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 of Jeju azbang

제주아즈방의 이런 저런 여러가지 관심사 창고

🤍 文 學/隨筆 .

'靑春禮讚' / 민태원 (1894~1935)

아즈방 2022. 1. 26. 12:41

靑春禮讚  / 閔泰瑗.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람의 풀이 돋고, 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모래뿐인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榮樂과 부패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 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으므로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雪山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하였으며,

孔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撤還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하여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 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 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

 

민태원 (閔泰瑗 / 1894~1935)

소설가. 언론인.

호는 牛步, 富春山人.

충남 서산 출신.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政經科 졸업.

초기 新小說期와 현대소설기에 걸쳐 작품활동을 하였다.

《동아일보》 사회부장, 《조선일보》 《中外日報》 편집국장을 역임,

1918년 《레미제라블》을 《哀史》라는 제목으로 번안하여 《매일신보》에 연재하였다.

작품으로는 《부평초(浮萍草)》 《소녀》 《갑신정변과 김옥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