해도 연안 지방의 조갯살로 담근 연안식해와 부산 기장 지방의 갈치 식해가 전해진다. 

특히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지방 고유의 향토음식이고, 

지금은 한국전쟁 당시 남하한 함경도 사람들에 의해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촌이 본고장 식해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자미식해의 맛은 잘 숙성될수록 가자미 살을 찢어서 씹을 때 알싸하면서도 매큼하고 고소하며,

약간 새콤한 것이 신 김치를 먹을 때 나는 맛과도 약간 유사하지만,

생선에서 날 수 있는 비린 맛은 적고, 젓갈과 유사하며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을 더하게 하는 오묘한 

맛을 낸다. 

가히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는 일품으로 꼽힌다.

식혜는 대한민국의 전통음료 중 하나로 오늘날에는 ‘단술’, ‘감주(甘酒)’가 같은 의미로 쓰이나 과거에는 

지역마다 달라서 다른 음식인 곳도 있었고 같은 음식인 곳도 있었다. 

엿기름과 밥을 같이 삭힌 다음 건더기를 짜내 졸여내면 조청이 된다.

 

식혜에 관한 기록으로는 1740년 영조 때 李杓가 지은 '수문사설'(謏聞事說)에 처음 나타나 있다. 

식혜의 맛은 엿기름가루에 달려 있는데,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是議全書)와, 

1934년 간행된 方信榮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는 엿기름 기르는 법과 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1869년 빙허각 이씨의 '간본 규합총서'(刊本閨閤叢書)에도 식혜 만드는 방법이 지세히 소개되어있다.

식혜를 만드는데 엿기름가루가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당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많이 있어서 당화작용이 

일어나고 생성된 말토즈는 식혜의 독특한 맛에 기여한다.

원리는 밥이나 찹쌀에 있는 탄수화물이 엿기름에 있는 아밀라아제에 반응하여 당화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밥을 씹을 때 단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안동 지방에서 식혜라 하면, 찹쌀 또는 멥쌀을 고들하게 쪄서 엿기름물에 담고, 생강즙을 짜 넣고,

고춧가루로 물을 내 삭힌 독특한 음료로 특별한 고명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안동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이런 형태의 음료를 식혜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을 감주라고 부른다.

 

필자의 집에서도 명절이나 제사 때는 빠지지 않고, 내자가 지봉 이수광의 후손인 할머님께 배운 솜씨로 

식혜를 만들어 즐기곤 한다.

 

조재오 / 경희치전원 외래교수,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