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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歲月은 지금/8 월 .

'어정칠월 건달팔월' / 남곡 강성남

아즈방 2024. 8. 18. 19:00

어정칠월 건달팔월                        

 

입하(立夏)로부터 시작되는 여름은 ‘녀름 짓다’라는 옛말에서 유래했다.

이때는 밭매기와 논매기 등 농사일이 한창이다.

깐깐오월, 미끈유월, 어정칠월, 건달팔월 이라는 말은 농사철을 보내는 농민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 말이다.

농촌의 7,8월은 바쁜 농번기를 보낸 휴식기이면서, 반면에 가을 추수를 앞둔 달이어서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 ‘백중(百中)’이라는 절기를 두어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천신의례 및 잔치와 놀이판을 벌여 농부들의 힘겨움을 달래고, 더위로 인해 쇠약해지는 건강을 회복하고자 했다.

  

오늘이 마침 음력 칠월 보름 백중날이다.

백중날의 다른 이름은 백중, 백종, 백중절, 망혼일, 중원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도교에서 천상(天上)의 선관(仙官)이 한 해 세 번 인간의 선악을 살피는 원(元)이다.

정월보름 상원, 상달보름 하원, 칠월보름 중원 등 삼원(三元) 날 천신과 별자리에 제사를 지낸다.

이날은 산신이 알곡을 거두는 날로,

들에 나가 일을 하면 방해가 돼 남정네는 들에 나가지 않았고,

아낙들도 집안에서 일손을 내려놓았다.

농본국인 풍습 백중은 농가에 고용된 머슴이 하루를 쉬는 이른바 ≺근로자의 날, 노동절≻이다.

마을 머슴들이 두툼한 품삯을 얹어 받는 하루의 유급휴가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생활의 멋에 무한히 도취된다.

  

백중날은 마을에서 가장 농사를 잘 지은 동네 머슴 한 사람을 선정한다.

즉 그 마을의 한해 우수 농군을 선발한다.

여기서 뽑힌 주인공은 한해 최고의 명예가 주어진다.

그는 머슴사회의 표본인 영예의 ‘잘난 머슴’으로 군림하게 된다.

삿갓 형 고깔 왕관을 머리에 눌러 쓴 ‘잘난 머슴’은 농악단을 앞세워 주악으로 춤과 노래를 베풀며, 부상으로 마을에서 내린 황소를 타고 집집을 순회하는 향연으로 하루를 즐긴다.

또한 노총각이나 홀아비 머슴에게 마땅한 처녀나 과부를 뽑아 장가를 들게 하고 신접살림도 마련해 준다.

이로써 ≺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는 속담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

  

백중을 더러는 ‘호미 씻기 잔치’나, 논일로 부르튼 발뒤꿈치를 깨끗이 한다하여 ‘백종(白踵)’이라고 했다한다.

호미 씻기, 써레 씻기, 머슴 날, 두레 먹기, 파접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이렇게 놀이들이 다양한 백중날이 요즈음은 우리의 추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다행이도 매년 백중날이면 두어 군데서 초청장이 날아온다.

내가 근무했던 담양군 대덕면 운산마을의 백중행사와 자주 다니는 산사의 우란분재이다.

운산마을에서는 귀농한 젊은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운산마을 대동회라 하여 사라진 백중잔치를 한다.

백중잔치는 옛날 풍습과는 달리 도시인들을 초청하여 문화공연과 함께 녹색농촌체험행사 위주로 행해진다.

  

운산마을을 들려 평소 다니던 산사에 다다르니 어디선가 잔치 집 인양 목탁소리, 향냄새,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로 요란하게 들린다.

불가에서 7월 보름은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 부른다.

효성이 지극한 목련비구(目蓮比丘)가 지옥에 떨어진 모친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오미(五味)를 가진 음식과 온갖 과실을 갖추어 부처님께 공양을 했다는 ≺우란분경(盂蘭盆經)≻이라는 불경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신라시대에 사찰에서는 백중행사가 있었고,

불교를 숭상한 고려시대에는 백중날에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열어 속인들도 공양을 할 정도였으나, 조선시대 이후에는 승려들만의 행사가 되었다.

요즘 사찰에서는 백중날은 부처님 마음과 조상의 마음, 우리의 마음이 한자리 하게끔 마음을 밝히고자 천도재를 지낸다.

  

사찰에서 일체 영가는,

인류평화를 이루고자 목숨 바친 영령들,

나라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

이 도량의 제 불사 시주자와 유주무주 일체애혼 등 영가까지 천도를 올린다.

부처님 당시에도 목련존자가 자기 어머니를 지옥에서 천도시킬려고 밧줄을 내려 보내니, 자기어머니가 다른 사람을 떨어뜨리는 거다.

즉 자신만 천도 되겠다는 거다.

그러자 목련존자의 밧줄이 힘없이 떨어진다.

그래서 목련존자는 더욱 정진하여 일체중생을 다함께 천도하려는 마음으로 어머니도 천도 시킬 수 있다 생각하여 ‘우란분공(盂蘭盆供)이라 한 것이다.

사는 사람도 나만 잘 먹겠다, 나만 잘 살겠다라는 욕심을 내면 사회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절에서 음식을 먹을 때 공양이라는 단어를 쓴다.

부처님, 산신, 해신, 지신, 허공신, 목신 일체가 함께 먹으니 공덕이다.

공생, 공심, 공용, 공체, 공식하고 돌아가는 깊은 원리를 터득하여 성불하자. 

  

추석 한가위 보름달에 버금가는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오른다.

여름내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저만치 물러나고,

밤안개 피어오르는 풀 섶 귀뚜라미 소리 또렷하다.

봄, 여름내 피땀 흘려 가꾼 벼들이 알알이 영글어가는 풍성한 계절 칠월 보름 백중은, 그래서 더욱더 여유로운가 보다.

시골집 마당 한 구석에 철 화덕을 걸어 놓고,

마른나무 불 지펴 부끄미 부치고,

가지에 참기름 둘러 맨드라미 붉은 전을 먹으며,

농사걱정, 자식걱정, 이웃집 총각걱정 모두 내려놓고,

열닷새 환한 달빛의 정취를 만끽해볼 수 있는 날이 백중날이다.

 

남곡 강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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