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 of Jeju azbang

제주아즈방의 이런 저런 여러가지 관심사 창고

🤍 歲月은 지금/9 월 . 54

수필 - '이 가을, 통속하거나 외롭거나' / 김정운

이 가을, 통속하거나 외롭거나 / 김정운 매년 그렇듯이, 10월 31일이 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수없이 듣게 된다. 다소 촌스러운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그의 노래는, 아무리 거지같이 끝난 인연이라도 코끝 찡한 기억이 되게 한다. 참 착한 노래다.80년대 초반, 휴전선 철책에서는, 대북 심리전으로 북쪽을 향해 나긋나긋한 우리 대중가요를 틀어줬다. 흠, 요즘 시끄러운 인터넷 댓글보다는 훨씬 그럴듯했다. 82년 가을, 난 화천북방 철책에서 매일밤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반복해서 들어야만 했다. 당시 담당 심리전 요원이 가진 대중가요 테이프가 오직 그것뿐이었다.달빛 아래, 가을 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이용의 노래는, 이십대 초반의 병사들에게 '지금도 기억하느냐'고, 꼭 ..

수필 - '석류(石榴)' / 한흑구

석류(石榴) / 한흑구 내 책상 위에는 몇 날 전부터, 석류 한 개가 놓여 있다. 큰 사과만한 크기에, 그 빛깔은 홍옥과 비슷하지만, 그 모양은 사과와는 반대로 위쪽이 빠르고 돈주머니 모양으로 머리끝에 주름이 잡혀져 있다. 보석을 꽉 채워 넣고 붙들어 매 놓은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작은 꿀단지가 깨어진 것같이 금이 비끼어 터진 굵은 선 속에는, 무엇인가 보석같이 빤짝빤짝 빛나는 것이 보인다.나는 가만히 앉아서 석류의 모양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매끈한 사과와는 달리 무엇에 매를 맞았는지 혹과 같은 것이 울툭불툭한 겉모양, 그 속에는 정녕코 금은보화가 꽉 채워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나는 아까워서 석류 한 개를 놓고 매일같이 바라만 보고 있다. 행여, 금이 나서 터진 그 녀석을 쪼개 볼 생..

漢詩 - '秋雨' / 慧定

蕭瑟(소슬) : 가을바람이 부는 소리袈衣(가의) : 가사(袈裟), 스님의 옷 음력 구월의 금강산은 단풍이 절정이다.이런 仙境을 시샘하듯 가을비가 내린다. 단풍잎들이 빗속에서 울고 있다.가을비가 그치고 나면 곧 겨울이 되고 잎은 떨어질 것이다.세상과의 이별이 아쉬워서인지, 지난 시절의 인연이 그리워선지, 가을비를 맞으며 울고 있는 나뭇잎처럼, 속세를 떠난 십 년 동안 속으로 눈물을 흘려왔다.소리 없이 흘러내린 눈물로 가사(袈裟)가 마를 날이 없었다.그 눈물이 모두 부질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세상사 모두가 부질없는 시름일 뿐이거늘... 가을비가 내린다. *慧定 朝鮮時代 女僧으로 알려져 있을 뿐 ...

'다시 구월이 간다' / 김서령

‘백로’가 오더니 ‘추분’도 지났다. 추석 지나면 ‘한로’ ‘상강’이 차례로 다가와 찬 이슬 내리고 무서리 내릴 것이다. 시간이 순차적으로 흐른다고 여기는 건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우리 뇌의 메커니즘일 뿐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철사 같던 여름 볕이 숙지고 가을볕이 은실처럼 뿌리는 걸 보며, 나는 새삼 세월이 강물 같다고 생각한다. 북극 얼음이 녹고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진입하는 징후 속에서도, 여전히 가을이 오는 것은 감격할 일이다.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발밑에 후드득 은행이 떨어진다. 매일 버스를 타면서도 여름내 거기 열매가 달린 줄도 몰랐었다. 그런데 항온 동물인 내 팔뚝에 아침저녁으로 소금 같은 소름이 돋자, 은행은 제 이파리 뒤에 숨겨 두고 익혔던 열매를 기다렸다는 듯 후드..

'Try to Remember'(기억해 봐요)

Try to Remember(기억해 봐요)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When life was slow and oh, so mellow기억을 떠올려보세요, 9월의 그 날들을삶은 여유롭고 너무나 달콤했었죠.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When grass was green And grain was yellow기억을 떠올려보세요, 9월의 그 날들을초원은 푸르고 곡식은 여물어갔죠.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When you were a tender And callow fellow기억을 떠올려보세요, 9월의 그 날들을그대는 여리고 풋풋했던 젊은 나날을Try to remember and if you re..

