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
대 구
(大口)
학명 Gadus macrocephalus
대구과에 속한 한대성 바닷물고기.
몸은 넓적하고 주둥이는 둔하며 입이 크다.
몸빛깔은 담회갈색이고, 배 쪽은 담색이다.
등지느러미와 옆구리에는 모양이 고르지 않은 많은 반점과 유상선(流狀線)이
있다.
턱에는 잘 발달된 한 개의 수염이 있고, 비늘은 둥근비늘이다.
우리나라, 일본, 베링 해, 미국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겨울철 별미 대구.
대구는 입이 크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겨울철 남해안에서 잡히는 회귀성 어류이다.
거제 대구는 장목면 외포항이 주산지로 전국에 이름이 나 있다.
물론 외포항 뿐만이 아니라 거제도 전역의 바다에서 겨울철 잡히는 대표적인
어종이기도 하다.
대구는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남해바다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거제 앞바다를 비롯하여, 진해와 가덕도 앞 해상에서도 많은 어획을 이루고 있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을 아는 미식가들은,
겨울이면 거제 외포리로 모여든다.
찬 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대구 산란기이고,
이때 잡히는 대구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포리는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거제 동부 해안가 외포리는 전국 대구 물량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로 둘러싸인 진해만이 대표적인 대구 어장이다.
진해만에서 부화한 새끼 대구가 찬 바닷물을 따라 멀리 베링 해까지 나갔다가,
성어가 되어 산란하러 돌아오기에 겨울철 거제도는 대구가 풍년이다.
한때 지나친 어획으로 대구가 잡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구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를 호가하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대구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으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구가 거제 앞바다로 돌아왔다.
대구잡이에는 통발 모양 호망을 사용한다.
호망은 길그물과 포위망, 그리고 끝에 원추형 통그물이 붙어 있다.
야행성인 대구를 잡기 위해서는 하룻밤 이상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두어야 한다.
대구가 밤에 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물에 꿰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처럼 생긴 망에 가둬지므로,
60~70cm 대구가 산 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산란기여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고 있다.
대구잡이 배는 외포에 모여 대구를 내려놓는다.
크고 위협적인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가 위풍당당해 보이는 대구는,
오전 10시부터 외포 어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대구잡이 배가 모이고 경매가 열리다 보니, 외포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많다.
먹자골목이나 대구탕거리라는 이름이 다소 어색하지만,
포구를 따라 식당 10여 곳이 늘어섰다.
메뉴는 대구탕, 대구찜, 대구회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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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하고 개운한 맛이 뛰어난 대구탕
추운 겨울에는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이 으뜸이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진하고 약간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거제에서는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 대구살을 김치로 감싼 대구찜
대구찜은 조금 특별하다.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맛을 내는 것은 다른 지역의 조리법과 같지만,
거제에서는 생대구 살이 부서지지 않게 김치에 싸서 찐다.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 수분이 많고 기름기가 거의 없는 대구회
생대구회는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겨울철에 대구가 잡히는 지역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지만,
생대구회의 식감은 질기면서 물컹하다.
대구 살에 수분이 많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맛도 밍밍하다.
그래서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가 맛있다고 한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통째로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되어
더욱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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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겨울 별미 대구
성질 급한 사람은 몰라예, 대구회에 숨겨진 쌀밥 맛
외포항에서 생대구를 말리는 모습.
건대구를 찌면 생대구에는 없는 졸깃한 맛이 살아난다.
입이 커 ‘대구(大口)’라 부르는 생선.
이 대구회를 처음 맛본 이들은 대부분 “도대체 맛을 모르겠다”고 한다.
기름기가 별로 없어 특별한 풍미가 느껴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계속 씹다 보면 달라진다.
“씹을수록 고소한 쌀밥 맛이 난다”는 이들도 있다.
풍부한 아미노산 때문이다.
요즘 대구회를 맛보려는 발길이 몰리는 곳이 있다.
경남 거제도 동쪽에 자리 잡은 장목면 외포항이다.
외포항의 대구잡이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다.
한류성 어종이라 추운 겨울철에만 잡힌다.
외포항이 한창 붐비는 이유다.
외포항에서 대구탕집을 처음 연 전행자 할머니.
외포항에는 대구 요리식당이 11곳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곳은 중앙횟집이다.
전행자할머니가 29세 때인 1972년 16.5㎡(5평) 남짓한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다.
외포에서 태어나 결혼한 전 할머니는 2남4녀의 학비라도 보태려고 식당을 열었다.
부둣가 사람들이 밥 먹을 데가 없어 헤매는 것을 보고 대구탕을 끓여주기 시작했다.
어부였던 아버지가 고기잡이를 나가면 밥을 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처녀 시절을
지낸 터라 밥장사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식당을 열자 마침 외포항 방파제 공사가 벌어지면서 손님이 몰렸다.
그 후 2곳이 더 생겼다.
