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1956)
1956년 이른 봄, 전쟁으로 갈갈이 찢어진 서울 명동의 주점 ‘은성’에서, 박인환 시인과 이진섭 작곡가, 나애심 가수 등이 만납니다.술을 마시던 박인환은 즉흥적으로 시를 써서 이진섭에게 보여주었고, 이진섭은 그 시에 곡을 붙입니다. 악보를 본 나애심은 즉석에서 노래합니다. 나애심이 돌아간 뒤 합석한 임만섭 테너가 정식으로 다듬어 부르자 즉석 음악회가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일주일 뒤인 3월 20일, 박인환 시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해, ‘세월이 가면’은 그의 절명시가 되어버립니다.시인의 대표작이 꼭 오랜 시간의 고통으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진통 끝에 탄생하는 명작도 있지만 불시에 시마(詩魔)의 방문을 받고 짧은 시간에 쓴 시가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도 있지요. 이 시가 그러합니다. ‘세월이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