전어 굽는 냄새에 며늘아기 침이 꼴깍 !

지방질 최고 3배 고소한 맛이 절정 전어 입추가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이맘때 무더위에 잃었던 식욕이 슬슬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왕성한 식욕에 불을 지피는 바다 것들이 있다.바로 전어와 고등어, 꽃게다.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 중 하나가 바로 전어다.청어목 청어과인 전어는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종으로, 수온이 수시로 바뀌는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남북으로 회유하는 습성을 지닌다.겨울에는 제주도를 비롯한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살다가,여름철 산란을 마친 후 가을에는 남해와 서해로 들어오는 난류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온다.전어는 사철 잡히지만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기에, ‘가을 전어’가 고유명사화 되었다.조선시대 실학자인 서유구는〈蘭湖漁牧志>라는 생선도..

전어의 계절

전어(錢魚) 억새에 스산한 갈바람 불고,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지금은, 전어 굽는 계절.팔월 전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은 이제 무색해졌다.  봄 전어도, 여름 전어도 대박들이다.  그럼에도 전어 하면 시월, 가을 하면 전어다!  뼈째 먹는 전어회(무침)는 그 식감과 단맛이 단연 최고다.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구이로 먹어야 한다.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때까지,  잘잘 기름이 돌 때까지,  노릇노릇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야 제 맛이다.  잔가시는 물론, 뼈, 머리, 내장까지도 다 먹어야 고소함의 깊이가 완성된다.  그 맛이 얼마나 고소했으면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 했을까.  전어는 청어목 전어과에 속하는 생선이다비늘이랑 등푸른 거 봐라, 청어 사촌인거 티 난다.또다른 친척인 전갱이랑..

'九月山峰'(구월산봉) / 김삿갓(金炳淵)

**  “구월산에서” / 정영화(북한 화가) 흔히 김삿갓으로 膾炙되는 金炳淵의 詩.구월산을 이태 연속으로 구경하면서 구월산의 수려함을 김삿갓의 특유의 시상으로 8번이나 九月을 강조하였다.언어의 유희처럼 작품성이 없는, 대수롭지 않게 읇은 듯 장난기가 넘치는것 같으면서도, 읽을수록 무언가 깊게 생각하고 음미하게 만드는 심오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竹杖芒鞋와 詩句에 의지해 평생을 過客으로 살았던 그에게서가 아니면 나올수 없는 글이다.작년에 지난 곳을 올해또 지나고 내년에도 또 지날것이 확실한데, 그 풍경은 ‘늘 구월’ 일 뿐... '구월산의 봄'(130cm X 72cm) - 박성실 구월산(九月山, 954m)황해도 북서부 은율군, 안악군, 삼천군, 은천군 경계에 위치한 산.단풍이 들기시작하는 구월의 풍경이 너..

수필 - '가을 바람소리' / 김훈

가을 바람소리 / 김훈  가을에는 바람의 소리가 구석구석 들린다. 귀가 밝아지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숲을 흔들 때, 소리를 내고 있는 쪽이 바람인지 숲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이런 분별은 대체로 무가치하다. 그것을 굳이 분별하지 않은 채로, 사람들은 바람이 숲을 흔드는 소리를 바람소리라고 한다. 바람소리는 바람의 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세상을 스치는 소리다.맑은 가을날, 소리를 낼 수 없는 이 세상의 사물들이 바람에 스치어 소리를 낸다. 그 난해한 소리를 해독하려는 허영심이 나에게는 있다. 습기가 빠진 바람은 가볍게 바스락거리고, 그 마른 바람이 몰려가면서 세상을 스치는 소리는 투명하다. 태풍이 몰고 오는 여름의 바람은 강과 산맥을 휩쓸고 가지만, 그 압도적인 바람은 세상의 깊..

