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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 '바다와 술잔' / 현기영

아즈방 2023. 11. 25. 19:45

 

바다와 술잔 / 현기영

출 판 사 : 화남

페 이 지 : 269 쪽

출판년도 : 2002 초판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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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5부, 총 41편의 산문이 묶여 있다.
소설로 미처 다하지 못한 진실한 자기고백과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묵직한 필치로 그려진다.

'바다'로 상징되는 제주섬에 얽힌 추억담과 고향을 떠난 이후에 느낀 감회를,

세심히 다듬어진 언어로 풀어놓는 책이다.
작가 현기영에게 바다는 '어린 시절의 요람이었고, 나의 성장을 도와준 것들 중에서 그 바다가 차지한

몫이 아마도 절반이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하다.

두주불사로 유명한 지은이의 '술잔'에 얽힌 에피소드도 책의 한 부분을 이룬다.
2부에 실린 5개의 엽편소설과,

그와 친교를 맺고있는 시인 신경림, 소설가 김성동, 화가 강요배 등과의 에피소드가 실린,

5부 '변경인 캐리커처'가 눈에 띈다.

작가의 말
1. 인간과 대지
바다와 술잔
바다, 인간의 모래
저 거친 초원의 바람 속에서
지워진 풍경
자연아로서의 삶
탈중심이 변방 정신

 

2. 잎새 하나 이야기
세월 밖의 사내
외주먹 아바이
정임의 발견
실종
봄병아리

 

3. 상황과 발언
호나우드와 카마라 대주교
여론의 타락
...

 

책을 잡는 누구나 쪽빛 표지에서 소설가 현기영의 고향 제주바다를 떠올렸을 것이다.

무려 13년 만에 펴낸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은 모두 5부에 나뉘어 총 41편의 글이 실렸다.

본문에 실린 그림은 제주도 후배 화가 강요배(1952~ 서울대 미대)의 작품이었다.

 

제1부 ‘인간과 대지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바다에 대한 은밀한 자기고백의 글이 실렸다.

표제글 「바다와 술잔」에서 폐결핵으로 죽은 첫사랑 소녀(성당 성가대, 세례명 마리아),

4·3항쟁의 정신적 외상으로 자살했던 고교 선배들,

알코올 중독으로 생을 중도하차한 두 친구와 고교시절, 한겨울에 죽으려고 용두암에서 수평선까지

헤엄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고, 눈 쌓인 한라산 정상에서 홀로 하룻밤을 지낸,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한

어린 작가의 고뇌가 가슴을 쳤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작가는 용두암 바닷가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였다.

“나는 술잔을 들어서 술의 수면을 쪽빛 바다의 수평선에 맞춘다.

 술잔 속의 술이 바다의 쪽빛으로 물들고,

 나는 그 쪽빛을 꿀꺽 들이킨다.”(30쪽)

제2부 ‘잎새 하나 이야기

5편의 엽편(葉篇)소설이 실렸다.

장승을 만들면서 힘겹게 무병(無病)앓이를 벗어난 미술선생 '세월 밖의 사내',

이 땅의 묻지마라 갑자생의 수난사 '외주먹 아바이',

6개월 임신 부부의 지리산 천왕산 등반 '정임의 발견',

술에 얽힌 자전적 이야기 '실종',

그리고 신생의 이미지 노란색의 '봄병아리' 까지.

 

3부 ‘상황과 발언

작가의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19편의 명쾌한 칼럼이 실렸다.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과 민중교육,

색깔론·지역 감정을 판매하는 보수 언론,

파시즘의 부활 박정희 기념관,

미당 서정주의 친일·친독재,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제노사이드 제주 4·3 학살,

국민의식의 식민화 영어 공용화론 등.

제4부 ‘말의 정신

작가가 문학적 배경으로 제주 4·3 항쟁을 다루면서 닥친 필화사건과 고향 제주도의 재발견에서

작가의 문학적 원형질을 엿볼 수 있다.

 

현기영(玄基榮. 1941~ )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버지' 등단

2003~2005. 제11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아버지' '순이 삼촌' '도령마루의 까마귀' '해룡 이야기'는 제주 4·3 항쟁이 소재.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는 구한말 제주 민중 이재수의 난을 다루었고, 

'바람 타는 섬'은 1931년 제주잠녀투쟁을 그렸다.

2019. 제3회 제주4·3평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