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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 제3코스(수악계곡~비자림로)

아즈방 2022. 4. 15. 16:05

▲수악계곡에서 시작해 한남시험림과 물찻오름, 비자림로까지 이어지는 제3코스에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인 붉가시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붉가시 천연림·화산탄에 사려니숲길까지 체험

500년 붉가시나무 분포... 이승악 능선 화산활동 뚜렷
시험림 숲길엔 유전자원 보존원.조선때 산마장 확인

한라산 환상숲길 탐사대는 5·16도로변 수악 계곡에서 출발,

이승악~한남시험림 채종원~물찻오름 입구를 지나 절물 후문 입구 비자림로까지 이어지는 환상숲길

제3코스에 대한 답사를 이어갔다.
이 구간은 총 21km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인 붉가시나무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승이오름 주변에 분포한 화산활동 흔적과 생물이 혼생하고 있는 특별한 자연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환상숲길의 최적의 코스 연결을 위해 한남시험림 사려니 숲길까지 이어지고 있어 숲길 고유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제2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5·16도로변 수악계곡에서 이승악까지 5km 구간은 길의 흔적이 거의 없어

숲길탐사가 쉽지 않다.

기존 도로변을 따라 이승악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국립공원을 비껴가는 원칙을 유지하고,

또한 차도를 걷는다는 것이 환상숲길과 어울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승악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이번 탐사때 새로 발굴한 것이다.

한라산 남사면인 이 구간에서는 수령이 500년 이상인 고목이 집단 분포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에 분포하는 고령의 붉가시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할 정도다.

둘레 5m, 직경이 1.5m인 이 붉가시나무는 속이 일정부분 비어 있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또한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각기 다른 나무의 형태를 하고 있는 나무들도 곳곳에 분포

하고 있다.

 

 

▲화산활동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어 원시림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승악의 비경도 만끽할 수 있다.


이승악을 끼고 돌아가는 길목길목마다 발견되는 화산활동의 흔적은 마치 원시 자연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화산탄으로 보이는 직경 2m 이상 되는 거대 암석이 지상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가 하면,

그 암석을 토양으로 삼아 솟아오른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수종과 생물이 공생하고 있어 자연 세계를 고스란히 간직해 놓은 자연의 보고라 평가

할 만하다.

제3코스에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중인 제주시험림(한남시험림) 이 존재한다.

이 탐방로에는 다양한 수종으로 구성된 조림지와 편백나무를 선발해 개량종자를 생산하기 위한 채종원도

만날 수 있다. 1983년 조성된 한남리의 채종원에는 4.5ha에 1800본의 편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분포한 삼나무, 편백 등의 우수 종을 모아 놓은 '유전자원 보존원'은 미래 세대의 산림

환경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중이다.

난대산림연구소 강영제 연구원은 "유전자원 보존원은 임목의 신품종 및 개량종사 생산에 필요한 육종

집단을 조성하고 있는 곳"이라며 "이곳에선 일본 등 해외 유전자원도 보존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시험림의 유전자원 보존원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한 삼나무, 편백 등 우수종을 모아 놓고 관리를 하고 있다.

 

시험림의 임도 출발점에서 9km 지점에는 산마장으로 보이는 견고하게 쌓은 겹담을 발견할 수 있다.

겹담은 폭 1~1.3m 정도, 높이는 1.5~2m 정도인데, 주민을 동원해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야생성이

강한 산마를 방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산마장은 물찻오름 인근에서 성판악 일대까지 남북으로 연결된 것으로 추정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제3코스 환상숲길은 5·16도로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 물찻오름 입구에서 남원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 구간의 임도에서 열린 사려니 숲길도 일부 포함하고 있어 최적의 숲길 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정화구(산 정상에 있는 연못 형태의 호수)의 특징을 갖고 있는 물찻오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말까지 훼손을 막아 자연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 리포트]

숲길에서 만난 산장(山場)

동부 산간에 산마 기르던 목장, 도내 목마장 중 가장 고지대 설치
돌로 쌓은 잣성 흔적 남아있어

 

물찻오름, 찻오름 일대 숲길을 걷다보면 산장을 만난다.

이것은 조선후기 한라산 동부 산간에 산마(山馬)를 놓아기르던 목장이다.

위치로 볼 때 제주도 목마장 중 가장 고지대에 설치된 것이다.

현재 물찻오름 일대는 밀림지대여서 목장의 존재를 상상하기 어려우나,

조선후기로 올라가면 낙엽활엽수와 초본류가 공존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곳에 조정에서는 말을 놓아 기르도록 했다.

산장들의 위치는 고지도에 나타난다.

[탐라지도](1709년)에는 9소장 위에 2개, 10소장 위에 2개, 2소장 위에 1개, 3소장 위에 1개로,

모두 6개가 기록되어 있다.

[제주삼읍도총지도](1770년대)에도 동부 산간지역에 10개의 산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산장들은 영정조대(1724∼1800)를 전후하여 침장(針場), 상장(上場), 녹산장(鹿山場)으로 통폐합

되었다. 산장들의 관리처는 교래리에 있었으며, 산장들은 산마감목관(山馬監牧官)에 의해 운영되었다.

산마감목관에는 의귀리 출신 김만일(金萬鎰, 1550~1632) 후손들이 임명되기도 했다.

산장 내에는 방목에 필수적인 못(水處)이 구비되었고, 산장이 한라산 정상까지 통해 있어,

말을 몰아올 때 잃어버리는 문제가 생겨나자 잣성을 쌓아 산마들의 이동을 제한하기도 했다.

특히 산장이 있었던 물찻오름, 찻오름 일대에는 현재도 돌로 쌓은 잣성들이 남아있어 이들 오름과 산장,

잣성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장의 산마들은 사납고 빨라 군마로 안성맞춤이었다.

이에 따라 조정에서는 수시로 공마를 요구했다.

공마를 위해서는 산장에서 산마들을 몰아와야 했다.

이 일은 매우 힘들어서 산마를 몰아오는 일을 맡은 구마군(驅馬軍)과 말을 임시로 가두어 두는 원장

(圓場)과 목책(木柵)을 쌓을 결책군(結柵軍)이 조직되기도 했다.

산장에서 말을 모는 생생한 모습들은 [탐라순력도](1702)의 '산장구마(山場驅馬)'에 나타나 있다.

산장 내에 만들어졌던 여러 유물들은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지 못한 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끼를 덮어 쓴 잣성 만이 산장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다.

<강만익 / 세화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