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 김춘경
또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가을엔 깨우지 못했던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차창에서 신음을 하며 두 눈에 부딪혀 와도
그 가을이 아름다울 꺼라 생각했습니다.
고단했던 마음들을 달래며
그렇게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들을 싣고 싶었습니다.
올 가을에도 가슴 시린 이 하나 곁에 없다.
애틋한 영혼 소리를 담은 혼자만의 기차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뿜어낼 모양없는 사연들 검은 연기로 날리며 내달리는 길
뒤돌아 보면 너무 빨라 아무 것도 잡히지는 않겠지만
갈 길이 아득해 종착역은 몰라도
기쁜 마음으로 갈 것입니다.
그러다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하루를 기대어 왔던 지나간 날들이
차창에 어리면 반갑게 웃어 줄 것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들꽃들의 미소,
사랑하는 사람들,
차창에 미끄러지는 바람의 소리를 사랑하겠습니다.
또 가을이 왔습니다.
또 어쩌면 고단한 날이 소리없이 찾아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 그런 날이 오거든
나는 혼자서 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영혼이 숨쉬는 기차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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