90년대 들어 대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식당들은 겨울철에는 거의 장사를 못 했다.
봄이 오면 멸치회와 도다리국 등 다른 생선을 팔며 겨우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2000년 이후 대구가 다시 잡히면서 식당이 8곳 더 생겼다.
대구탕만 먹을 때는 살탕, 대구회를 먹은 뒤엔 뼈탕이 나온다. 모두 맑은 탕이다.
원조요리는 대구탕이다.
어느 집이나 요리 방식이 비슷하다.
전 할머니의 대구탕은 납작하게 썬 무와 미나리를 넣고 멸치액젓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고춧가루는 전혀 쓰지 않는 맑은 탕이다.
“생대구를 쓰느냐, 냉동대구를 쓰느냐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국물에 맛이 배게 하려고 오래 끓이면 생대구는 육질이 부드러워지지만,
냉동대구는 맛도 잘 우러나지 않고, 육질이 질겨진다는 설명이다.
대구회는 풍부한 아미노산 때문에 씹다 보면 고소한 쌀밥 맛이 난다.
이곳의 원조요리가 탕이라면 별미는 회다.
대구에는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아미노산이 많다.
하지만 이 맛을 느끼려면 한참을 씹어야 한다.
그래서 외포항 사람들은 “성질 급하면 대구회 맛을 모른다”고 한다.
일부 미식가는 5일가량 말린 대구를 회로 먹기도 한다.
말리는 동안 아미노산이 더 많아져 맛은 좋아지고 육질은 부드러워진다.
쇠고기를 며칠간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드라이 에이징’과 같은 원리다.
회로 먹고 남은 대구는 전으로 부쳐낸다.
대구전은 횟감 크기로 썬 대구 속살에 밀가루·계란·파·고추 등을 입혀 부쳐낸다.
남긴 회를 부쳐달라고 해도 오케이다.
생대구찜도 맛보기 힘든 요리다.
소쿠리 속 생대구 위에 된장과 마늘·고추 양념을 얹어 한 번 찐 뒤,
미나리와 야채를 얹어 두 번 더, 모두 세 번을 쪄낸다.
그래야 간이 살 속 깊이 배어든다고 한다.
찌는 데만 40분 넘게 걸려 예약이 필수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면 나올 때까지 하세월이다.
이래저래 대구는 쉽게 제맛을 보기 힘든 생선인 셈이다.
외포항에서는 대구를 말려 건대구로 만드는 작업도 볼 수 있다.
부둣가 햇볕이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내장을 빼고 나무꼬치로 꿴 대구가 널려 있다.
생대구로 다 팔지 못하면 건대구로 만들어낸다.
건대구를 쪄서 양념 간장을 찍어 먹으면,
생대구에선 맛볼 수 없는 졸깃한 맛이 살아난다.
코다리찜과 비슷하다. 속살의 기분 좋은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외포항 식당들의 대구탕 가격은 1인분에 1만5000~2만원.
대구찜은 반 마리에 5만원이고 한 마리는 10만원이다.
대구회는 그날 시가대로 받는다.
5~6명이 먹을 수 있는 한 마리가 12만~13만원 선이다.
대구회를 시키면 뼈탕은 거저 나오고 공깃밥 값만 받는다.
북태평양산 대구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은 대구가 맛있는 이유는,
냉동 여부보다 영양 상태 때문이다.
태어난 곳을 찾아오는 회귀성 어종인 대구는 북쪽 오호츠크 해에 서식하다가,
추워지면 한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 온다.
그동안 암놈은 알을 배고 수놈은 정액 덩어리인 이리가 차게 된다.
산란기의 대구는 영양을 비축해 맛이 좋다.
그러나 산란이 끝나고 북태평양으로 돌아간 대구는 맛이 떨어진다.
대구 내장은 아감젓·내장젓·알젓 등 전통 발효식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다.
요즘 외포항에서 잡히는 대구는 하루에 2000~3000마리 정도다.
한 마리당 평균가 2만원만 잡아도 4000만~6000만원어치다.
거제수협 집계 결과 대구잡이철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말까지 잡은 대구는
17만여 마리에 경매가는 25억원이었다.
대구는 한때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지 않아 ‘금대구’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다 한두 마리가 잡히면 수십만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다.
그랬던 대구가 많이 잡히게 된 것은 대구알 방류 사업 덕분이다.
80년대 1만여 마리씩 잡히던 대구가 90년대 들어 점차 줄어들다가,
93년에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거제수협은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94년 대구알 방류 사업을 시작했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대구 인공수정란을 뿌린 덕분에 요즘은 10만 마리 넘게 잡힌다.
외포어촌계장은 “대구 어획량 증감에 따라 외포항 식당들도 흥망성쇠를 겪었다”며,
“수산자원 보호의 중요성을 실감한 어민들이 이젠 대구를 남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 출처 : 중앙일보 2014.12.29 / http://joongang.joins.com/article/677/168016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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