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短取長(유단취장)
성호 이익 선생 댁의 마당에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그 감나무들 때문에 마당에 그늘도 많아지고 장마 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이 마를 날이 없었다.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으로 한 그루를 베어 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하였다.
"이 나무는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 나무는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보았던 것이다.
밉게 보면 못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 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
"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로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사람.
장점은 보려 하지 않고, 보이는 단점만 지적하여 그를 나무라고 비난한다면,
그 사람의 장점은 빛을 잃고 더욱 의기소침해 질 것이 분명하다.
星湖 李瀷(1681~1763)
본관 여주(驪州).
子 子新, 호 星湖.
八代祖 李繼孫 성종 때 병조판서·지중추부사,
曾祖父 李尙毅는 의정부좌찬성,
祖父 李志安은 사헌부지평,
父 李夏鎭은 사헌부대사헌에서 사간원대사간을 ,지내는 등 명문 가문의 후손이다.
과거에 응할 뜻을 버리고 평생을 첨성리에 칩거하였다.
바다에 가까운 그 고장에는 星湖라는 호수가 있어서 이익의 호도 여기에 연유되었고,
그 고장에 있던 이익의 田莊도 星湖莊이라 일컬어졌다.
이익은 여기에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토지와 노비, 使令과 騎乘을 이어,
재야의 선비로서 일평생 은둔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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