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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사철가'​ / 김형옥

아즈방 2022. 5. 22. 08:37

단가

'사철가'​

지산 김형옥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 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寒露朔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여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月白) 설백(雪白) 천지백(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와,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 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滿盤珍羞),

불여 생전(不如 生前)에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어리다가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허는 놈과,

부모 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 푸르게 우거진 나뭇잎과 향기롭고 꽃다운 풀이 꽃보다도 좋은 때. 여름

한로삭풍(寒露朔風) : 차가운 이슬과 차가운 북풍

황국(黃菊) : 노란 국화

낙목한천(落木寒天):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추운 하늘.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 달빛도,눈빛도 온 세상도 모두 하얗다.

북망산천(北邙山川) : 무덤이 있는 곳. 죽어서 가는 곳. 본래 북망은 중국 낙양의 북쪽에 있는 구릉 지대. 

                황토로 되어 있으며, 한 나라, 수나라, 당나라의 역대 왕들의 무덤이 많았음.

만반진수불여생전일배주(滿盤珍羞 不如生前 一杯酒) : 죽은 뒤에 상에 가득한 좋은 음식이 죽기 전의 한 잔 술만 못함.  

국곡투식(國穀偸食) : 나라의 곡식을 도둑질하여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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