수필 - '가을' / 모윤숙

가을 / 모윤숙 매미의 긴 시름도 언덕 맡에 가버리고, 하늘 기슭에 떠도는 기러기 비명이 달비친 새벽창가에 외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간다. 잎 지는 소리도 이 밤은 더한층 처량히 들려 내 맘은 어두웠다 밝았다 하여, 지향 없이 떨고 있다.  가을은 젊은 가슴에 회색 강을 파고 이름 모를 추억을 끌어준다. 나는 푸른 6월의 품도 좋아하거니와, 갈색 황혼 아래 외로이 산기슭을 헤매는 낙엽의 가을도 좋아한다.  삶보다 죽음, 그리고 화혼식(華婚式)보다 상가의 곡성을 따르는 이 심리이기에, 나는 무성한 여름의 풍부한 여름보다 헐벗어 쫒김 받는 가을 잎새에, 나의 맘은 항상 끝없는 애착을 느낀다.  이것은 성격의 비애라 할까? 운명의 슬픔이라 할까? 윤택하지 못한 혼이 곳곳마다 터지는 비극의 생가에서, 인생을 엿보..

詩 - '가을 날' /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 1875~1926)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프라하, 뮌헨, 베를린 대학에서 예술사와 문학사, 미학, 철학 등을 공부. 899년 첫 러시아 여행을 필두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고, 당시 받은 인상들을 바탕으로 『기도 시집』을 써냈다. 1901년 로댕을 방문해 그의 전기를 집필했으며, 폴 발레리와 앙드레 지드의 작품을 번역하는 한편, '형상 시집', '신 시집' 등 자신의 작품도 꾸준히 발표했다. 1922년 대작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완성한 후,발몽 요양원에 머물던 중 백혈병 진단을 받고 1926년에 세상을 떠났다.

수필 - '추분은 바른 삶을 알려주는 날' / 최의상

추분은 바른 삶을 알려주는 날 / 최의상 백과사전에서 추석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추분(秋分)은 24절기 가운데 열여섯째 절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입니다.이날을 기준으로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가을도 그만큼 깊어가지요.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추분의 의미는 이것이 다일까요? 아닙니다."철종실록" 10년(1859년) 기록에 보면, (임금께서) '성문의 자물쇠를 여는 데 대해 의견을 모으라'고 하시면서, '종 치는 시각은 예부터 전해오는 관례에 따라 정하여 행하라'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추분 뒤에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를 치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이 기록처럼 추분 날 종 치는 일조차 중도의 균형 감..

22일 - 추분(秋分)

秋 分양력 9월 22일 무렵.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추분(秋分)은 양력 9월 23일 무렵으로, 음력으로는 대개 8월에 든다.이날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할 때를 말한다. 추분점은 황도와 적도의 교차점 안에 태양이 적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가로지르는 점을 말한다.곧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赤經, 黃經이 모두 180도가 되고, 적위(赤緯)와 황위(黃緯)가 모두 0도가 된다.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므로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곧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

수필 - '추석(秋夕) 산행' / 오수열

추석(秋夕) 산행 / 오수열 금년 추석은 ‘황금연휴’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5일간의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틀만 휴가를 내면 9일의 연휴도 가능하였으니, 직장인들에게는 참으로 황금 같은 추석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때를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성형수술을 함으로써 여행업계와 일부 병원들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반면에 기업들은 긴 휴일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울상이었다고 하니, 세상은 참으로 양면성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바깥세상이 이처럼 긴 연휴를 두고 갑론을박 시끌벅적하여도 나같은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일이다. 길어도 그만, 짧아도 그만이니 말이다. 별로 갈 곳도 없고 오란 곳도 없으니 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애들과 함께 성묘 한번 다녀온..

수필 - '추석(秋夕)' / 김상분

추석(秋夕) / 김상분 건들바람이 일고 점점 짧아지는 해를 보며 마음이 분주해진다. 올 추석은 양력으로 며칠일까? 따로 적어둔 데가 있건만 노파심에 음력이 적힌 날짜를 다시 짚어 본다. 한 보름 전부터 마음을 다지기 시작하는 것도 여전하다. 제수준비도 계획을 세워서 마른 음식 젖은 음식을 구분하여 명절 밑의 가격변동을 대비해야 하기때문이다. 추석김치는 미리미리 담가두어야 안성맞춤으로 먹을 것이고 제기도 꺼내서 담을 준비를 해야 한다. 남들은 실용적인 목기로 과감하게 잘도 바꾸어 쓰건만, 조상의 뜻을 받들어 유기그릇을 쓰는 나의 고집도 보통은 넘나보다. 그런데 마음은 이렇게 점점 바빠지는데 몸이 잘 따르지 않는다. 지난해가 다르고 올 가을이 다른 것 같다. 바로 이런 때에 부모님이 생각나는 것은 어떤 연유..

