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남해안의 별별 물회 열전
잡히는 해산물, 지역색 따라 고추장, 식초로 맛 내
여름엔 오장육부를 시리게 만드는 시원한 음식이 별미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수박이며 눈꽃송이처럼 곱게 간 팥빙수,
이를 시리게 만드는 물냉면 등 더위를 이기게 하는 음식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물회는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으로 달아난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여름별미로 손꼽힌다.
계절마다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종류도 가지각색,
그리고 지역마다 만드는 비법도 다양한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물회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지금이야 물회가 전국구 음식이 되었지만 과거 물회는 뱃사람들의 음식이었다.
뱃사람들은 어업을 나갈 때 고추장과 된장을 가지고 나갔다.
그리고 잡은 생선을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다 남은 채소를 넣고 물을 부어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비벼
먹었다.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어업현장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물마시듯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물회는,
그들만의 ‘행동식’이자 체력을 보강하는 스태미나 음식이자 해장음식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어부들의 ‘행동식’이었던 물회는 1970년대부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동해안 물회도 지역에 따라 재료와 맛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에서 물회로 유명한 곳은 강원도 속초와 경북 포항, 전남 완도, 제주도 서귀포 등이다.
요즘은 물회도 체인점이 생기고 재료와 만드는 방법 등이 많이 평준화되었지만,
같은 강원도라도 포구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경북 해안도 위치에 따라 재료가 달라진다.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는 모둠물회.
맹물이나 사골육수에 고추장 양념을 풀어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난다.
사골육수에 진한 고추장 맛, 고성·속초 물회
남한의 최북단 강원도 고성 지역의 물회는 해산물이 총집합한다.
가자미 세꼬시와 오징어, 해삼을 기본으로 전복, 멍게,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맹물에 고추장을 풀어 해산물을 넣고 오이, 배, 청양고추, 설탕, 깨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커다란 그릇에 담은 물회를 각자 떠먹는 것도 특징이다.
횟감을 다 먹은 후에는 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는다.
이렇게 다양한 해산물을 넣은 모둠물회는 고성부터 강릉까지 대부분 비슷하다.
속초등대전망대 근처의 돌섬횟집(033-633-6996)에서는 이 모둠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이 식당에서는 사골을 5~6시간 우려내 육수를 낸다.
그리고 각종 과일을 갈아 넣어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사골육수에 풀어낸다.
“속초물회의 특징은 약간 텁텁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난다는 겁니다.
사골육수를 사용해 투박한 맛이 나지요. 손님들은 깊은 맛이 난다고 해요.”
돌섬횟집의 음식을 책임지는 임금자 사장은,
“물회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고 해산물을 더 넣으면 술안주로도 최고”라고 했다.
또한 물회에는 제철에 나는 생선과 해산물을 넣기 때문에 가장 영양분이 많은 시기에 가장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부터 뜨거운 밥을 물회에 말면 해산물이 익어 제 맛을 잃게 되니,
밥은 해산물을 다 건져 먹은 후 마지막에 넣어 먹어야 맛있어요.”
참고로 물회가 가장 맛있는 온도는 5~10℃ 사이다.
너무 차가우면 혀가 마비되어 세세한 맛을 느낄 수 없고, 미지근하면 횟감이 물러진다.
강원도등산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이상식 대표가 운영하는 돌섬횟집에서는 속초를 찾는 등산객을 위해
등산복을 입은 손님에게는 음식 값의 5%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 가진부부횟집 033-681-1599
* 선영이네물회전문점 033-632-1590
* 바다활어회타운 033-681-1114
고성 물회와 비슷하다. 매콤한 물회의 해산물을 먼저 건져 먹고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으면 별미다.
오징어 물회도 인기가 좋다.
오징어가 많이 나는 속초는 아바이 마을의 오징어순대와 함께 오징어물회가 명물이다.
오징어물회는 ‘오징어물국수회’라고도 부른다.
오징어나 한치를 국수처럼 가늘게 썬 뒤 오이, 양배추, 양파, 깻잎을 채 썰어 초고추장이나 겨자를 푼
육수에 말아 먹는다.
* 돌섬횟집 033-633-6996
* 청초수물회 033-632-3900
* 구구집 033-636-1888
* 봉포머구리집 033-631-2021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양양의 수산항물회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다.
회가 들어간 물회에 익숙하지 않은 ‘물회 초보’들에게 권할 만하다.
‘째복’이라고 아세요? 양양 째복물회
이름이 특이하다.
‘째복’은 동해안에서만 나는 작은 조개다.
민들조개라고도 부르는데 백합, 바지락 등과는 달리 크기나 모양이 ‘째째하고 보잘 것 없다’는 뜻에서
‘째복’이라는 다소 볼품없는 이름이 붙었다.
째복물회는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한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양양의 수산항물회(033-671-0750)는 째복 요리 전문점이다.
째복을 데친 문어와 함께 내는 째복문어물회(1만5,000원)와 째복물회(1만2,000원)가 주 메뉴다.
육수는 고성· 속초와 비슷한 고추장 육수다.
생선살이 아닌 조갯살이 들어간 째복물회는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조개 특유의 담백한 맛을 낸다.
* 수산항물회 033-671-0750
성게는 7월부터 알이 차기 시작해 8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빨간 고추장 국물에 아이스크림처럼 얹어진 노란 성게알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물회의 명품, 강릉 성게물회
성게는 과거 거의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돼 전복과 함께 ‘몸값 높은’ 해산물 중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중국산 성게가 일본에 수출되면서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성게는 7월부터 알이 차기 시작해 8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다.
