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응 곡, 임정근 노래
* 시메 : 깊은 산골 지방.
* 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또는 죽음을 의미.
소월의 시는 떠남이 주는 아픔을 자주 그리고 있다.
흔히 상실감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있던 것이 사라진 텅 빈 공간, 곁에서 멀리 가 버린 사이만큼의 거리, 이 단절감의 거리가 곧바로 아픔의 크기가 된다.
그의 시가 짙은 애상감을 주는 이유는 이런 구조에서 말미암는다.
이 시도 마찬가지의 성격을 보여 준다.
화자는 ‘현실적 삶의 공간’과 ‘삼수갑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뒤에는 들이 있고 들 저쪽에는 떠나온 삶의 자리가 있다.
그의 앞에는 고갯길이 놓여 있고, 그 고개 너머에 삼수갑산이 있다.
그는 그 지점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마음은 미련으로 자꾸만 뒤로 향하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 앞에는 고난의 고갯길이 가로놓여 있다.
고개 너머에 있는 삼수갑산은 그의 고향일 수도, 아니면 현실을 떠난 유폐(幽閉)의 공간일 수도, 어쩔 수 없이 찾아가는 도피처일 수도,
혹은 그의 심정을 달래 주는 고요와 침잠의 땅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곳은 화자의 귀의처(歸依處)이다.
그런데 이 삼수갑산은 사람의 터전이 아니라 적막한 자연이다.
사람이 있다 해도 자연과 동질적 의미를 지닌 순수한 적막의 세계일 뿐이다.
바로 그런 곳으로 가려 한다.
의지로 향하는 길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지향점이다.
따라서 그의 마음은 미움과 그리움, 인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삼수갑산으로 향하다 되돌아가기를 몇 차례, 이만큼 현실은 그를 크게 지배한다.
인정이 있는 곳이기에.
삼수갑산에 가는 행위를 일차적으로 해석하여 현실이 주는 고뇌를 벗어나 이상향에 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면 현실은 그의 정분이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삼수갑산으로 향하는 이유는 외압 때문이다.
그러기에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앞에 미련으로 애달파하는 것이다.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곳이 삼수갑산이다.
그리하여 떠나온 곳에 대한 미련이 더 클 수밖에 없다.
1연.
이 큰 슬픔이 산새에 감정 이입되어 있다.
산새도 나와 같이 울고 있는 상황이다.
가야 할 산 너머가 너무나 멀고, 고갯길 또한 험난하므로 고갯길이 가로놓인 상황으로 볼 때,
화자가 가려는 곳은 안식처이거나 평화로운 곳만은 아니다.
현실의 압박으로 가기는 가야 할 땅이지만 그곳은 아픔을 안은 채 가야 하는 곳이다.
2연.
눈이 내려 덮이는 전정(前程).
고난의 길이다.
그러기에 떠나온 곳이 더 그립다.
마음은 가다가는 되돌아오고, 그러기를 몇 차례.
3연.
‘불귀(不歸)’의 거듭되는 반복.
삼수갑산으로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절박감.
사나이라 현실에 대한 믿음을 끊을 만도 하건만 십오 년 정분을 잊지 못해 주저하고 있다.
4연.
‘산의 눈’과 ‘들의 눈’의 대조.
앞에는 험난함이 있지만 뒤는 그렇지 않다.
되돌아가고픈 심정의 간접 표현이다.
그는 들 쪽에서 산 쪽으로 향하고 있다.
삼수갑산이 평화를 주는 명백한 곳으로 보여지지도 않는다.
현실을 떠나지 않을 수 없어 가야만 하는 궁색한 곳일 뿐이다.
화자의 이런 태도는 남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시의 정조는 여성적이다.
비록 사나이로 드러나 있지만 화자는 여성 편향적인 존재로 보여진다.
절박한 상황에서 망설이는 태도가 섬세한 감정을 통해 엿보이는데, 이것은 소월 시의 한(恨)의 정조와 통한다.
3음보로 이어지는 민요조의 가락에 실린 애상적 정조는 소월 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 글쓴이 : 송승환 <한국 현대시 분석과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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