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두 다리가 의사입니다.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대한걷기연맹의 슬로건이다.
유럽에서 건강을 다지기 위해 시작된 걷기 대회가 본격 확산하면서,
1987년 벨기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유럽국가들이 주도한 국제걷기연맹
IML(International Marching League - Walking Association)이 생겨났고,
현재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28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흔히 '걷기'를 가장 쉽고 단순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국제연맹까지 있는 것을 보니 꽤 심오한 운동이었던 셈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줄어든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명언 가운데 하나인,
'최고의 운동은 걷기고 최고의 약은 웃음이다.'라는 문구처럼,
걷기는 이미 의학적으로 큰 효과가 입증됐다.
상식수준이 될 만큼 일반에 널리 알려진 긍정적인 효과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걷기를 꾸준히 하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반가운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2월,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미국 피츠버그 대학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커크 에릭슨 박사팀이,
55세에서 80세까지의 남녀 120명에게 일주일에 3회, 40분씩 걷도록 하는 실험을 1년 동안 진행한 결과,
기억충추인 해마를 포함한 뇌의 핵심 조직이 최대 2%까지 커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단순히 스트레칭 운동만 한 그룹은 일반적인 뇌의 노화 속도 그대로 1.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뇌와 운동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월퍼트 교수는,
'뇌는 생각하거나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조종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놀라운 이론을 펴고 있다.
월퍼트 교수에 따르면, 지구 상 생물체 가운데 인간과 동물(곤충 등 포함)에만 뇌가 있는 이유는 스스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눈동자를 굴리는 등의 미세한 동작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 작용이 일어나야하는데 이러한 모든 움직임들을 뇌가 만들어낸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으면 또는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면 뇌의 역할이 줄어들고, 결국 뇌도 퇴화하거나 축소된다는 것이다.
월퍼트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걷기를 계속해 몸을 활발히 움직인 결과 뇌의 용적이 늘어났다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올바른 걷기란…넓은 보폭은 허리에 무리
별다른 돈도 들지 않는 걷기가 이렇게 좋다고 하니,
이왕에 걷기를 생활화하려 한다면 올바른 방법을 아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걷기도 관절을 이용한 운동이므로 운동 전 맨손체조나 준비운동을 통해 체온이 적당히 오른 후에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또, 배에 힘을 주고, 걸을 때는 발뒤꿈치-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바닥에 닿도록 한다.
발이 바깥쪽이나 안쪽을 향하지 않게 11자를 유지하면서 걷고,
보폭을 너무 넓게 할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자신의 키에서 100㎝ 정도를 빼거나,
어깨너비 또는 그보다 작은 보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꽃샘추위만 지나면 곧 걷기 좋은 날씨가 찾아온다.
신체 건강은 물론 뇌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걷기로 좀 더 활기찬 '움직임'을 평생 생활화 할 수만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달아나려고 하는 건강을 더 오래도록 붙잡아 둘 수 있을 듯하다.
KBS 이유진기자 (fa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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