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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歲月은 지금/10 월 .

10월의 맛 "도루묵"

아즈방 2024. 10. 2. 17:30

 

통통하게 살찐 도루묵구이는 별미다.

얼큰한 도루묵조림과 찌개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밥도둑이고,

막걸리에 소주를 부르는 술도둑이다.

게다가 겨울철 동해안 바닷가에서 먹으면 맛에다 낭만까지 더해진다.

 

도루묵은 본래 “묵어” 또는 “묵”이라고 불려 오던 동해안의 계절 생선이다.

어느 해 가을 함경도로 피난을 가던 임금님이 동해안을 지나다가 묵어를 맛보고,

맛이 하도 기막혀 생선의 이름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임금님은 맛이나 생긴 모습이 묵이란 이름이 마땅치 않다며,

“은어”란 새 이름을 지어주고,

아무나 잡아먹지 못하도록 잘 보호하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훗날 서울로 돌아온 임금은 바닷가에서 맛본 묵어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청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억속에 남아있는 묵어맛과 전혀 다른 맛에 실망한 나머지,

도루“묵”이라고 부르고, 누구나 잡아먹도록 하라고 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묵어의 이름이 “도루묵”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동해안 어민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전해오는 이야기다.

 

도루묵은 길이가 15~20cm 가까운 작은 물고기로 지방이 적고 담백하면서 살이 무척 연하다.

동해안에 휴가철이 끝나고, 9월과 10월에 떼지어 나타나기 시작해 산란 준비를 하고,

11~12월이면 본격적인 산란기로 접어든다.
그래서 알이 막 배기 시작하는 10월~11월 초순이 가장 기름지고 제맛이 난다.

이때 잡히는 도루묵은 암컷이나 숫컷 모두 기름져,

석쇠에 얹어 구우면 투명하게 맑은 기름이 먹음직스럽게 배어나고,

노릇 노릇하게 구워 소금만 찍어 먹어도 감칠 맛이 각별하다.

또 고추장을 풀어 양념장이 꼬득꼬득하게 잦아들도록 조림을 해도 별미다.
더욱이 산란을 앞두고, 수수알 처럼 굵은 알이 몸밖으로 내비칠 정도로 가득 들어찬 암컷은, 오독오독 씹히는 알맛이 특이해, 그 맛을 최고의 별미로 쳐주었다.
하지만, 도루묵도 연어나 황복처럼 산란을 끝내고 체내지방이 다 빠져나간 후에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쓸모없는 신세가 된다.

따라서 도루묵은 10월에 잡히는 것이 가장 제맛이 나고,

도루묵 전문점들은 이때 잡힌 것을 급랭해 놓고 1년 동안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10년 가깝게 알이 제대로 밴 도루묵은 맛보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젊은 청소년들은 도루묵이란 생선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도루묵의 알에서 백혈병을 치료하는 약재가 발견되어 알을 밴 것은 전량 일본으로 팔려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해안 물고기 중, 몸 무게로 따져 몸값이 가장 비싼 것이 도루묵으로 꼽힌다.

덩달아 값이 올라간 숫컷 마져도 제철 것은 1마리당 2,000~3,000원을 호가하고,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 귀물처럼 팔려나간다.
요리법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소금을 알맞게 뿌려가며 노릇 노릇하게 굽던가 고추장을 풀어 빨갛게 조림을 해놓으면,

임금님도 아무나 먹지 못하도록 하라고 명을 내렸을 만큼 맛이 기막히다.

 

** 도루묵 제맛을 볼 수 있는 곳.

 * 삼척 항구식당 : 강원 삼척시 새천년도로 169(정하동 16 ) T. 033-573-0616) 

 - 미리 전화로 도루묵 유무 확인 필요.

도루묵 찌개

 

도루묵 조림

 

도루묵 조림

 

도루묵 구이
반건조 도루묵 조림

도루묵(Sandfish)

조기어강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는 어류.

한류성 어종으로 동해, 일본 북서해, 러시아의 오호츠크 해 근처에 서식한다. 

명태 등과 서식지가 거의 같다.

수심 200~400 m 내의 모래펄 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한류성 어족답게 산란시기는 11월에서 12월 사이.

몸길이는 13-17 cm 내외로 꽤 큰 편이다.

특이한 점은 도루묵이 낳는 알이 매우 질긴 것.

알 자체가 다른 어류에 비해 상당히 단단한 편이라,

인간을 제외한 천적들의 위협에 안전하다.

강원도 전역에서 산란철에 잘 잡힌다.

명태의 씨가 말라버린 바다를 도루묵이 대체하는 상황이다.

도루묵이 잡히는 강원도의 시군에서는 산란철마다 도루묵 축제를 열기도 한다.

보통 구이나 알탕으로 주로 먹는다.

 

* 이름의 유래

가장 유명한 것은 이식(李植, 1584 ~ 1647)의 시 환목어(還目魚), 1631)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선의 왕 중 피난을 갔던 임금은 선조와 인조인데 은어라는 말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기 때문에 시간대가  맞지 않고, 선조는 의주로, 인조는 공주로 피난을 갔는데 도루묵은 주로 동해 쪽에서 잡히니, 장소도 맞지 않다.

 

'이성계가 도루묵 설화의 주인공'
태조는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함흥으로 갔던 적이 있는데

함흥은 도루묵이 많이 나고 함경도 안에서 유일하게 은어라고 부른다.

또한 허균의 '도문대작'에서 도루묵 설화에 대해서 '전 왕조의 왕'이라고 했는데,

감히 태조라는 묘호를 거명할 수 없어서 쓴 다른 표현이라고 하였다.

이를 통해서 설화의 주인공이 태조 이성계라고 논증했다.

(2016년 김양섭 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발표한 논문)