한가위 - 추석(秋夕) 인사말

하늘엔 두둥실 보름달이들판엔 춤추는 곡식들이농부들 흥겨운 노래 소리닐리리~ 닐리리~ 닐리리야~ 고향을 찾아온 기쁜 얼굴송편을 만들며 웃는 소리농악이 풍년을 노래 하네닐리리~ 닐리리~ 닐리리야~ 동요 '추석' / 최원순 작사,작곡한가위 밝은 보름달처럼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즐거운 한가위 내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풍성한 한가위, 남은 한 해 보름달처럼 마음도 풍요로우시길 기원합니다.모든 소원 이뤄지는 즐거운 추석보내시길 소망합니다.^^  올해에도 가족과 함께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한가위 밝은 보름달처럼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고, 가정에 웃음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중추가절(仲秋佳節),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

가곡 - '코스모스를 노래함' / 이기순 詩, 이흥렬 曲

코스모스를 노래함이기순 詩, 이흥렬 曲 달 밝은 하늘 밑 어여쁜 네 얼굴달나라 처녀가 너의 입 맞추고이슬에 목욕해 깨끗한 너의 몸부드런 바람이 너를 껴안도다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아씨외로운 이 밤에 나의 친구로다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고요타내 마음 더욱더 적막하여지니네 모양도 더욱더 처량하구나고요한 이 밤을 너같이 새려니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아씨외로운 이 밤에 나의 친구로다

漢詩 - '秋詞'(가을 노래) / 劉禹錫

劉禹錫 (Liu Yuhsi , 772~842)唐대 詩人자는 몽득(夢得). 뤄양(洛陽:지금의 허난省 뤄양市) 사람이다.일찍이 왕숙문 개혁단체에 참가하여 환관·번진 세력에 반대했다.그러나 이에 실패한 후, 낭주사마로 좌천되었다가 후에 연주자사가 되었다.이후 배도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태자빈객 겸 검교예부상서가 되어 세간에서는 '유빈객'으로 불렸다.유종원과 교분이 매우 두터워서 '유유'라고 병칭되기도 했으며,항상 백거이와 시문을 주고받는 등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유백'이라고도 병칭되었다.그의 시는 통속적이면서도 청신하며 〈죽지사〉가 유명하다.철학저작인 〈천론〉에서는 천·인의 구별에 대해 논증했다.즉 천인감응의 음덕설을 반박하고 '하늘과 인간은 상승한다'는 설과, '상용된다'는 설을 주장하여, 하늘이 인간 세상..

수필 - '망치 고개와 구절초' / 이정순

🌼 망치 고개와 구절초 / 이정순 우두둑 우두둑 우산 지붕 위로 떨어지는 가을비가 정겹다. 참았던 아이의 울음보처럼 가뭄 끝의 비소리를 들으며 망치고개로 온다. 북병산 자락을 향한 완만한 길에 위풍당당한 벚나무 아래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상상화가 만발하게 피어있던 고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슬픈 꽃말로,속울음을 삼키다가 붉은 빛을 토했던 상사화는 꽃대로 남아있다. 에티오피아국의 마지막 황제가 이 길을 지나며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는 일화로 황제의 길이라는 유래가 있다. 이 설을 두고 의견인 분분한데 대하여 허구냐 사실이냐에 나까지 가세하는건 아니다. 그저 이런 논쟁이 있었을 만큼 아름다운 가치로는 충분히 공감되는 길이다.​망치 고개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기 손톱 같은 꽃망울을 달고 있던 구절초가,..

수필 - '벌초(伐草)' / 박성목

벌초(伐草) 음력 팔월 첫째 일요일, 친족들이 모여 벌초하는 날이다.새벽에 일어나 서둘러 승용차를 타고 아들과 같이 고향으로 향했다.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다.남부지방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일기예보다.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어도 문중벌초 날짜는 변동이 없다. 서울에서 경북에 있는 선산(先山) 기슭에 도착하니 굵은 빗줄기가 눈앞을 가로막는다.비옷을 차려 입고 아버님, 어머님 산소로 올라갔다.형님과 조카들도 왔다.문중벌초가 시작되기 전에 부모님 묘소 벌초부터 먼저 해놓기 위해서다.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길을 막는다.해마다 벌초를 하지만 올 때마다 산소는 온통 풀숲이 뒤덮고 있다. 아들이 예초기(刈草機)를 들고 나섰다.고요하던 산골짜기에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낫을 들고 벌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