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해(食醢)와 식혜(食醯)
발음(發音)이 비슷하여 한자(漢字)로 표기하지 않고서는 그 뜻을 구분하기 어려운 글자가 있다.
식혜(食醯)는 쌀밥에 엿기름가루를 넣어 발효시킨 음료수이다.
명절음식으로 전해 오고 있는데 맛이 달아서 단술 또는 감주(甘酒)라고도 한다.
혜(醯)자는 회의문자로 䤈(혜)와 동자(同字)인데 파자(破字)해 보면 酉(유→ 술)와 皿(명→그릇)과 㐬(류)의
합자(合字)이다.
식해(食醢)는 음료가 아닌 반찬으로 생선(生鮮) 즉 가자미나 명태에 약간의 소금과 쌀(조)밥을 섞어 숙성
(熟成)시킨 생선 젓갈식품을 말한다.
酼(해)의 와자(訛字)인데 뜻을 나타내는 닭유(酉→술, 닭)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유→해(醢)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식혜(食醯)와 식해(食醢)는 구분 할 줄 알아야 서당의 훈장자격이 있다는 말이 있다.
식해(食醢) : 토막친 생선에 소금과 밥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
식해는 바다에서 먼 산간지대에서 생선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시작된 것으로 이의 원산지는 쌀의 분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미얀마·타이·라오스 등지에서는 바다고기를 접할 수 없다.
그러나 은어·연어·뱀장어처럼 계절적으로 왕래하는 물고기가 많다.
따라서 자연히 그 계절이 지난 뒤의 저장이 문제가 된다.
이곳은 바다에서 멀기 때문에 소금이 귀하여 소금에 저린 물고기를 많이 만들 수가 없고,
또 열대이기 때문에 우기에는 건어를 만들기도 어렵다.
따라서 생선에다 소금을 약간 넣고 쌀밥을 섞어 숙성시키는 식해가 개발된 것으로 여겨진다.
생선에 최소한의 소금과 쌀밥을 섞어 숙성시키면 쌀의 전분이 분해되어 유산이 생성된다.
이 유산이 생선의 부패를 억제하고 독특한 풍미를 생성시킨다.
식해는 2세기 초엽에 중국의 '說文解字'에서 처음 등장한다.
“지(鮨)는 생선젓갈이고 자(鮓)는 생선의 또 다른 저장형태인 식해이다. 이것은 외래어이다.”라고 하였다.
3세기의 '釋名'에서는 “자는 저(菹)이다. 생선을 소금과 쌀로 빚어 숙성되면 먹는다.”고 하였다.
송나라 때에는 식해가 크게 성행하여 은어·잉어·해파리·거위·참새 등으로 만들었다.
북송의 수도인 개봉(開封)과 남송의 수도인 항저우(杭州)에서는 음식점은 물론 식료품점이나 거리의 노점
에서도 판매되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초기까지의 문헌에는 식해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조선 초기까지 식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문헌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식해가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엽부터이다.
우리 나라에서 식해를 담가 먹는 지방은 함경도·강원도·경상도이다.
모두 동해안에 연한 지방이다.
식해에 쓰이는 생선류는 명태·가자미·고등어·도루묵·멸치 등으로 다양하다.
바다에서 먼 고장은 생선을 말린 것으로 식해를 담그기도 한다.
식해에 넣는 곡류는 쌀밥·찰밥·차조밥·메조밥 등이다.
밥은 질지 않게 하고, 밥을 말려서 수분의 양을 조절한다.
함경도지방 식해의 특징은 반드시 조밥을 사용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쌀이나 찹쌀로 밥을 하여 섞는다.
함경도지방의 명산물인 가자미식해는 12월부터 3월초 무렵에 나는 가자미로 담가야 제맛이 난다.
맛은 맵고 얼큰하기도 하고 달착지근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난다.
담그는 법은, 먼저 가자미를 씻어 물기를 뺀 다음에 항아리에 켜켜로 담으면서 소금으로 절인다.
