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타령
('꿈이로세' / '醉畵仙' 삽입곡)
명창 김수연
1.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희야 ~ 거문고 청 쳐라 밤새도록 놀아보리라
* 아이고 데고 ~ 성화가 났네 ~
2.
청계수 맑은 물은 무엇을 그리 못잊어 울며 느끼며
흐르건만 무심타 청산이여 잡을 줄 제 모르고
구름은 산으로 돌고 청계만 도느냐
3.
허무한 세상에 사람을 내일 재
웃는 길과 우는 길은 그 누가 내었던고 뜻이나 일러주오
웃는 길 찾으려고 헤매어 왔건마는
웃는 길은 영영 없고 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 지성으로
부르고 불러 이 생의 맺힌 한을 후생에나 풀어주시리라
염불발원허여보세
4.
만경창파 수라도 못다 씻은 천고수심
위로주 한잔 술로 이제 와서 씻었으니
태밸이 이름으로 장취불성이 되었네
5.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6.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님이 오시려나
삼경이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 님을 기다리건만
고운 님은 오지않고 베게 머리만 적시네
7.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동풍 다 보내고
낙목한천 찬 바람에 어이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이 너 뿐인가 하노라
8.
얄궂은 운명일세 사랑이 뭐길래
원수도 못보는 눈이라면 차라리 생기지나 말 것을
눈이 멀었다고 사랑조차 멀었든가
춘삼월 봄바람에 백화가 피어나듯
꽃송이마다 벌 나비 찾어가듯 사랑은 내 님을 찾아
얼기설기 맺으리라
9.
아깝다 내 청춘 언제 다시 올거나
철 따라 봄은 가고 봄 따라 청춘가니
오는 백발을 어찌 헐거나
10.
지척에 님을 두고 보지 못한 이 내 심정
보고파라 우리님아 안보이네 볼 수 없네
자느냐 누웠느냐 애 타게 불러봐도 무정한 그 님은
대답이 없네
11.
들리나니 파도소리 낮이되면 고기잡이
밤이되면 갈매기소리 들어가며 살고싶네
12.
한일자 마음심자로 혈서를 썼더니
일심은 어디가고 이제와서 변했으니
가을바람 단풍잎이 되었네
13.
꿈속에서 보이는 님은 신이 없다고 일렀건만
오매불망 그리울 때 꿈이 아니면 어이허리
멀리멀리 그린 님아 꿈이라고 생각을 말고
자주자주 보여주면 너와 일생을 같이 보내리
14.
경부선 철로야 어~ 전라도 호남선아
너는 무삼 사모가 없어서
우리시절 우리 알뜰 님을 부질없이 실어다가
각분동서가 왠 일이란 말이냐
15.
잊어야 헐 그 사람을 왜 이다지 못 잊어
삭박을 허고 음~ 승이 되어
님이여 내 님이여 우리 님아 목을 놓아 불러를 봐도
우리 님은 대답이 없고 목탁소리만 들려오네
16.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럭아 말 물어 보자
우리 친구들도 날과 같이 그리든가
17.
살다 살다 못살면은 어~ 깊은 산 중 들어가
산고곡심 무인처에 목탁소리 벗을 삼고
수석으로 울을 삼어
한평생을 그 곳에서 영원토록 살아가리라
18.
정든님이 오셨네 어~ 정든 사랑이 오셨네
마음속 깊이 숨겨뒀던 보고픔을 두었기에
못잊을 정분 안고 이밤 찾어 오셨나요
버린정 눈물없이 이별두고 알았기에
미련을 소 뿔처럼 무기들고 오셨네
19.
푸른 숲이 우거진 골짝 내 사랑이 묻혀있네
시녀 내 사랑아 자느냐 누웠느냐 불러봐도 대답이 없고
20.
유달산 상상봉에 꽃이 만발허였을 때
꽃속에서 맺은 사랑 왜 이다지 허무한가
꽃이지던 그 자리에 다시 만발허였건만
한번가신 우리님은 다시 올 줄을 모르네 그려
21.
칭암절벽이 두텁다고 허여도 꽃은 피어 웃고있고
봄바람이 좋다해도 새는 울고 돌아만 가드라
22.
낯설은 강화도에 소리없이 비내리던 날
전등사 부처님 앞에 두 무릎 같이 꿇고
사랑의 굳은 언약을 변치말자 맹세 했건만
오늘의 지금은 그 언약은 깨어지고
이내 가슴속엔 큰 병이로다
23.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24.
봇물 처럼 깊으니라 가을달 처럼 놓으니라
별처럼 빛나리라 돌처럼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이 있거든 그대로만 말하리라

흥타령을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절로 흘러내린다.
참으려 해도 눈에서 눈물이 어쩔 수 없이 솟는다.
거 참 이상한 노릇이다.
음악을 들으며 감동이 벅차서 흐르는 그런 눈물이 아니다.
그냥 가락을 듣고 있노라면 못난 바보처럼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지도 못하고,
눈물샘에 고여 있던 물들이 넘쳐흐른다.
"아이고 대고 흥 성화가 났네"하면서 이어지는 가락.
정말 아이고 대고 성화가 난 것처럼 눈물이 줄줄 흐른다.
가사의 내용이 허무와 그리움이다. 인생살이는 정말 꿈과 같은가.
한 세상 살기를 무엇 때문에 아둥바둥 서럽게 살 것인가.
그저 꿈인 것을.
그래도 기다리는 님은 있었던가. 그리움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가사 내용이 서글프기는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사보다 가락에서 비감이 한층 더 진하다는 점이다.
위에 인용한 가사를 음악 없이 가사만 읽는다면 그저 통상적인 글이요, 내용은 평범하기까지 하다.
눈물이 날 턱이 없다.
이를 보면 역시 음악은 그 순수한 감정 표현에 있어 문학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 틀림없다.
음악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흥타령의 선율은 우리의 마음을 흔들며 우리가 그 동안 참고 터뜨리지 않았던 눈물샘의 둑을 일거에 무너뜨린다.
당신이 그냥 울적하고 심사를 달래기 어렵다면 흥타령을 들어 보라.
얼마나 구성지고 처량한지 당신을 대신해서 펑펑 울어줄 것이다.
당신은 점잖은 사람이니 울고있는 곡을 들으면서 그저 눈물만 핑 돌아도 된다.
여하튼 가락을 한참 듣고 나면 속이 시원스레 깨끗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니 말이다.
사람이 웃음을 한바탕 웃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듯,
역시 울음도 터뜨리고 나면 마음에 맺힌 무엇인가 멀리 사라지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그랬는데 역시 웃음과 눈물은 어떤 연결 고리가 있다.
마음이라는 연못의 양끝 가장자리에서 모른 척 하던 서로 다른 두 얼굴이 손을 내밀며 합쳐진다.
(펌)
'🤍 音 樂 > ├ 唱 판소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시조 - '청산은 어찌하여' / 洪元基 (0) | 2022.08.30 |
---|---|
'배뱅이 굿' / 이은관 (0) | 2022.06.05 |
단가 '백발가' / 김 연 (0) | 2022.05.30 |
단가 '백발가' / 조앵무 (0) | 2022.05.30 |
단가 '사철가' / 김형옥 (0) | 2022.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