빨간 고추장 국물에 각종 세꼬시와 노란 성게알이 얹어 나오는데, 곳에 따라 전복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오징어나 생선과는 달리 성게는 씹는 맛보다는 부드럽게 혀에 감기는 쌉쌀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돌고래횟집(033-644-1237, 성게알모둠물회 1만5,000원),
봉포머구리집(033-631-2021, 성게해삼모둠물회 1만2,000원).
* 돌고래횟집 033-644-1237
* 장원물항각 033-644-0327
오징어물회가 많다. 양념은 위쪽 지방과 마찬가지로 고추장이 기본 베이스다.
물을 거의 넣지 않는 울진·영덕 물회
울진과 영덕 지역은 오징어물회를 주로 먹지만 전통적인 물회는 따로 있다.
이 지역의 전통 물회는 육수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참기름, 설탕, 깨, 파 등의 양념을 가장 밑에 깔고 그 위에 오이나 배 등을 채 썰어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자미 세꼬시와 소라 등의 해산물을 올린다.
중요한 건 여기부터다.
육수를 붓는 대신 고추장을 한 숟가락 듬뿍 얹고 재료가 잘 섞일 수 있게 맹물을 반 컵 정도만 부어 비빈다.
여름에는 얼음을 넣으므로 물은 더욱 적게 들어간다.
어찌 보면 회 무침과 비슷하다.
요즘에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육수를 따로 내 기호에 맞게 부어 먹도록 하는 곳이 많다.
* 울진자연회식당 054-783-7221
* 영덕물회막회 054-733-9672
가장 대중적인 물회.
도다리, 넙치, 우럭 등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은 흰살 생선의 횟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
가장 대중적인 맛, 포항 물회
포항물회는 가장 대중적인 물회다.
‘포항물회’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하면서 전국에 체인점도 생겼다.
포항물회는 오징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도다리, 넙치, 우럭 등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은 흰살 생선의
횟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은 놀래기, 쥐치, 꽁치, 멍게 등의 재료를 쓰기도 한다.
뼈째 먹는 막회(세꼬시)를 넣는 강원도 지역과는 달리 살점만 포를 떠 넣는 것도 포항물회의 특징이다.
속초와 비슷하게 고추장 양념소스를 사용하는데,
매실 엑기스와 다시마 엑기스, 꿀 등의 천연재료를 넣어 차별을 두었다.
포항에서 물회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은 죽도시장과 북부해수욕장, 구룡포시장 등이다.
포항물회는 생선과 채소를 고추장에 비빈 후 물을 타 먹는 것이 ‘오리지널’이지만,
최근에는 고추장 육수 대신 맵고 달고 개운한 맛을 내는 특제육수를 사용하는 퓨전 물회도 늘었다.
북부해수욕장 근처의 ‘마라도횟집(054-251-3850)’은 ‘최강달인물회’로 유명하다.
이 집 사장이 한 TV프로그램에 도다리물회를 들고 강원도 오징어물회와 서울 참치물회와 맛 대결을 펼쳐
1등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때 들고 나간 물회를 상품화한 것이 바로 최강달인물회(2만2,000원)다.
이 물회에는 참도다리에 자연산 전복, 멍게, 소라 등이 들어간다.
육수는 매실과 아카시아 꿀, 다시마 엑기스, 제철과일 엑기스를 넣어 슬러시처럼 살짝 얼려 나온다.
* 마라도횟집 054-251-3850
* 오대양물회 054-244-7164
* 연다라횟집 054-244-7046
고추장 소스 대신 물에 식초와 소금, 설탕으로 간을 한다. 소면이나 밥을 말아 먹지 않는다.
남도의 새콤한 맛, 완도 전복물회
전복의 고장 완도에서는 물회도 전복이 대세다.
오이와 양파, 당근 등의 채소가 들어가는 것은 여느 지역과 같지만,
매운 고추장 소스 대신 물에 식초와 소금,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것이 다르다.
고추장 등 센 양념을 넣지 않으니 전복의 고유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면이나 밥을 말아 먹지는 않는다.
전복물회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별미는 전복버터구이.
살아 있는 전복에 버터를 얹어 그대로 구워내 새콤한 물회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시나요식당(061-554-3049, 전복물회 3만 원).
* 아시나요식당 061-554-3049
* 해궁횟집 061-554-3729
* 대성회식당 061-554-5164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리돔으로 만든 물회.
싱싱한 한치 물회가 별미. 제주도 물회는 된장 양념소스를 사용한다.
해녀들의 바다 맛, 제주도 자리물회와 한치물회
자리돔은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닷물고기다.
옛날 제주도 사람들은 바다에서 자리돔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회를 쳐 된장과 식초를 푼 물에 넣어 먹었다.
이것이 지금의 자리물회다.
‘자리돔’이란 말은 잔(작은) 돔이란 뜻으로 전어와 함께 뼈째 먹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자리돔은 제주도 모슬포나 서귀포 보목포구 것이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서는 자리돔을 뼈째 된장에 무쳐 먹거나 된장소스에 말아 먹는데,
요즘은 육지 사람들을 위해 뼈를 발라서 요리하는 곳도 많다.
크기는 작지만 맛은 오징어 저리 가라는 한치도 빼놓을 수 없다.
한치는 화살오징어라고도 부르는데, 씹히는 맛이 오징어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 있다.
제주도는 자리물회나 한치물회 모두 된장 양념소스를 사용한다.
* 보목해녀의 집(064-732-3959, 자리물회·한치물회 각 1만 원),
* 산지물식당(064-752-5599, 자리물회·한치물회 각 1만 원).
* 출처 : 월간산 [549호] 2015.07 / 글·손수원 기자 / 사진·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