(가자미는 꼬리 쪽에 가느다란 노란 줄이 있는 참가자미가 좋다)
열흘 뒤쯤 빳빳하게 절은 가자미를 꺼내어 씻고 먹기 좋게 자른다.
조밥과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뒤에 항아리에 담아 나흘쯤 묵힌다.
나흘이 지난 뒤에 무채를 굵게 썰어 소금에 절여 물기를 뺀 다음에 고춧가루에 버무려 항아리에 같이
담는다.
열흘쯤 지나 빨간 물이 들면 먹는다.
식해는 반찬으로 이용되며, 경상도지방의 농어촌에서는 명절 때 북어로 식해를 담가 먹는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식혜(食醯) :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감미가 나도록 만든 음료
식혜를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였는지 알 수 없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에 보이는 ‘행당맥락(杏餳麥酪)’의 ‘낙(酪)’을 식혜나 감주무리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시대 영조 때의 문헌인 '소문사설'(謏聞事說)에 기록되어 있다.
식혜를 만드는 법은 먼저 엿기름을 알맞게 계량하여 따뜻한 물에 껍질째 넣고 빨아서 고운 체에 밭친 다음,
그 물을 가만히 가라앉힌다.
(엿기름은 보리에 싹을 틔운 것으로 가을보리를 물에 담가 싹이 뾰족하게 나면 시루에 안쳐 물을 가끔씩
주면서 기른다.
싹이 보리길이의 두 배쯤 자랐을 때 바싹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맷돌에 갈아서 사용한다)
싸라기가 없는 좋은 쌀을 택하여 매우 된밥을 지어 사기항아리와 같은 금속물이 아닌 그릇에 담는다.
사기항아리에 엿기름의 웃물만을 가만히 따라서 붓고 온도를 60∼70℃로 4∼5시간 유지시켜 밥을 삭힌다.
이 때 온도가 낮으면 밥이 쉬어 식혜의 맛이 시어져서 실패한다.
또한 온도가 너무 높아도 당화가 잘 안 된다.
뜨거운 물 가운데에 항아리를 놓아 간접적으로 보온하는 방법이나 따끈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보온하는
방법을 쓰면 좋다.
4시간 정도 지난 뒤에 뚜껑을 열어보아 밥알이 동동 떠 있으면 밥알을 조리로 건져서 찬물에 헹구어 다른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식혜물은 한소끔 끓이면서 설탕을 알맞게 탄다.
끓이는 동안 떠오르는 거품은 숟가락으로 살짝살짝 걷어내야 식혜물이 맑고 정하다.
쌀은 멥쌀이나 찹쌀을 쓴다.
멥쌀로 만든 것이 밥알이 더 잘 뜬다.
찹쌀은 밥알이 뭉그러져서 지저분하게 보이고 감촉도 나쁘다.
감미(단 맛)는 찹쌀로 만든 것이 조금 더 강하다.
식혜물은 몇 가지 가미를 하여 맛과 모양을 좋게 하기도 한다.
식혜물을 끓일 때에 생강 몇 쪽을 넣거나 따로 생강물을 달여서 섞고,
유자를 통으로 혹은 서너조각을 내어 식혜물에 담가 향미가 배어들도록 한다.
또는 식혜에 유자청을 섞고 유자껍질을 곱게 채 썰어 띄우기도 한다.
흰 밥풀과 노란 유자채가 어우러져 예쁘고 향기도 있다.
석류를 보석처럼 몇 알 띄우고 잣을 띄우기도 한다.
식혜는 추동간에 마시는 것이 제철이었다.
최근에는 계절이 없이 마시고 있으며, 설탕 맛이 지나쳐 맥아당의 맛이 적은 음료가 되고 있다.
식혜는 흔히 감주와 혼용된다.
밥알이 삭아서 동동 떠오르면 밥알을 따로 건져놓고 끓여서 차게 식혀 밥알을 띄워 마시는 것이 식혜이고,
감주는 밥알이 다 삭아서 노르스름해지고 끈끈해지며 단맛이 날 때에 끓여서 단맛을 진하게 하여 따끈하게
마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