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이
- '10. 3. 26.
- 3명 (나, 상숙 부부)
***
푸르른 이승이오름에 가면 굳이 정상을 향한 길을 택하지 않아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평평한 외길 숲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루가 멀다 하고 또 찾아 나섰다.
나무우듬지 흔드는 바람소리도 동행자 되는 숲길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고 마음 흔드는 길이다.
외롭게 소나기를 만나도 옷이 젖지 않는 숲 터널을 한 시간 반 걸었다.
안내자가 없으면 어떤가. 종착점이 어디인지 모르면 어떤가.
반질반질 닦아놓은 탐방로가 아니면 어떤가.
고목이 안내자가 되고, 죽어 쓰러진 나무도 안내자가 되고
빗물에 쓸려 드러난 돌멩이 뒹구는 길 밟으며
느리게 걷다가 적당할 때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왔다가 휑하니 가버릴 길손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정성껏 차려놓은 숲 반찬을 음미하며 걷노라면
세파에 찌든 생을 벗어던지고 이 숲에서 늙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꽤 많은 삭은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봤다.
스스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숲 속 가슴앓이는 비극적이고도 희극적이다.
나무도 풀도 설 자리에서 자랄 때 빛을 내는 것처럼
삭고 쓰러지며 간격을 내어준 나무가 있기에 청정 숲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잎이 검푸른 비자나무 드문드문 보이는 곳까지 왔다.
다음에 가면 반환점을 더 먼 곳에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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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정거장'(고명호)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gojja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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