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통속하거나 외롭거나 / 김정운 매년 그렇듯이, 10월 31일이 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수없이 듣게 된다. 다소 촌스러운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그의 노래는, 아무리 거지같이 끝난 인연이라도 코끝 찡한 기억이 되게 한다. 참 착한 노래다.80년대 초반, 휴전선 철책에서는, 대북 심리전으로 북쪽을 향해 나긋나긋한 우리 대중가요를 틀어줬다. 흠, 요즘 시끄러운 인터넷 댓글보다는 훨씬 그럴듯했다. 82년 가을, 난 화천북방 철책에서 매일밤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반복해서 들어야만 했다. 당시 담당 심리전 요원이 가진 대중가요 테이프가 오직 그것뿐이었다.달빛 아래, 가을 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이용의 노래는, 이십대 초반의 병사들에게 '지금도 기억하느냐'고,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